불교 경전 시적 표현 넘쳐나
부처님 설법 후 게송도 시
​​​​​​​미당 명작도 불교서 영감 얻어

미당 서정주 시인은 그의 나이 쉰세 살이 되는 1968년 8월에 간행한 다섯 번째 시집 〈동천(冬天)〉의 서문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불교에서 배운 특수한 은유법의 매력에 크게 힘입었음을 여기 고백하여 대성(大聖) 석가모니께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한다.”

서정주는 불교적인 시를 많이 썼고, 또 작품성의 면에서 성공시킨 시인이다. 그러면 그의 시에서 불교적인 상상력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

어느 날 내가 산수유 꽃나무에 말한 비밀은/산수유꽃 속에 피어나 사운대다가…/흔들리다가…/낙화하다가…/구름 속으로 기어들고//구름은 뭉클리어 배 깔고 앉었다가…/마지못해 일어나서 기어가다가…/쏟아져 비로 내리어/아직 내 모양을 아는 이의 어깨 위에도 내리다가…//빗방울 속에 상기도 남은/내 비밀의 일곱 빛 무지개여/햇빛의 프리즘 속으로 오르내리며/허리 굽흐리고//나오다가…/숨다가…/나오다가…

- 산수유 꽃나무에 말한 비밀

산수유 꽃나무에 나의 비밀을 말했더니, 그 비밀은 산수유꽃으로 피어나 흔들리다가 낙화하다가 구름 속으로 기어들고, 구름은 비로 내려 햇빛의 프리즘 속으로 오르내린다니, 그리하여 내 비밀의 일곱 빛 무지개로 나타나다니……. 얼마나 환상적인 세계가 우리 앞에 펼쳐지는가? 이는 바로 불교의 윤회설에서 비롯된 시적 상상력이다.

서정주는 이런 세계를 보여주신 석가모니께 감사한다고 했다. 하나의 생명이 끝나도 결코 그 하나로 끝나지 않고. 그 생명은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며 우주 삼라만상에 깃들어 있음을 고도의 은유로 표현한 미당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다. 이 시는 불교의 윤회사상을 이해하지 않으면 해독이 어려운 난해한 세계를 아름답게 펼쳐 보이고 있다.

내가/돌이 되면//돌은/ 연꽃이 되고//연꽃은/ 호수가 되고//내가/호수가 되면//호수는/연꽃이 되고//연꽃은/돌이 되고 - 내가 돌이 되면

이는 불교의 인연설을 시로 그려낸 작품이다. 내가 돌이 되면, 돌은 연꽃이 되고, 연꽃은 호수가 되고, 그 반대의 경우도 똑같이 이어져간다니 우주의 질서는 얼마나 신비로운가? 미당은 불교의 세계에서 영감을 얻어 그것을 시로 표현해 명작들로 일구어냈다. 2,600년 전의 석가모니시여, 참으로 대성(大聖)이시다. 그 시대에 어떻게 우주의 깊은 곳까지 꿰뚫어 보셨단 말인가? 시인이 시를 쓰는 것과 종교인이 수도를 하는 것은 닮았다. 시인은 종교에서 영감을 얻어 시를 쓰지만, 시인이 쓴 시는 포교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불교 경전에는 시적 표현들이 넘쳐난다. 부처님께서는 설법을 마치실 때 게송으로 말씀의 핵심을 정리하셨다. 그것을 오늘날 시라고 한다. 그 전통이 이어져 시를 쓰지 않는 스님들도 오도송과 열반송은 남긴다.

미당이 불교에서 영감을 얻어 명작을 많이 남긴 것은 시인의 복이다. 그것은 또한 불교계의 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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