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죄업·소소한 허물상쇄하는 길은 오직 ‘참회’― 글 구미래세 가지 거울에 담긴 업의 의미송광사 선방 한가운데는 부처님 대신 커다랗고 둥근 거울이 자리하고 있다. 촛대와 향로가 놓여있어 불단을 상징하니, 그 앞에 합장하고 선 수좌는 거울에 비친 본래성불(本來成佛)의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셈이다.거울은 다양한 상징성을 지녔다. 선방 불단에 걸린 거울이 우리의 본래면목인 ‘청정한 불성(佛性)’을 깨닫게 하는 힘을 지녔다면, 일상의 수행과 관련된 거울은 자신이 어떠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비춰보는 성찰의 거울이다. 〈중아함경〉 ‘업상응품
전미경 2023년 作자연, 공존 05 _ 28x20cm _ 종이에 자연물 전미경 작가는 일곱 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작품 ‘공작새’와 ‘세레나데2’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미술 교과서에 실렸다. 저서로 〈풀꽃으로 그리는 그림 압화〉·〈풀꽃 그림〉·〈풀꽃으로 그린 풍경〉 이 있다.
개복숭아나무어릴 적에 복숭아나무 농사나 사과나무, 배나무 농사를 짓는 집을 부러워 한 적이 있다. 특히 여름날에 잘 익은 복숭아를 따서 나무 궤짝에 담아 가는 이웃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처럼 여러 해 동안 부러워만 할 것이 아니라 복숭아나무 묘목을 사서 밭에 심었으면 되었을 텐데 싶지만, 그때는 가족 가운데 그 누구도 그런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다. 어린 묘목을 심는 대신에 나와 누나들과 동생들은 산에서 자라는 개복숭아나무를 한 그루 알아두었다. 그래서 가끔 그 개복숭아나무에 가서 열매가 잘 익고 있는지를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섬이자 국내 제일의 관광 명소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제주도.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제주도에 다녀간 관광객은 내·외국인을 합해 총 1,388만 9,502명이다. 제주도는 유네스코가 생물권보전지역·세계자연유산·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한 맑고 깨끗한 섬이다. 그러나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청정한 제주도에 생수 페트병을 비롯한 각종 쓰레기도 크게 늘었다.쓰레기로 오염되는 청정 제주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듯 올해 6월 1~7일 열린 제20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생존의 땅,
우리 인생은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절처럼 흘러간다.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봄과 같은 아동기가 지나면 초목이 푸르름과 싱싱함을 자랑하는 여름의 청년기가 찾아온다. 조금씩 기온이 떨어지면서 노랗게 단풍이 드는 가을의 중년기가 되면 흰머리와 주름이 늘어나면서 노화현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가을의 끝자락에서 눈발이 날리고 강추위가 몰아치는 인생의 겨울 노년기에 접어들면 ‘늙고 병들어 죽어가는 과정’이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노년기의 매서운 추위와 폭설을 견뎌내려면, 인생의 월동 준비를 일찍부터 잘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령사회에서
매월당 김시습(金時習, 1435~1493)을 모르시는 분은 없겠죠?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생육신 가운데 한 분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불자들은 좀 더 알고 있겠지요? 그가 출가해 스님이 되었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실제로 김시습은 어머니의 죽음에 삶의 무상함을 절감하고 18세 송광사에 들어가 참선 수행에 침잠했다고 합니다. 그 뒤로 스스로 삭발하고 승려가 되어 떠돌았지요. 그런데 전반적으로 그는 불교에 치우쳐 있지 않고, 유교·불교·도교를 섭렵하여 자기 나름의 사상적인 중심을 세웠다고 합니다. 그리고 불교의 기복적인 측면이나 초현실
고려의 정치와 외교는 고구려의 전통을 계승한 특성이 강하였다. 태조는 후삼국을 신라의 귀순과 후백제의 정벌이라는 두 가지 방법을 절충하여 통합하였다. 질서와 평화를 존중하는 선(善)에는 귀순을 강조하고 이를 해치는 악(惡)에는 부득이 정벌을 사용하였다. 통합을 완성한 태조의 계승자도 전국의 지역별 차이와 토착 기반을 인정하고 유지하면서 동아시아의 북방민족 국가인 거란(Cathey)과 세 번이나 맞장을 떴을 정도로 고구려의 기상을 유지하였다. 한때 세계를 가장 넓게 정복한 몽골제국과도 대응하면서 외교로 돌파하고 왕정복고와 소수민족 연
불교의 삼법인 중 무상(無常)을 패션만큼 잘 대변해주는 분야가 있을까? 기존에는 봄/여름 컬렉션, 가을/겨울 컬렉션이라고 1년에 2번만 디자인하면 되었지만 지금은 1년에 52시즌이 있다고 할 만큼 패션계는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즉 일주일마다 트렌드가 변화한다는 뜻이다. 패션은 추위와 더위를 피하고 몸을 가려주는 실용성을 넘은 지 오래고, 개성을 표현하는 독창성도 넘어서서 하나의 아트, 팝아트(Pop Art)로 변화하고 있다. 그렇게 시대를 대변하고 시대를 앞서가는 패션 디자이너의 무리에 비비안 탐(Vivienne Tam·譚燕玉,
웁팔라반나(Uppalavanna, 蓮華色)는 부유한 상인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그녀는 그 어느 누구와도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그녀의 피부는 푸른 연꽃과 같은 색상이고 부드러웠습니다. 그녀의 피부색이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에 그녀의 부모는 그녀를 ‘웁팔라반나(푸른 연꽃 색조를 가진 사람)’라고 명명했습니다. 그녀가 성년이 되었을 때 부모는 그녀를 부유한 가문의 젊은 상인과 결혼시켰습니다. 당시의 관습에 따라 그녀는 사밧티(Savatthi)에 있는 남편의 집으로 시집갔습니다.시어머니의 의심웁팔라반나는 시댁 식구들과 행
장마와 무더위가 한창이었던 지난 여름 한 편의 드라마가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악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에 힘입어 흥행에 성공한 드라마였다. 작가가 민속학자와 국립민속박물관에 오랫동안 자문하고 조사하며 마련한 치밀한 시나리오 덕분에 드라마 전반에 한국의 민속과 무속, 귀신 등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했다. 그런데 드라마 내용 중 중요한 단서처럼 그림이 한 점 등장하는데, 이 그림은 우리나라 사찰에 가면 법당 한편에 걸려있는 감로도(甘露圖)다. 드라마에서는 중앙의 커다란 아귀(餓鬼) 모습에 주목해서 이 그림을
세계 최고 동화작가는 바로 부처님― 글 신현득이솝의 ‘장님 코끼리 만지기’ 원전은 〈경면왕경〉이솝이야기에서 ‘장님 코끼리 만지기’를 읽고 고개를 갸우뚱해본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이솝은 그리스 사람인데, 코끼리가 없는 그리스에서 코끼리 이야기를 어떻게 썼지?’ 하는 의문 때문이다.사실 ‘장님 코끼리 만지기’ 이야기는 ‘팔만대장경’의 일부인 〈육도집경(六度集經)〉의 87번째 이야기 ‘경면왕경(鏡面王經)’ 내용 중 하나다. 이솝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불설(佛說) 동화인 셈이다. 즉, ‘장님 코끼리 만지기’는 부처님이 창작하신 동
만자문붓걸이(조선시대, 높이 41cm, 폭 40cm)붓걸이는 붓을 걸어 놓은 기구로, 문방구(文房具) 중 하나다. 이 유물은 두 개의 사각 다리 위에 만(卍)자문으로 장식한 장방형의 나무 통판을 부착했다. 통판 상단에는 다각으로 깎은 촉을 붙여 붓을 걸 수 있게 했다. 불교를 상징하는 만자문은 길상만덕(吉祥万徳)의 상서로움을 나타내는 문양이기도 하다. 조선시대에는 대중적인 장식 문양으로 많이 사용했다. 양반가에서는 서안·경상·책장 등의 문양으로 투각(透刻)이나 음양각(陰陽刻)으로 시문(施紋)했다.
조월환(67) 대전 광수사 유성지회장은 고등학교 시절 교회(기독교)를, 청년 시절 성당(천주교)을, 은퇴 후에는 사찰(광수사)을 다니고 있다. 불교와 인연이 가장 늦었지만 현재 불자로써 신행생활을 활발히 하고 있다. 여러 종교의 신행생활 이력을 지닌 조월환 지회장을 삶과 신행 이야기를 광수사(주지 갈수 스님)에서 만나 들어봤다.미션 스쿨 입학해 교회 만나조월환 지회장은 1956년 1월 경북 영덕군 병곡면에서 아홉 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났다. 부모님은 과수원을 운영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기에 어릴 때부터 어머니와 첫째 형을 도와
최소한의 실천종교를 깊이 있게 잘 모르는 필자 같은 이의 상식으로만 봐도 성직자에게 음식은 최소한일 것 같다. 과한 음식은 포만감을 주어 졸음 같은 것을 유발하는 등 집중할 수 없게 해 용맹정진(勇猛精進)을 방해하고, 나태로까지 이어지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과한 살생과 자연의 훼손을 유발할 수 있음은 물론 농·어부와 같은 이들에게 불필요한 수고와 폐를 끼칠 수도 있다.이에 더해 불가에서는 ‘적당한 양을 담는 밥그릇’이란 의미의 발우(鉢盂)를 사용하여 공양함으로써 최소한의 음식 섭취를 실천하고 있다. 발우공양은 단순히 음식을 섭취하
대운산치유의숲은 영남권의 첫 국립치유의숲이다. 원효대사의 마지막 수행처로 알려진 대운산 자락에 위치해 있다. 대운산은 옛 명칭이 ‘불광산(佛光山)’이었던 것으로 보아 불교와 인연 깊은 산으로 짐작할 수 있다. 맑은 물이 흐르는 내원암 계곡과 참나무를 비롯해 다양한 수종이 자라는 울창한 숲을 자랑한다.치유의숲은 2015년 1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25ha(25만㎡·7만 5,625평)의 부지에 조성됐으며, 2019년 5월 21일 정식 개장했다. 울산수목원 내 교육힐링지구에 속하는데, 일반인의 차량 진입은 금지하므로 대운산 공영주차
예기치 않게 맞이한 순간을 ‘우연’이라고 한다. 그저 스쳐 지나갈 수도 있지만, 우연은 특별한 순간이 되어 우리 인생에 큰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 한 소년의 꿈도 우연에서 시작했다. 소년은 우연히 방문한 식당에서 한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듣고 심장이 거세게 뛰는 걸 느꼈다. 연주하는 모습이 멋져서인지 연주 그 자체에 감동을 받은 건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그 순간 ‘작곡가’의 길을 걷겠노라 결심했다. 국악작곡가 함현상(45)이 경험한 우연 이야기다.함현상은 국악작곡가이자 영화음악 제작자다. 분당 대광사를 비롯한 5개 사찰 합창단 지
아버지가 아이에게 말했습니다.“내일 아침에 나와 함께 이웃 마을에 다녀오지 않으련? 그곳에서 가져올 게 있단다.”다음 날 아침, 아이는 눈을 뜨자마자 혼자 집을 나섰습니다. 아버지가 함께 가자고 했던 말은 무시한 거지요. 이웃 마을로 가는 길을 안다는 생각에 그냥 열심히 걸어갔습니다. 간신히 그 마을에 도착했을 때 온몸에 힘이 빠져 주저앉고 싶었습니다.‘아버지는 왜 이 마을에 오자고 하신 거야?’아침 일찍 집을 나선 탓에 밥도 먹지 못했을뿐더러 도시락이나 물조차도 챙기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그 마을에 들어가서는 어디에서 밥을 먹어야
전미경 2023년 作자연, 공존 04 _ 28x20cm _ 종이에 자연물 전미경 작가는 일곱 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작품 ‘공작새’와 ‘세레나데2’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미술 교과서에 실렸다. 저서로 〈풀꽃으로 그리는 그림 압화〉·〈풀꽃 그림〉·〈풀꽃으로 그린 풍경〉 이 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육지에서 사흘을 지내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강아지가 마당 저만치에서 나를 향해 짖고 또 으르릉거렸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함께 산책하고 동숙(同宿)하는 강아지인데 나를 낯선 사람으로 여기다니. 가까이 갔더니 거리를 둔 채 이리로 저리로 피해 다니기까지 했다. 더 다가가서 내 체취를 맡게 했다. 그랬더니 조금은 경계를 늦추고 이내 내 곁으로 왔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알아봤더니 강아지의 시력이 썩 좋은 편이 아니라는 것이었고, 마당에서 활동하는 강아지는
2023년 6월 1~7일 열린 제20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여러 섹션 중 ‘지구를 지켜라! 액셔니스트의 삶’ 섹션에 나온 다큐멘터리다. 전 세계의 산·바다·계곡 등지에서 플라스틱을 비롯한 각종 쓰레기를 처리하는 액티비스트(Activist, 사회적·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한 캠페인이나 활동에 적극적인 사람)의 이야기를 다뤘다. 전체 상영시간은 110분으로, 장편 다큐멘터리에 해당한다. 상영 시간이 길다 보니 상업영화와 달리 다소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감독은 20여 년간 장편 다큐멘터리와 TV 다큐멘터리 70여 편을 제작한 베테랑 니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