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다 오염시키는
플라스틱 쓰레기
재활용 고군분투기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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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섬이자 국내 제일의 관광 명소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제주도.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제주도에 다녀간 관광객은 내·외국인을 합해 총 1,388만 9,502명이다. 제주도는 유네스코가 생물권보전지역·세계자연유산·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한 맑고 깨끗한 섬이다. 그러나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청정한 제주도에 생수 페트병을 비롯한 각종 쓰레기도 크게 늘었다.

쓰레기로 오염되는 청정 제주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듯 올해 6월 1~7일 열린 제20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생존의 땅, 제주’ 부문에 제주도를 배경으로 일어나고 있는 환경 문제, 그리고 이를 해결하고자 앞장선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5편이 출품됐다. 이 중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는 김동현 감독(37, Danny Kim)이 연출·제작한 제주도 환경 살리기 다큐멘터리다. 김 감독은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에서 RTVF(Dept.of Radio, Television, Video and Film)학을 전공한 뒤 듀크대학교 대학원에서 다큐멘터리 예술학 MFA(Master of Fine Arts)를 졸업한 다큐멘터리 전공자다.

‘제로 웨이스트’ 등장인물은 제주도 등지에서 활동하는 환경실천가들이다. 제주도에 살며 쓰레기를 줍는 변수빈 ‘디프다 제주(DIPHDA JEJU)’ 대표, 폐마스크로 의자를 만드는 김하늘 작가,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 홍수열 박사, 김자연 플라스틱 방앗간 매니저, 양래교 알맹상점(리필 상품만 파는 가게· 리필스테이션) 공동창업자, 이준형 잇그린(ITGREEN·다회용기 대여 스타트업) 대표가 그들이다. 다큐는 이들의 환경에 대한 소신과 활동 현황 등이 주된 스토리다. 활동하는 분야가 달라 다양한 환경 실천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제주도와 지구를 살리기 위한 굳은 결의도 엿볼 수 있다.

제주도는 유네스코가 생물권보전지역·세계자연유산·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한 맑고 깨끗한 섬이다. 그러나 매 년 수많은 관광객이 다녀가면서 청정 제주에는 생수 페트병을 비롯한 각종 쓰레기가 크게 늘었다.ⓒGettyimagesBank
제주도는 유네스코가 생물권보전지역·세계자연유산·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한 맑고 깨끗한 섬이다. 그러나 매 년 수많은 관광객이 다녀가면서 청정 제주에는 생수 페트병을 비롯한 각종 쓰레기가 크게 늘었다.ⓒGettyimagesBank

분야 달라도 ‘환경지킴이’ 한마음

김동현 감독이 왜 ‘제로 웨이스트’를 제작했는지는 그의 내레이션에서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도시인의 삶은 일상의 작은 구석까지도 편리하게 설계돼 있다. 하지만 그 편리함은 우리에게 플라스틱이라는 대가를 남긴다. 코로나19를 겪으며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그래서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됐다. 생존을 위해 (마스크를) 사용했지만 우리는 결국 환경을 파괴하고 있었다. 문득 궁금했다. 환경을 파괴하며 얼마나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을까?”

코로나19를 겪으며 매스컴 등을 통해 코로나19의 발생 원인이 환경파괴와 무관치 않음을 인지하고 환경문제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이들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제로 웨이스트’에서 김 감독은 몇 가지 질문을 던진다.

한국인들은 재활용 및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는데, 수많은 쓰레기들이 여전히 바다와 매립지로 향하는 이유는 뭘까? 국민들의 높은 재활용 노력에도 대한민국은 왜 1인당 1회용 플라스틱 소비가 높은 나라가 됐을까? 우리의 작은 실천으로도 정말 환경을 보호할 수 있을까? 다음 세대에게 깨끗한 바다와 땅을 물려주려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김 감독은 자신이 던진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다양한 분야의 환경실천가를 만난다. 다큐는 제주 해변에서 쓰레기를 줍는 변수빈 ‘디프다 제주’ 대표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제주 바다는 맑고 푸르다. 그러나 해변 가까이 다가가면 울퉁불퉁한 현무암 사이에는 생수 페트병을 비롯한 많은 쓰레기가 쌓여 있다. 변 대표는 2018년 9월 ‘디프다 제주’를 설립, 제주 바다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그린 다이빙’을 하며 해변과 제주도 곳곳의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디프다’는 ‘고래 별자리 중 가장 빛나는 별’과 이들의 활동 지역인 ‘제주’를 더해 만든 이름이다.

‘디프다 제주’는 해양 쓰레기 문제의 삼각성을 인식한 이들과 함께 ‘봉그깅’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봉그깅’은 ‘플로깅(Plogging, 달리기를 하며 쓰레기를 줍는 운동)’과 제주도 방언인 ‘봉그다(줍다)’를 합성한 단어다. 결국 해양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된 이들이 제주도 해변과 바닷속의 쓰레기를 줍는 활동이라 하겠다.

변 대표는 다이빙을 하면서 해양 쓰레기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바닷속에는 마스크를 담은 비닐 쓰레기가 많아졌다. 그때 그는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면 바다에서 (쓰레기가) 발견되는구나’ 생각을 하게 됐다. ‘(불편한 것도)익숙해지면 불편하지 않다. 개인의 생활반경 안에서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는 등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하는 게 중요하다.’는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면서 “바다에 미세플라스틱이 많아지면 후대의 아이들은 모래사장이 아닌 미세플라스틱 해변에서 놀 수도 있다. 이런 상황으로 이어지면 안 되는 것 아닌가?”라는 그의 우려 섞인 질문은 마치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반면 여럿이 모여 무언가를 시도하면 변화가 일어나는 걸 종종 보게 된다. ‘작은 용기’ 즉 ‘아주 작은 한 걸음이 아주 큰 걸음이며, 그 걸음을 두려워 말고 내디디면 좋겠다.’는 그의 조언이 환경운동 실천을 주저하는 이들에게 용기가 됐으면 한다.

제주도 한림읍 재활용센터에 모인 플라스틱은 배에 실려 육지로 이동한다. 사람들이 플라스틱 오염을 억제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를 살펴본 김동현 감독은 폐기물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희망적 변화를 느낀다. 그의 해법 찾기에 도움을 준 이가 홍수열 박사다. 홍 박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쓰레기 분리배출이 굉장히 잘 갖춰진 국가다. 모든 국민이 의무적으로 재활용품을 분리 배출하는 국가는 없다고 한다.

홍 박사는 “쓰레기 재활용도를 높이려면 재활용 설비의 선진화와 재활용 기술 개발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또 “플라스틱은 같은 재질, 같은 색깔 등으로 선별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플라스틱의 종류가 워낙 다양해 고품질의 재생 원료를 생산할 수 있을 만큼 선별할 수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일회용 포장재를 줄이고 일회용기 사용을 줄이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하면서 “포장재가 없는 매장이 많아져야 하고, 일회용기를 다회용기로 바꿀 수 있는 시스템 인프라를 지자체 전역에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무엇보다 소비자가 자신의 환경 실천에 만족하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적극성을 띨 때 자원순환 사회로 성큼 다가설 수 있다고 일깨워준다.

특히 홍 박사는 생산 단계에서의 변화가 핵심이라고 역설한다. 생산 단계에서 변화가 없으면 소비 단계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 즉, 플라스틱의 색깔·재질을 단순화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생산자들이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 이유다.

플라스틱 방앗간은 곡물을 가공해 식재료로 만드는 방앗간처럼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분쇄해 새로운 제품의 원료로 사용하는 곳이다. 플라스틱 방앗간이 활성화되면 재활용이 안 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감소하고, 업사이클링 제품도 만들 수 있다는 게 김자연 플라스틱 방앗간 매니저의 설명이다. 이 단체는 병뚜껑을 색깔별로 분류한 후 무료로 제공되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활용, 업사이클링 제품을 생산한다. 일반인들도 병뚜껑을 가져와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어 볼 수 있어 제대로 활용한다면 플라스틱 재활용에 도움이 클 것 같다. 이 단체는 지속적인 활동을 펼친 결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회적 변화 지원단체에 선정되기도 했다.

‘디프다 제주’ 회원들이 모은 제주 바다의 플라스틱 쓰레기. 사진은 ‘디프다 제주’ 인스타그램.
‘디프다 제주’ 회원들이 모은 제주 바다의 플라스틱 쓰레기. 사진은 ‘디프다 제주’ 인스타그램.

알맹상점은 우리가 삶 속에서 사용하고 있는 샴푸·세제 등 공산품의 용기를 없애고 리필할 수 있는 내용물[알맹이]만 판매하는 곳이다. 용기를 적극 분리 배출해도 대부분 재활용은 안 되고 쓰레기로 버려진다. 특히 화장품 용기는 용기 재활용이 되지 않는 ‘예쁜 쓰레기’다. 양래교 씨를 비롯한 환경실천가들은 국내 굴지의 화장품 회사 앞에서 재활용이 어려운 포장재를 사용함에도 ‘재활용 어려움’ 등급 표시를 면제받은 화장품 업계를 상대로 펼치는 시민환경운동인 ‘어택’을 통해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쓰레기를 재활용해 ‘보물’로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곳 중 한 곳은 스포츠 경기장이다. 관람하면서 음식을 많이 소비하기에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이 많다. 김동현 감독은 서울 잠실 프로야구 경기장을 취재했다. 서울 잠실야구장에는 매년 800만 명이 다녀간다, 관중들은 경기당 평균 4만 개의 일회용품을 사용하는데, 한 경기가 열릴 때마다 2톤의 쓰레기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곳에서도 환경실천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다회용기 대여 시범사업을 펼치며 환경을 지키려는 스타트업 ‘잇그린’이다. 이준형 ‘잇그린’ 대표는 잠실야구장 등지에서 다회용기를 무상 대여하고 반납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세척 후 다시 쓰고, 수명이 다한 용기는 재활용하고 있다. 고객들의 반응을 보면서 다회용기를 전면 도입해 자원순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게 그들의 목표다. 잠실종합운동장 환경미화원의 “음식물 과소비가 심하다.”는 짧은 한 마디는 큰 울림을 준다.

폐마스크·병뚜껑으로 업사이클링

김하늘 작가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마스크를 의무 착용하면서 소재가 종이나 부직포인 줄만 알다가 플라스틱의 한 종류인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이라는 걸 알고 난 후 재활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러 장을 녹여 보았고, 마스크가 단단한 물질로 변하는 걸 확인한 후 의자를 제작했다. 의자 한 개를 만드는데 폐마스크 1,500장이 사용됐다. 작업 시간은 10시간 가량. 그의 작품은 버려진 플라스틱을 창의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영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김 작가는 이 사실을 자신만 알고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주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있다. 폐마스크 외에도 재활용할 수 있는 소재는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 김 작가는 화장품 회사와 협업하며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을 홍보하고 있다. 그는 자신 외에도 폐자재를 소재로 작품활동을 해나갈 작가나 디자이너가 나올 것이라 기대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은 30% 수준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제로 웨이스트’는 모든 제품의 재사용으로 자원 수명 주기가 재설계 돼 폐기물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적을 두고 있다. 목표는 매립지나 소각장 또는 바다로 쓰레기를 보내지 않는 것이다. 2025년경이면 우리나라의 모든 쓰레기 매립장은 포화가 예상된다. 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우리 모두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다큐멘터리는 환경실천가들의 삶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이 환경보호를 나서야 한다고 독려한다.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경고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왼쪽부터) 코로나19로 마스크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쓰 고 버리는 폐마스크도 늘어났다. 바다 속에 폐마스크가 둥둥 떠다니고 있다. 김하늘 작가는 폐마스크를 녹여 의자를 만드 는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서울국제환경영화제〉. 김하늘 작가가 2020년에 개최한 온라인전시 회 ‘Stack and Stack’에서 선보인 폐마스크로 만든 의자.
(왼쪽부터) 코로나19로 마스크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쓰 고 버리는 폐마스크도 늘어났다. 바다 속에 폐마스크가 둥둥 떠다니고 있다. 김하늘 작가는 폐마스크를 녹여 의자를 만드 는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서울국제환경영화제〉. 김하늘 작가가 2020년에 개최한 온라인전시 회 ‘Stack and Stack’에서 선보인 폐마스크로 만든 의자.

“지구에 무해한 삶 살자”

변수빈 ‘디프다 제주’ 대표는 바다에 들어가면 두통이 없어진다. 그는 항상 바다에서 위안을 얻고, 에너지를 받는다. 그래서 바다를 지켜야 한다는 굳은 사명감을 갖고 있다. ‘지구에 무해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그는 늘 자신이 지구에 사는 생명체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생각한다.

김하늘 작가도 ‘개개인이 좀 더 노력해 힘을 발휘할 때 기업이, 나라가, 세상이 바뀌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하며 그간 해 온 작업을 더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김동현 감독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플라스틱 재활용 문제의 심각성을 보다 깊게 알게 됐다. 그러면서 여러 환경실천가의 사례처럼 앞으로 주변 환경부터 조금씩 바꾸어 나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날로 심각해지는 플라스틱 오염은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는 그의 희망을 갉아먹지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동료들은 큰 힘이다. 그는 개인의 작은 실천이 한데 모이면 환경보호에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 확신한다.

날로 뜨거워지는 지구, 폭염과 폭우 등 기상이변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인류는 막대한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입고 있다. 우리의 지구를 위해, 결국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김동현 감독은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묻는다.

“저와 함께 하시겠습니까(Will you join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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