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설산 아래 메마른 회색조의 산과 언덕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마치 깊은 잠에서 깨어나 또 다른 꿈의 세계에 머물고 있는 듯 고요히 앉아있다. 꿈의 실제인지 삶의 허상인지 구분조차 무의미해지는 곳, ‘오래된 미래’라고 불리는 라다크(Ladakh)는 그렇게 서 있다. 황량한 자연 풍광은 대지의 어둠과 밝음에 온전히 순응하는 동시에 대지의 근원은 온전히 스스로의 것임을 다짐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현재 라다크 지역 인구의 다수를 구성하는 티베트 불교도인 난민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종교와 일상이 하나 된 티베트 난민공동체높고 낮은
현대 유럽불교는 단계별 발전과정을 거쳐 현재의 모습에 이르렀다. 19세기 후반까지는 보편적 신앙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영국을 중심으로 일부 식자층의 학문적 관심이 주를 이루었고, 세계 1·2차 대전 이후 유럽인들은 새로운 가치관과 삶의 지침을 찾아 서서히 불교의 가르침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또한 전후 베트남 등 아시아의 불교문화권 국가에서 정치적 망명자가 유입되면서 유럽 내 불교 신자 수의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20세기 중·후반기를 거쳐 불교에 대한 유럽 현지인들의 관심은 꾸준히 증가했고, 현재 여러 종단이 유럽에서 점점
귀주사(歸州寺)는 함경남도 함흥군 북주동면 경흥리(현 함경남도 함흥시 회상구역 경흥동) 설봉산(雪峯山)에 있었던 절이다. 고려 문종(재위 1019~1083) 때 붕현 선사(鵬顯禪師)가 ‘정수사(淨水寺)’라는 사명(寺名)의 수행도량을 지었는데, 고려 말에 이성계(李成桂, 1335~1408)가 잠저(潛邸, 임금이 되기 전에 살던 집)에 있을 때 머물며 공부했다고 전한다. 그 인연으로 1401년(태종 원년)에 왕실 원당사찰로 중창하고 ‘귀주사’로 개칭했다.1878년(고종 15년)에 화재로 대부분의 전각이 소실되는 피해를 입었는데, 이듬해
[특집] ➊ 연기법과 현대 우주론 ― 글 김성구평행우주는 영원히 존재하는〈법화경〉의 우주관 연상시켜아인슈타인의 우주적 종교종교와 과학은 그 영역과 목적 및 진리의 탐구방법이 분명히 다르다. 그리고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종교적 진리와 과학적 진리를 상호비교하고 해석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나 종교적 진리와 과학적 진리가 다르지 않다고 본 과학자들도 상당수 있다. 그들 중 대표적인 사람은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이다. 아인슈타인은 “과학의 영역에서 오는 참신한 생각들은
불교는 전파 시기와 문화권에 따라 크게 남방불교·북방불교·금강승불교로 구분한다. 남방(상좌부)불교는 주로 스리랑카·캄보디아·태국·미얀마 등 동남아 문화권으로 퍼져나가 부처님 재세시의 문화인 탁발을 이어오고 있는데, 요즘도 새벽에 탁발을 나가 “신도가 주는 음식을 차별 없이 받고 먹으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오후불식도 지킨다.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과 일본에 전파된 북방불교는 추운 날씨의 영향으로 탁발이 어렵고, 산물이 풍부해 사찰음식이 발달했다. 남방불교와 달리 육식과 오신채를 금하는 계율이 있고, 하루 세 끼 공양을 기본
코로나19로 어수선한 세상에서 우리는 미래에 관한 생각과 꿈을 상당 부분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루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사람들도 제대로 일할 수 없는 경우에는 미래에 대한 막막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그 가운데 들려오는 일부 정치인들의 막말과 사회지도층에 속한다는 사람들의 파렴치한 언동은 말 그대로 짜증과 함께 우리 사회의 ‘윤리적 타락상’을 온몸으로 느끼게 하는 계기를 지속적으로 제공한다.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보면 이런 ‘윤리적 타락상’ 속에는 ‘정말 윤리적으로 타락한 것
인터넷 포교 선도자30년 전 ‘천불동’ 개설해온·오프라인서 신심 키워‘천불동(천리안 불교동호회)’이라는 말을 들으면 마음 한편에서 아스라한 애틋함이 솟아오른다. 부처님오신날에 연등 값을 내며 비빔밥 한 그릇으로 1년치 법연(法緣)을 때우고, 관광지 사찰의 대웅전 앞에서 삼배나 올리고 말았을, 그저 그런 중년 사내를 절 집 안마당으로 이끌어 준 소중한 인연이 바로 ‘천불동’이다. 다만 ‘천불동’에서 기세 좋게 피워 올렸던 젊은 날의 열정과 약속을 오롯이 지켜내지 못한 지금 내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그런 필자에게 PC통신 ‘천리안 불
몽골을 대표하는 종교는 불교다. 몽골은 법으로 종교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데, 종교인구의 87%가 불교를 신앙한다. 몽골불교는 라마불교 전통을 잇고 있는데 하루 세끼 공양을 허용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스님이 오후불식을 한다. 음식도 특별히 가리지는 않는다. 최근 채식을 선호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으며, 불교 기념일에는 엄격히 채식을 지킨다.종교인구 중 87%가 불교 신앙몽골은 모든 사람에게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몽골의 ‘국가와 종교법인 관계법’ 제3조(몽골 국민의 신앙의 자유) 제1항에는 ‘어떤 종교를 믿든지 믿지 않든지 그것은
독일 베를린은 젊고 에너지 넘치고 이색적인 도시이다. 기술과 규칙의 나라로 알려진 독일의 수도이지만 통상적인 독일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독일에 살다보면 “베를린은 독일이 아니다.” 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만큼 베를린은 수도이긴 하지만 평범한 소위 ‘독일인다운 삶’에 만족하지 못한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도시이고, 따라서 현지인들은 베를린을 독일답지 않은 도시라고 여긴다.불교 모티브, 도시 곳곳에최근 수년 간 자본이 모이면서 월세가 껑충 뛰고 꾸준한 재개발로 본연의 모습을 잃었다는 평이 많지만 아직까지 베를린은 정치적으로 진보적
캄보디아에는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이 여러 개 있다. 그 중 캄보디아를 대표하는 전통극예술은 크메르(Khmer)의 전통춤으로 ‘캄보디아 왕실 발레’ 또는 ‘압사라(Apsara)’로 불리는 ‘캄보디아 왕실 춤극(Royal ballet of Cambodia)’이다. 이번 호에 소개하는 ‘왓 스베이 안뎃의 르콘 콜(Lkhon Khol Wat Svay Andet)’은 캄보디아 왕실 춤극에 비견되는 가면극으로,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캄보디아 불교는 기원전 3세기 인도 마우리아 왕조(Maurya dynasty, B.
소외계층 지원으로 시작해사찰과 산하시설로 확대‘천태종 촘촘 방역’ 주인공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덮은 지 1년 9개월. 누적 확진자가 20만 명을 넘는 등 우리나라도 확진자 감소와 증가를 반복하며 큰 시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방역 비상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종교시설발 집단 확진까지 발생해 국민들의 불안은 더욱 높아졌다. 이 와중에서도 불교계는 정부의 시책을 준수하며 종교계의 방역 모범사례로 꼽혔다. 특히 천태종은 사찰과 산하시설 방역은 물론 소외계층을 위한 방역물품 후원에도 적극 나서 귀감이 되고 있다. 그 중심에
부산에서의 본격적인 여고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바다는 익숙하게 내 곁을 지켰고, 내가 살고 있는 초량동의 작은 골목을 넘어 내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하숙집에서 내가 입학한 남성여고를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부산고등학교 앞을 지나가야 했습니다.부산고 옆 하숙집두말할 것도 없이 나는 등교하기위해 길을 메우고 올라오는 부산고등학교 남학생들과 만나게 됩니다. 이것은 보통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내게는 말입니다. 남학생들은 나를 눈여겨보지도 않는데 가슴이 뛰곤 했으며, 모든 남학생들이 나만 바라보는 것 같아 늘 얼굴이 빨간 빛이
여러 보살들이 문병 사절 부촉을 사양하다• 무대 - 인도 바이샬리 성• 주요 등장인물 – 부처님, 미륵보살, 광엄동자, 지세보살, 장자의 아들 선덕.• 주요 전개과정부처님께서 미륵보살 등 여러 보살들에게 유마거사에게 문병 사절로 가라고 부촉(咐囑)하신다. 여러 보살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 임무를 감당할 수 없다고 사양한다.미륵보살(彌勒菩薩)은 수기에 관한 이야기로 유마거사에게 꺾였다.광엄동자(光嚴童子)는 보리의 도량에 관한 유마거사의 가르침을 받았다.지세보살(持世菩薩)은 마왕 파순과의 관계에서
뾰족한 코와 입, 불안하게 떨리는 귀, 가녀린 몸통과 사지, 그리고 풍성한 꼬리를 지닌 내 몸 위로 향기로운 꽃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방금 하늘의 신들이 떠나가면서 내게 준 선물입니다.나는 여우입니다. 나는 이제 곧 숨을 거둘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 눈에는 꽃에 뒤덮인 채 죽어버린 야생여우 한 마리만 보이겠지만 나는 하늘의 신이 내려 준 꽃비를 맞으며, 또 다른 보은의 삶을 살아갈 참입니다.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우물에 빠진 여우며칠 전 일입니다. 들판을 다니는데 묘한 불안감이 나를 덮쳤습니다. 흘낏 뒤를 돌아보니
초기경전을 보면 부처님께서 육신의 질병이나 육체적인 피로로 고생하시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부처님께서 등병으로 인해 법문을 하시지 못하거나 마치지 못하는 안타까운 장면을 접하게 된다. 부처님의 등병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말년까지 계속 앓으셨던 것으로 보인다.부처님, 등병을 앓으시다한때 부처님께서 카필라바스투(Kapilvastu, 迦毘羅衛)에서 석가족 사이에 머물고 계셨다. 그 때 새로운 영빈관이 막 지어졌는데, 아직 그 누구도 그 영빈관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카필라바스투 석가족 사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서 10월 10일까지성聖’·‘아雅’·‘속俗’·‘화和’ 네 가지 키워드문화재, 근·현대미술 자료 등 250여 점 ‘DNA: 한국미술 어제와 오늘’전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10월 10일까지 열린다. 이번 기획전은 ‘한국의 미란 무엇인가’를 화두로 불교미술을 비롯해 한국문화재와 근·현대 미술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색적인 전시회다. 국보·보물 등 문화재 35점, 근·현대미술 130여 점, 자료 80여 점이 선보인다. 문화재전문 사진작가인 故 한석홍의 ‘경주 석굴암 석굴 사진’과 비디오아트 선구자인 故
‘빈 의자 기법’은 현실에서 특정 대상과 마주하기두려워하는 내담자에게치료실에서 상상을 통해그 사람과 마주 앉아 대면해보도록권유하는 기법이다.내담자는 마주하기 어려웠던 사람이빈 의자에 앉아 있는 상상을 하고,실제 대면이라면 하기 어려웠을 대화를 나눈다.이 기법은 프리츠 펄스가선(禪)불교의 면벽수행에서착안한 것이라고 전해진다.“당신의 앞에 놓여 있는 빈 의자를 한참 바라봅니다. 이제 당신이 실제로 만나기 어려워하는 그 사람이 앞에 있는 그 의자에 앉는다고 상상하세요. 그분이 아버지인가요?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이제 아버지에게 말하고
〈초기불교교단과 계율〉을 쓴 사토 미츠오(佐藤 密雄)는 다이쇼(大正)대학 교수와 학장을 지냈다. 저서로 〈원시불교교단의 연구〉·〈대승경〉·〈율장〉 등이 있다. 이 책을 번역한 김호성 선생은 “평생 초기불교와 계율에 대해 연구한 필자가 방대한 율장의 문헌을 정리하여 불교교단의 성립과 계율 그리고 승가의 구성원으로서 지녀야 할 여러 가지 생활규범에 대하여 쓴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이 책은 비구·비구니 계율과 실제 교단의 운영과 규범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한국불교의 비구·비구니계는 〈사분율〉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기
‘백제금동대향로(百濟金銅大香爐)’는 중국의 박산향로에서 그 모태를 찾을 수 있지만, 백제의 독창성과 뛰어난 조형성을 담아낸 백제 금속공예기술의 최고 걸작이라 말할 수 있다.이 향로는 백제가 패망하던 서기 660년 6월 사비(현 부여) 능산리 절터[陵寺址]에 묻혔다가 1993년 12월 발견됐다. 발굴 당시 향로는 진흙 속에 묻혀 있었던 덕분에 녹이 슨 흔적도 없었고, 부식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흐른 만큼 청동에 도금을 했을 당시의 찬란한 황금빛은 퇴색했고, 조각의 섬세함은 무뎌져 있었다. 그 본래의 아름다움을 되살려 백
장안사(長安寺)는 강원도 회양군 장양면 장연리(현 강원도 금강군 내 금강리)의 장경봉(長慶峯) 아래 위치했던 고찰이다. 551년 고구려 혜 량(惠亮) 법사가 신라에 귀화하면서 왕명으로 창건했고, 773년에 진표(眞表) 율사가 중수했다.970년에 화재로 소실된 것을 982년에 회정(懷正) 선사 등이 중건했 다. 1343년에는 원나라 순제(順帝)의 황후 기씨(奇氏)가 사찰을 중 창했다.조선시대에도 여러 차례 영건(營建)활동이 이어졌으며, 1728년에 묘현(玅玄) 선사가 사찰을 중창하면서 대가람의 면모를 갖췄다. 김 홍도(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