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월간금강
전생 업으로 인한 붓다의 수난5_등병을 앓은 까닭씨름 상대의 척추를
다치게 한 과보 받아

초기경전을 보면 부처님께서 육신의 질병이나 육체적인 피로로 고생하시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부처님께서 등병으로 인해 법문을 하시지 못하거나 마치지 못하는 안타까운 장면을 접하게 된다. 부처님의 등병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말년까지 계속 앓으셨던 것으로 보인다.

부처님, 등병을 앓으시다

한때 부처님께서 카필라바스투(Kapilvastu, 迦毘羅衛)에서 석가족 사이에 머물고 계셨다. 그 때 새로운 영빈관이 막 지어졌는데, 아직 그 누구도 그 영빈관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카필라바스투 석가족 사람들은 세존께 가서 절을 하고 부처님께 요청했다.

“부처님, 새로운 영빈관이 저희들 석가족에 의해 막 완공되어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먼저 쓰십시오. 부처님께서 먼저 쓰시면 저희들에게 장수와 행복이 늘어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침묵으로 승낙하셨다. 부처님의 승낙을 받은 석가족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신축 영빈관으로 갔다. 그들은 부처님을 맞이하기 위해 깔개를 깔아 자리를 마련하고 물그릇과 기름 등을 준비했다. 부처님께서는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비구들과 함께 영빈관으로 가셨다. 도착하자마자 부처님은 발을 씻고 영빈관에 들어가 등을 중앙 기둥으로 향하게 하고, 동쪽을 향해 앉았다. 비구들은 발을 씻고 영빈관에 들어가 등을 서쪽 벽으로 향하게 하고 동쪽을 향해 앉았다. 카필라바스투 석가족 사람들은 발을 씻고 영빈관에 들어가 서쪽을 바라보고 등을 동쪽 벽을 향하게 하고 앉았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그날 저녁부터 시간을 보내시면서 법으로 석가족 사람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법을 설하시다가 멈추고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아난다여! 수행을 하는 사람에 대해 카필라바스투 석가족 사람들에게 설명해 주어라. 나는 허리가 아프다. 나는 쉬어야 하겠다.”

그러고 나서 부처님께서는 겉옷을 네 겹으로 접어서 깔고 오른쪽으로 누워서 사자(獅子)가 자는 자세를 취하였다. 한 발을 다른 발 위에 포개어 얹고, 알아차림과 깨어있음을 유지하며 일어날 시각을 정하였다. 아난다는 부처님을 대신해 석가족에게 △계학 △감관제어 △음식조절 △사선(四禪) 등에 대해 설명했다.

석가족이 영빈관을 새로 짓고 부처님을 모셔서 법문을 듣고자 초청했을 때의 이야기이다. 이런 특별한 경우를 맞아 부처님께서는 신축된 영빈관에 가서 석가족에게 법문을 하셨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날 부처님께 등병이 발병하여 법문을 끝내지 못한 채 아난다에게 대신 법문을 하도록 당부하고 있다. 어쩌면 초청받는 날 이미 등병이 발병하였는지도 모른다. 부처님께서는 석가족의 초청을 물리치지 못하고 응하였지만 끝내 당신이 법문을 완료하지 못한 것이다.

위의 경전내용과 유사한 경전내용은 또 있다. 여기에서는 비구들에게 할 법문을 마하 목갈라나에게 대신하도록 당부하고 있다. 부처님께서는 밤새도록 석가족 사람들에게 법문을 들려주신 후 그들이 편안하게 귀가하도록 했다. 석가족 사람들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처님께서는 마하 목갈라나 존자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마하 목갈라나여! 여기 비구들은 모두 졸음과 나태에서 벗어나 있다. 원한다면 비구들에게 법문을 하거라. 나는 등이 아파서 푹 쉬어야 하겠다.”

마하 목갈라나의 승낙을 듣고 부처님께서는 편한 자세로 쉬게 된다. 세존께서는 겉옷을 네 겹으로 접어서 깔고, 사자의 누운 자세로 오른쪽 옆구리로 눕고, 한 발을 다른 발로 겹쳐 놓으시고, 정념(正念)하고 정지(正知)하셨다.

<삽화=필몽>

씨름왕과의 대결

현생에 등병으로 고생하신 원인은 전생에 어떤 사람의 척추를 다치게 한 것이라고 문헌에는 전하고 있다. 먼저 동남아시아 불교 문헌을 살펴보자.

아주 먼 과거에 보살은 부유한 집에 태어났다. 키는 다소 작은 편이었지만 큰 힘을 부여받았다. 그 당시 인도 전역을 휩쓸고 다니는 씨름왕이 있었다. 그는 모든 마을을 돌아다니며 상대 선수를 한 명씩 물리치고 있었는데, 마침내 보살이 살고 있는 마을에 이르렀다. 이곳에서도 씨름왕은 마을의 장사들을 모두 정복하고 자랑스럽게 떠날 준비를 했다.

그때 보살은 생각했다.

‘저 사람이 여기 내가 머물고 있는 마을에서 승리를 거두고, 떠나가려고 한다. 우리 마을 장사들이 비참하게 모두 패배를 당했다. 그냥 보낼 수는 없다.’

보살은 씨름왕에게 다가가 말했다.

“그대는 이대로 여기를 떠날 수 없다. 나와 싸우고 나서야 그대는 떠날 수 있다.”

씨름왕은 팔짱을 끼고 보살의 도전을 비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덩치가 거대한 놈들도 하늘에 던져 내동댕이쳤다. 이렇게 키가 작은 난쟁이와는 한 손으로도 싸울 수 없다.”

거친 말을 교환한 두 사람은 서로의 팔을 잡고 싸웠다. 보살은 그를 들어 올려 공중에서 집어 휘젓고 땅바닥에 던져버렸다. 보살은 바닥에 떨어진 씨름왕을 다시 집어 들고 땅바닥에 던져 씨름왕의 척추를 부러뜨렸다.

이 광경을 지켜본 마을 사람들은 모두 환성을 지르며 옷과 장식물 등을 보살에게 승리의 선물로 주었다. 보살은 씨름꾼을 똑바로 눕히고 등뼈를 곧게 펴고 나서 말했다. “여기를 떠나라. 그리고 앞으로는 이와 같이 거만하게 행동하지 말라.”

이상의 팔리어 문헌 내용에 의거하면 보살은 거만한 씨름왕과 대결하면서 씨름왕의 척추를 다치게 한 과보로 인해 이번 생애에 정각을 이루고 나서도 등병을 앓게 되었다.

<삽화=필몽>

데바닷타와의 전생 악연

한역 문헌에는 등병의 원인을 약간 다르게 설명하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아득하게 멀고 오래전 세상에 왕사성에서는 큰 명절이 되면 장사들이 모두 참여하는 씨름대회가 열렸다. 그때 두 명의 장사가 최종적으로 겨루게 되었다. 한 명은 크샤트리아 출신의 장사이고, 다른 한 명은 바라문 출신의 장사였다. 그런데 대결에 앞서 바라문 장사가 크샤트리아 장사에게 은밀한 제안을 했다.

“그대가 나를 쓰러뜨리지 아니하면, 나는 장차 그대에게 많은 돈과 보물을 주리라.”

제안대로 크샤트리아 출신의 장사는 시합에서 힘을 쓰지 않고, 일부러 바라문 출신의 장사에게 굴복을 당하였다. 두 장사는 모두 칭찬을 받았고, 왕의 상을 받았다. 하지만 바라문 장사는 끝내 크샤트리아 장사에게 약속한 것을 주지 않았다.

그 이후 다시 명절이 다가오고 다시 씨름대회가 개최되었다. 바라문 장사는 또다시 크샤트리아 장사를 향해 이전과 같은 제안을 했다. 크샤트리아 장사는 또 제안을 받아들였다. 크샤트리아 장사는 일부러 바라문 장사에게 힘겹게 패하는 척했다. 결국 바라문 장사는 최종시합에서 이겨 큰 상을 받게 되었으나, 이번에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다음 명절이 다가왔을 때 또 씨름대회가 열렸고, 이전과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크샤트리아 장사는 바라문 장사의 말에 속아 일부러 패배를 당했고, 바라문 장사는 이겼지만 보답을 하지 않았다. 크샤트리아 장사는 바라문 장사의 거짓말에 세 번이나 속은 것이다.

세월이 지나 명절이 다가왔다. 바라문 장사는 크샤트리아 장사에게 네 번째 제안을 했다.

“지난 번 주지 않았던 것을 이번 것과 함께 모두 한꺼번에 보답할 것이다.”

크샤트리아 장사는 생각했다.

‘이 사람은 나를 여러 번 속이며, 나에게 보답하지 않았을 뿐더러 내가 받아야할 몫까지 침범했다. 나는 오늘 그를 없애버리리라.’

크샤트리아 장사는 건성으로 웃으면서 말했다.

“그대는 나를 세 번이나 속였다. 이제는 다시 그대의 거짓말에 현혹되지 않겠다.”

그리고 곧 오른손으로 상대의 목을 누르고 왼손으로는 사타구니를 붙잡고서 두 손으로 오그라뜨렸다. 그러자 등골뼈가 꺾이는 것이 마치 사탕수수 꺾이듯 했다. 크샤트리아 장사는 상대를 높이 들어서 세 번을 돌리고 많은 사람들이 보게 한 후 땅에 쓰러뜨렸다. 그리고 크샤트리아 장사는 승리하여 큰 상금을 받았다.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에 바라문 장사를 쓰러뜨려 죽인 크샤트리아 장사가 바로 지금의 나다. 저 바라문 장사는 바로 현재의 데바닷타이다. 나는 그때 탐욕과 분노 때문에 바라문 장사를 쓰러뜨려 죽였는데, 이 악업 때문에 지옥에 떨어져 불에 타고 매를 맞으며 수천 년 동안을 지냈다. 이제 나는 이미 정각을 이루고 모든 번뇌를 다했지만, 그때의 남은 악업으로 이 등골뼈에 병이 생겼다.”

부처님께서는 전생에 남은 악업의 과보 때문에 등골뼈에 병환이 생기게 된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일체중생을 위해 헤아릴 수 없는 선업을 지었는데도 오히려 과거 악업의 과보를 면하지 못하셨다. 그런데 하물며 우리 범부중생들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등병으로 누우시는 모습을 보면서 업보의 엄격한 법칙이 부처님을 포함해 모든 중생에게 적용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므로 다른 중생을 괴롭히는 악업을 짓지 말아야하는 것이다. 설령 상대가 나쁜 짓을 하더라도 폭력을 사용해 괴롭히거나 죽여서는 안 된다.

한편 우리는 또 하나의 교훈을 새길 수 있다. 부처님께서도 사대(四大)의 몸을 가지고 있는 이상 질병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다. 부처님께서는 한량없는 공덕을 성취하셨는데도 질병에 걸리게 되었거늘, 하물며 우리 중생들이 질병 없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안양규 ―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불교학부 교수. 서울대 종교학과 졸업 후 동국대 불교학과에서 학사,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철학박사를 취득했다. 일본 동경대(東京大) 외국인연구원, 서울대학교 종교문제연구소 특별연구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문화대학장·불교문화대학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불교상담학회장을 맡고 있다. 주요 역·저서로 〈행복을 가져오는 붓다의 말씀〉·〈붓다의 입멸에 관한 연구〉·〈The Buddha’s Last Days〉 등이 있다.

글 안양규  ggbn@ggbn.co.kr

행복을 일구는 도량, 격월간 금강(金剛)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글 안양규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