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불교계에서 학인 스님들의 설법대회와 염불대회가 잇달아 열렸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스님의 설법을 듣는 데 익숙했던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는 시간이었다. 신세대 스님들의 노래와 연행이 어우러지고 가요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아 부르는가 하면, 염불대회에 ‘랩 하는 스님’이 등장해 환호를 받기도 했다. 젊은이들과 친근하게 소통하는 불교가 되려면 스님들의 설법도 다양하게 열려 있어야 한다는 데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중생 눈높이에 맞춘 설법이처럼 ‘중생의 눈높이에 맞춘 설법’은 불교의 역사와 함께하는 것이었다. 근기가 다르고 수행
굶주린 어미 호랑이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때 무슨 정신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이레 전에 새끼 일곱 마리를 낳은 참이었습니다. 녀석들은 나오자마자 본능적으로 젖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젖은 단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몇 날 며칠을 아무 것도 먹지 못했습니다. 까무룩 정신을 놓쳐버리는 일도 일어났습니다.호랑이는 모든 동물이 두려워하는 맹수입니다. 사납고 잔인하고 재빠르고도 유연하고 뒷다리로 우뚝 설 때면 그 큰 몸집에 밀림의 모든 동물들이 겁에 질려 움쭉달싹 못하지요. 밤에도 낮과 다름없이 활동하고 헤엄도 잘 쳐
평지가 언덕이었을지도히말라야보다 높은암벽이었을지도작은 충만, 작은 기쁨이기는 했을 것이다. 딸에게 처음 받아본 작은 돈은 그냥 돈이 아니다. 딸이 상금으로 받은 그 작은 돈은 절대적 충족이며, 기쁨이며, 더할 나위없는 위로이며, 그리고 어머니에게 새롭게 등장한 희망이었다.‘희망’이라는 단어는 어머니에게 아주 멀리 있거나 잔인하게 사라지고 없는 단어였다. 그 작은 축제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것은 사실 내게 있어 큰 부담으로 작용되었고, 어머니는 ‘희망’이라는 항아리에 거대한 무게를 날마다 기도로 쌓아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딸의
∷ 무대 _ 인도 바이샬리 성∷ 주요 등장인물 _ 유마거사, 문수보살, 사리불. 수미상 세계의 수미등왕불∷ 함께 한 대중 _ 많은 보살대중과 성문대중∷ 주요 전개 과정사리불이 유마거사의 좁은 방에 앉을 자리가 없음을 걱정한다. 유마거사는 그런 사리불에게 “법을 위해서 왔느냐? 자리를 찾으러 왔느냐?”고 묻는다. 사리불이 “법을 위해서 왔다.”고 대답하자 유마거사는 “법을 구하는 이는 목숨도 돌보지 않는데 하물며 자리를 찾겠는가?”하고 말한 후 역설적으로 “법을 구하고 싶다면 어떤 법도 구하
중국집 정원내가 가끔 들르는 중국집이 있다. 이 중국집은 꽤나 이름이 나서 인근에서 일부러 사람들이 찾아오곤 한다. 중국집 사장님은 중식도와 중국식 웍(Wok)을 능수능란하게 다루고, 손으로 직접 쳐서 쫄깃하고 고운 면을 만든다. 그 아들이 장성했으니 연세가 꽤 많으실 텐데도 기운이 넘쳐난다. 게다가 이 사장님은 수석과 분재에도 취미가 있어 중국집 마당에 제법 그럴싸한 돌과 화초와 나무를 가꾸어 놓았는데, 그 공간에 발을 들여놓으면 마치 작은 골짜기에 서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이다. 제주에서 자라는 야생의 이끼류나
뉴질랜드는 오스트레일리아와 태즈먼 해를 사이에 두고 동쪽으로 1,500km 떨어져 있고, 태평양 섬들로부터 대략 1,000km 떨어져 있다. 인간이 발견한 지구의 마지막 섬 중 하나였을 것 같은 뉴질랜드는 ‘아오테아로아(Aotearoa)’라고도 불린다. 원주민이 사용하는 마오리어로 ‘흰 구름이 길게 펼쳐진 땅’이란 뜻이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한적하게 흘러가는 흰 구름, 그 천연의 풍경으로 인해 뉴질랜드를 ‘지구의 의약상자’라고 일컫기도 한다.그래서일까? 뉴질랜드는 2021년 유엔이 분류한 선진 32개국 중에서 환경문제를 국가 최
불상에 새기고 경판에 녹여낸지극하고 절실한 바람[發願]의 기록소원은 누구에게나 있다. 생일날 케이크 촛불을 끄며 소원을 빌기도 하고, 정월대보름에 달을 보며 소원을 빌기도 한다. 요즘 우리의 공통된 소원은 하루빨리 코로나19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소원, 즉 간절한 바람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다. 소원 가운데 불교적 신앙을 바탕으로 하는 개인 또는 한 사회의 바람을 ‘발원(發願)’이라고 하는데, 이 바람을 글로 남긴 것이 ‘발원문(發願文)’이다.불사(佛事)는 사찰이나 석탑을 건립하거나 불상과 불화를 봉안하고 의식을 행
정광사 다니며 봉사활동“새내기지만 언젠가는유능한 복지사 될래요!”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국민의 이 같은 권리를 지켜주는 최전선이 바로 전국에 산재해 있는 복지시설이다. 천태종복지재단 소속 20여 시설에서 종사하는 임직원은 모두 80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은 매일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희진(25) 사회복지사도 그중 한 명이다. 지난해 1월 대전 유성실버복지센터에 입사한 김 복지사를 만나 직장생활의 보람과 애환을 들어봤다.봉사활동 하며 키운 꿈대전 유성실버복지센터(센터
“깨달음 통해 자유 찾듯자유로운 재즈 찾아음악으로 수행 할래요”재즈(Jazz)는 19세기 말 미국의 흑인 민속음악과 클래식·행진곡 등이 만나 형성된 음악장르다. 다양한 요소와 섞이며 발전했는데, 블루스·비밥·펑크·라틴음악 등을 아우른다. 재즈의 가장 큰 특징은 ‘자유로움’이다. 정해진 형식에 얽매이기 보다는 독창적이고 즉흥적인 성격이 강해서 같은 곡도 연주자의 스타일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매력이 있다.우리나라에는 1926년 코리안재즈밴드가 공연을 통해 재즈를 선보인 뒤 1950년대부터 조금씩 알려졌고, 이후 몇몇 재즈클럽이 생겨났
실재성 모호한 한산자불교적 가치관 아래풍부한 인생 경험 담아한국의 옛 선시(禪詩)로부터 현대시에 이르기까지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는 중국의 불교시가 있다. 이는 중당시대(中唐時代, 766~835) 선비 계층의 인물로 오랜 방황을 거듭한 끝에 정신적 이상향에 정착한 한산자(寒山子)라는 전설적인 은자가 지은 시로 보인다. 그가 천태산(天台山)의 나무와 바위에 써놓은 시를 국청사(國淸寺)의 스님이 편집했다고 전해지는데, 바로 〈한산시(寒山詩)〉이다. 한산자가 지었다고 전해오는 300여 수 외에 풍간(豊干)의 작품 2수, 습득(拾得)의 작
소나무는 종류가 많고, 불리는 이름도 다양하다. 소나무 줄기 중앙의 색으로 구분하면 붉은 빛이 도는 홍송(紅松), 검은색의 흑송(黑松), 그리고 쑥색에 가까운 백송(白松)이 있다. 홍송은 내륙에 많이 자라서 ‘육송(陸松)’으로도 불리고, 흑송은 바닷가에 많아 ‘해송(海松)’·‘곰솔’로 불린다. 또 그 생김새에 따라 아래부터 줄기가 갈라지는 ‘반송(盤松)’, 줄기가 위로 뻗지 못하고 아래쪽으로 늘어지는 ‘처진소나무’가 있다.소나무는 기름진 땅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성장속도가 느리다보니 빨리 자라는 활엽수에 가려 제대로 생육하지
불기 2566년 임인년(壬寅年) 새아침이 밝았다. 새로운 기대와 희망은 항상 가슴 설레는 일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지난해의 시련과 아픔을 딛고 도약과 발전을 위한 결의를 다지며 새해를 맞는다. 하지만 여느 해와 달리 올해는 새해를 맞는 감회가 기쁘지만은 않을 듯하다. 인류를 시름 속에 빠뜨린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일상생활을 절망과 낙담으로 몰고 간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사태는 해를 넘겼다고 해서 쉽게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여러 가지 코로나 백신이 개발돼 집단면역 체계가 만들어지나 했지만 기존 코로
도쿄올림픽에 이어 열린 패럴림픽이 지난 9월 5일 일본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진행된 폐회식을 끝으로 13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패럴림픽에서 말하는 신체적 장애란 근육의 손상(하반신 마비와 사지마비·근육 영양장애·포스트소아마비증후군·척추파열), 수동적 운동장애, 사지결핍(절단과 사지 이상), 다리 길이의 차이, 짧은 신장, 긴장 과도, 운동 실조, 시각장애, 지적장애, 정신장애를 포함한다.장애는 업, 잘못된 해석그렇다면 부처님께서는 장애를 어떻게 보셨을까? 여기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방귀희 선생이 지난 8월에 출간한 〈불교의 복지사상
2019년 4월 30일 익산 미륵사지(彌勒寺址, 사적 150호)에서는 서탑(西塔) 복원 준공식이 열렸다. 20세기 초 일본에 의해 콘크리트로 덧씌워져 있던 미륵사 서석탑이 복원되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런데 1992년에 9층으로 복원된 동쪽 석탑(미륵사지 9층 석탑)과 달리 서쪽 석탑(미륵사지 석탑, 국보 제11호)은 6층으로 복원됐다. 그리고 두 석탑 가운데 목탑이 존재했다가 일찍이 소실됐다.미륵사 석탑의 복원1992년 당시 정부는 미륵사 동탑 복원을 추진했다. 석탑의 원형을 알려주는 문헌이나 그림이 전혀 남아 있지 않
왜 온실 안은 따뜻한가?햇빛이 유리창을 통과하면서 실내 온도를 높이고 온기가 보존되기 때문이다. 유리창은 햇빛을 통과시켜 실내를 데우기도 하지만 또 한편 외부의 찬 공기와 맞닿아 열기를 내보내기도 한다. 이렇게 실내 온도를 조절해서 식물들이 자랄 수 있도록 한다. 온실 안이 너무 더울 때면 환기창을 열어 온도를 내리기도 한다.우리가 사는 지구도 온실과 같은 원리로 적당한 온도를 유지해 인간을 비롯해 동식물이 살아간다. 그래서 이를 온실효과(Greenhouse effect)라고 표현한다.수명은 온기가 있으므로 존재하고 온기는 수명이
이인 2019년 作검은, 어떤 것_98.5x70cm_종이에 혼합재료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29세에 카필라바스투 왕궁에서 나와 출가를 했다. 이후 남하하는 여로에서 수많은 수행자를 만난다. 그중 두 명의 수행자로부터 선정을 배운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부처님께서는 매우 짧은 기간에 그들의 수행경지에 이르렀고, 그 경지가 생사 해결의 지점이 아님을 알고 그들 곁을 떠난다. 곧 가야 근처에 와서 다섯 수행자와 함께 격심한 고행을 하게 된다. 부처님의 고행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육신의 고통이었고, 아울러 6년의 고행 기간도 매우 길었다. 왜 부처님께서는 6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고행을 자처했을까
칼 로저스는인본주의 심리학에 기반을 둔‘사람중심 상담’의 창시자이다.그는 당시 정신분석과 행동주의사조를 따라가던 심리치료의 방향을내담자 중심의 상담으로 바꿔놓았다.그는 도교와 불교, 그중에서도선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이로 비춰볼 때, 그의 이론에선불교가 스며있다고 해도놀랄 일은 아니다.운전을 할 때 내비게이션(길도우미)의 안내에 따라 목적지를 찾아가는 게 당연한 일상이 된지 이미 오래다. 십수 년 전만 해도 지도를 보거나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가며 목적지를 찾아갔지만, 요즘 내비게이션에 의지하지 않고 초행길을 떠나는 이는 거의 없
황경환(71·법명 無塵) (사)21세기 불교포럼 공동대표는 ㈜진양유조선과 ㈜경주아이씨에스를 경영하고 있는 중견사업가이자,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지금도 불교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고, 노력하는 신심 깊은 불자다. 그는 초기불교의 매력에 흠뻑 빠져 초기불교 공부와 함께 다양한 후원활동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황경환 공동대표를 경주에서 만나 그의 삶과 신행이야기를 들어봤다.2020년 2월,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을 불자들에게 전하기 위한 문화·학술단체 (사)21세기 불교포럼(이하 불교포럼)이 창립됐다. 불교포럼 초대 이사장은 강성용
청년 한 사람이 집을 나섰습니다. 두 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각오로 집을 나선 것이지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누리고 있던 모든 것을 그냥 두고서 몸만 빠져 나왔습니다. 사랑하는 가족, 아끼던 물건, 체취가 배어 있는 세간 그 모든 것을 놔둔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을 나서는 이 청년. 눈치 채셨겠지요? 바로 싯다르타입니다.싯다르타 출가를 지켜본 말여느 청년과는 좀 다른 입장인 것이, 싯다르타는 한 나라의 왕자라는 사실입니다. 그는 막강한 권력을 승계할 수 있었고, 명예와 부가 늘 함께 했습니다. 그런 자리를 포기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