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智한 인간의 탐욕이 부른 재앙

왜 온실 안은 따뜻한가?

햇빛이 유리창을 통과하면서 실내 온도를 높이고 온기가 보존되기 때문이다. 유리창은 햇빛을 통과시켜 실내를 데우기도 하지만 또 한편 외부의 찬 공기와 맞닿아 열기를 내보내기도 한다. 이렇게 실내 온도를 조절해서 식물들이 자랄 수 있도록 한다. 온실 안이 너무 더울 때면 환기창을 열어 온도를 내리기도 한다.

우리가 사는 지구도 온실과 같은 원리로 적당한 온도를 유지해 인간을 비롯해 동식물이 살아간다. 그래서 이를 온실효과(Greenhouse effect)라고 표현한다.

수명은 온기가 있으므로 존재하고 온기는 수명이 있으므로 존재한다. 〈맛지마 니까야〉

모든 생명체는 적절한 온기가 유지되어야 존재할 수 있고, 생명체가 있어야 적절한 온기가 유지된다는 말이다.

지구에서 온실의 유리창에 해당하는 것은 바로 이산화탄소(CO2)·메탄가스(CH4)·프레온가스(CFC)와 같은 온실가스이다. 햇빛은 온실가스를 통과해 지구 표면을 데우고, 데워진 지구 표면에서 일부는 다시 온실가스 밖으로 내보낸다. 이렇게 하면서 지구 온도가 유지된다. 그런데 온실가스층이 두꺼워지면 실내의 열기가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마치 온실 유리가 두꺼울수록 보온이 더 잘 되는 원리와 같다. 온실의 유리 두께가 온실 내부 온도에 영향을 주듯 지구도 온실가스층의 두께가 지구 온도에 영향을 준다.

온실은 창문을 여닫아 실내 온도를 조절할 수 있지만 지구는 온실과 달리 여닫을 수 있는 창문이 없다. 아니 창문을 열면 큰일 난다. 온실가스층에 구멍이 나면 그 틈새로 자외선이 그대로 들어오고 인간을 비롯한 동식물이 그 자외선을 쬐게 되면 피부에 상처를 입고 피부암에 걸린다. 그래서 우리는 야외에 나갈 때 강한 자외선을 차단하는 선크림을 바른다.

왜 기후위기를 맞게 됐나?

지구는 울창한 숲이 이산화탄소를 조절하며 잘 살아왔다. 그런데 사람들이 석유·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아졌고, 소고기를 많이 먹으면서 소가 내뿜는 메탄가스 배출량이 많아졌다. 그리고 냉장고와 에어컨의 냉매로 프레온가스를 사용했다. 그 결과 온실가스층이 두꺼워져 지구가 해마다 뜨거워지고 있으며, 우리는 이를 ‘지구온난화’라 부른다.

2018년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에 비해 약 1℃ 상승했다는 보고서를 냈다. 그리고 기온이 1.5℃ 이상 올라가면 우리 노력으로 더 이상 억제할 수 없게 되어 생태계가 회복 불능의 위기에 처하고, 인간의 생명도 위험에 빠진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현재 속도로 진행되면 2030년에서 2052년 사이에 기온이 1.5℃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대재앙이 눈앞에 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기후변화’, ‘온난화’가 아니라 인류에게 엄청난 고통을 가져올 ‘기후위기’라 부르고 있다.

누군가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인 만큼 지구 온도변화에 적응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지 모르겠다. 물론 얼마간 지구의 온도변화에 적응하면서 살아가겠지만 적응에도 한계가 있다. 서서히 데워지는 물에 눈뜬 채 죽어가는 개구리가 될 수 있다. 생존의 한계점에 다다르기 전에 지구온난화를 막아야만 한다.

중생들의 악업이 무거운 까닭에 …… 때 아닌 바람이 일어나고, 더럽고 탁하고 거친 때 아닌 폭우가 내리고, 서리와 우박이 쏟아지는 재앙이 내리고 땅에는 나쁜 초목들이 자란다. 중생들은 가지와 잎사귀, 꽃과 열매, 모든 곡식을 입고 먹으며 몸을 기른다. 중생들이 때 아닌 더럽고 탁하고 여러 독이 있는 거친 것을 먹으면 모두 거칠고 악해져 죽이고 해치고 속이고 미친 짓을 한다. 전설을 시비하고 서로 공경하지 않고, 두려워하는 마음이 생겨 서로 미워하고 질투하는 마음과 서로 해치려는 마음을 가진다. …… 이것이 고통 받는 어지러운 세상이다. 〈대승비분타리경(大乘悲分陁利經)〉

사람들이 탐욕으로 저지른 행위 때문에 기상이변이 일어나고, 오염된 음식을 먹어 인간은 몸과 마음이 병들어 나쁜 짓을 한다는 내용이다.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이 악업을 짓는다.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어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가지려 한다. 마하트마 간디(1869~1948)는 “지구의 자원은 우리 모두가 사용하기에 충분하지만 우리 탐욕을 다 채울 만큼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기후위기는 우리 인간의 탐욕이 부른 인과응보라는 걸 깊이 성찰해야 한다.

지구가 뜨거워지면 기압의 배치나 통로에 변화가 일어나 여러 가지 기상이변이 일어난다. 오늘날 세계 곳 곳에서 일어나는 기상이변은 바로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지구가 따뜻해지면 생기는 일

먼저 극지방에 있는 빙하와 높은 산의 빙하가 녹기 시작하고, 빙하가 녹으면 바닷물이 불어나 육지가 잠기게 된다. 이미 인도양의 몰디브, 태평양의 투발루 등 섬나라들은 물에 잠겨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빙하가 녹아내리면 빙하에 갇혀있던 고대 바이러스가 깨어나 인류에게 치명적인 병을 가져올 수 있다. 2016년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35℃ 이상의 이상기온이 발생해 언 땅에 갇혀있던 탄저균이 75년 만에 깨어나 어린 목동이 숨지고 2,300여 마리의 순록이 죽었다.

지구가 뜨거워지면 기압의 배치나 통로에 변화가 일어나 여러 가지 기상이변이 일어난다. 여름에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태풍이 더욱 강력해지고, 북아프리카와 중동 그리고 중국과 몽골에 있는 초원이 빠르게 사막으로 변한다. 예전에 없던 호우형 비가 쏟아지고 뜨거운 중동에 눈이 내리고, 갑작스레 한파가 불어온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 예상치 못한 기상이변이 일어나 우리가 엄청난 재앙을 맞이하는 것은 바로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온난화의 가장 큰 위기는 생물의 다양성이 감소하는 것이다. 생물의 다양성이란 다양한 생물들이 서로서로 먹이사슬을 만들어 살아가는 걸 말한다. 비가 내리고 기온이 따뜻해야 풀이 잘 자라고 메뚜기는 그 풀을 먹고 개구리는 메뚜기를 먹고 뱀은 개구리를 먹고 뱀은 매가 먹는다. 토끼나 사슴이 풀을 먹고 호랑이가 사슴이나 토끼를 먹는다. 매나 호랑이가 죽으면 벌레들이 먹는다. 이렇게 모든 존재는 서로 연결되어 순환한다.

이것이 있을 때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날 때 저것이 일어난다.
이것이 없을 때 저것이 없고, 이것이 사라질 때 저것이 사라진다. 〈상유따 니까야〉

식물의 종류가 많아지면 그것을 먹는 동물이 다양해지고 다양성이 높을수록 생태계는 안정되고 평형 유지에 유리하다. 생물의 다양성이 감소하면 생태계의 균형이 깨져 물질이나 에너지 흐름에 이상이 생긴다.
윤회를 믿는 우리에게 지구는 훗날 내가 다시 태어나서 살아가야 할 곳이다.

내가 시방의 모든 국토를 관찰하니 모두가 옛날 내 몸이 사용했던 땅이며, 사방의 바닷물은 내가 쓰던 물이며, 모든 겁화(劫火)는 내가 쓰던 불이며, 모든 바람은 내가 썼던 기(氣)였다. 〈범망경(梵網經)〉

이 세상의 땅과 물과 불과 바람이 모두 전생에 내가 사용했었다는 것이다. 훗날 내가 다시 태어나 살아야 할 지구를 잘 보존해야 하지 않을까?

마하트마 간디는 “지구의 자원은 우리 모두가 사용하기에 충분하지만 우리 탐욕을 다 채울 만큼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는 인간의 탐욕이 부른 인과응보라는 걸 깊이 성찰해야 한다.

기후위기 극복 위해 실천하자

지구본을 통해 지구를 보면 다섯 바다와 여섯 대륙이 서로 이어져 있고 우리가 사는 세상이 하나라는 걸 알게 된다. 지구는 돌고 있다. 공기도 흐르고 바닷물도 돌고 있다. 그래서 중국에서 일어난 미세먼지가 우리나라를 뒤덮고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에 오염된 바닷물이 태평양 건너 미국 서부까지 오염시킨다. 인간은 국경선을 긋지만 흙과 공기와 바닷물에겐 국경이 없다. 지구촌 모든 사람이 지구를 살리는 일에 한 마음이 되어 참여해야 하는 이유이다.

부처님은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출가수행을 했으며, 깨달음을 얻고 다섯 수행자에게 “괴로움을 철저히 알아야 하고, 괴로움의 원인을 찾아야 하고, 괴로움이 사라짐을 얻어야 하고, 괴로움이 사라지는 방법을 실천해야 한다.”고 설법했다. 우리는 이를 네 가지 거룩한 진리[四聖諦]라 한다. 불교는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가르침이고, 네 가지 거룩한 진리는 부처님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괴로움을 해결하는 공식이다. 이제 기후위기가 괴로움이 되었다. 기후위기란 걸 알았고, 기후위기의 원인을 찾았으니, 기후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후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실천을 통해서 말이다.

① 지구를 위한 채식

세계에는 약 20억 마리의 소나 양이나 염소와 같은 되새김질하는 동물이 사육되고 있다. 이들이 방귀로 내뿜는 메탄가스가 매년 1억 톤이라고 한다. 메탄가스는 온난화를 일으키는 정도가 이산화탄소의 20배이다. 동물이 내뿜는 메탄가스가 기후위기를 불러온 온실가스 원인 중 1위란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고기 1kg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곡물 사료 10kg과 물 2만L가 든다. 육류소비를 줄이면 기후위기를 극복할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식량위기와 물 부족도 해결할 수 있다.

소 사육을 위한 초원을 만들기 위해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 밀림이 불태워지고 있다. 불자들은 불살생이라는 계를 받는다. 자신이 살생하지 않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이 살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육식을 줄이면 살생을 막을 수 있다. 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즐기는 행위는 내 건강도 찾고 지구도 살리는 일이다.

② 비우며 살기

식구는 없는데 냉장고엔 음식물이 가득하고, 옷장엔 입지 않는 옷들이 넘쳐나고, 집안엔 쓰지 않는 물건들이 자리를 차지한다. 법정 스님은 ‘무소유란 아무 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아끼고 다시 쓰고 꼭 필요한 것만 가지는 무소유를 실천하자.

불교는 발우공양을 실천해 왔다. 음식 한 톨 남기지 않고 적은 물로 설거지까지 하는 매우 친환경적인 음식문화이다. 음식을 먹을 만큼 덜어 먹고 단품 요리를 먹어 음식을 남기지 말자. 제철 음식 먹기를 통해 비닐하우스 재배를 줄이면 엄청난 석유를 절약할 수 있고, 지역 음식(Local Food)을 먹고 수입산 사용을 줄이면 운송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음식과 의약, 집과 침구 등은
몸과 목숨을 애착하는 사람들이
때에 따라 알맞게 얻어야 하니
맛있는 음식들에
집착해서도 안 되며
내버려서도 안 된다. 〈대장엄론경(大莊嚴論經)〉

③ 신재생에너지 이용

화석연료 대신 재생가능에너지를 사용함으로써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되도록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자동차는 하이브리드 차량이나 전기 차량이나 수소 차량을 구입한다. 지붕 위나 아파트 외벽에 태양광발전 패널을 깔아 태양광발전을 한다.

냉방기는 위쪽에 난방기는 아래쪽에 설치해야 한다. 여름철 실내 온도를 1℃만 올리면 핵발전소 1개가 생산하는 전력량을 절약할 수 있다. 겨울철 온도를 1℃만 내린다면 매년 55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줄어든다고 한다.

④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일

마트에 갈 때 장바구니를 챙겨 가서 담아오고, 종이컵 대신 개인 컵을 사용하고, 1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지 않고, 외출할 때 물통을 챙기고, 사용하지 않는 플러그는 뽑고, 전기밥솥 대신 가스압력밥솥을 사용하고, 절수 샤워 꼭지를 사용하고, 냉장고는 60%만 채우고, 백열등을 LED로 바꾸고, 가까운 곳은 걸어서 가고, 화학제품을 쓰지 않고, 분리수거를 하고 ……. 우리 불자들이 이러한 자그마한 일들을 솔선수범하여 기후위기를 극복하자. 모든 생명을 살리는 자비의 마음으로. 

이철헌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조교수. 경희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대학원(불교학과)에서 ‘나옹 혜근의 연구’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조계종 환경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 〈붓다의 근본 가르침〉·〈경전 속 환경이야기〉(공저)·〈아름다운 삶의 방식〉(공저)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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