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칼럼(294)

불기 2566년 임인년(壬寅年) 새아침이 밝았다. 새로운 기대와 희망은 항상 가슴 설레는 일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지난해의 시련과 아픔을 딛고 도약과 발전을 위한 결의를 다지며 새해를 맞는다. 하지만 여느 해와 달리 올해는 새해를 맞는 감회가 기쁘지만은 않을 듯하다. 인류를 시름 속에 빠뜨린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일상생활을 절망과 낙담으로 몰고 간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사태는 해를 넘겼다고 해서 쉽게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여러 가지 코로나 백신이 개발돼 집단면역 체계가 만들어지나 했지만 기존 코로나보다 전파력이 센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하는 등 또 다시 지구촌이 바짝 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실망과 좌절의 삶으로 새해를 열어선 안 될 것이다. 새해는 역시 기대와 희망의 기운으로 맞아야 한다. 때마침 올해는 호랑이 해다. 호랑이는 우리 문화의 원형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징물 가운데 하나다. 용맹하면서도 지혜롭고 위엄이 넘치면서도 넉넉한 도량이 있는 동물이다. 호랑이는 삿된 것을 물리치는 수호신이나 영물로 여겨왔다. 특히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호축삼재(虎逐三災)’라고 해서 호랑이가 도병(刀兵)·질역(疾疫)·기근(饑饉)의 세 가지 재앙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믿어왔다. 좀체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조속히 퇴치돼 호축삼재를 증명해 보였으면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위기상황에서도 오늘에 최선을 다하는 삶이다.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할 때 위기는 희망으로 바뀌고 바람은 현실이 된다. 오늘에 충실하지 않는 삶으론 내일의 꿈을 이룰 수 없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도 현실의 삶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당부하셨다. 〈해심밀경(解深密經)〉‘서품’에 ‘현법낙주(現法樂住)’란 말이 나온다. 현재 직면한 삶을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참된 삶의 태도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부처님께서는 “법을 듣고 깨달음을 얻은 성문승들에게 열세 가지 덕이 있다.”고 하면서 그 중 열 번째 덕으로 ‘현법낙주’를 말씀하셨다. ‘현법낙주’의 의미에서 보자면 지혜로운 사람은 오직 현실에 충실하며 최선을 다할 뿐, 지나간 과거를 슬퍼하지 않고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에 전념하는 것이 지혜로운 이의 처신인 것이다.

실제 지금 이 순간 내가 하는 일이 미래의 나를 결정한다. 그러므로 ‘오늘’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 같은 현실에 대한 중요함은 〈삼세인과경(三世因果經)〉에서도 강조하고 있다. 부처님께서는 이 경전에서 행복하고 바른 삶을 살기 위해선 현재의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즉, ‘욕지전생사(欲知前生事) 금생수자시(今生受自是) 욕지미래사(欲知未來事) 금생작자시(今生作自是)’라 하여 “전생의 일을 알고 싶거든 현재 자신의 모습을 보고, 다음 생의 일을 알고 싶거든 현재 자신의 행동을 보라.”고 한 것이다.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것은 당장 오늘이다. 미국의 의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펜서 존슨은 저서 〈선물〉에서 “내일을 오늘로 당겨 쓸 수도 없거니와 지나간 어제를 오늘 되살려 쓸 수도 없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하라. 이 순간이야말로 세상이 여러분에게 주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다.”라고 말했다.

임인년의 하루하루가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순간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인종과 종교와 성별을 떠나 모든 인류가 웃음이 만개하는 지구촌을 만들어가길 희망한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