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습의 禪으로 본 ‘법화경’〈연경별찬〉설잠 김시습 저 · 원순 역해 / 법공양 / 20,000원 설잠(雪岑, 1435~1493) 스님은 속명 김시습(金時習)이나 매월당(梅月堂)이란 호로 더 잘 알려진 인물이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지성으로 꼽혔던 그는 출가 후 법화·화엄·선에 관한 다수의 불교저술을 남겼다. 그중 〈묘법연화경〉에 대한 찬문으로, 그의 천태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엿볼 수 있는 저서로 각광받던 〈연경별찬(蓮經別讚)〉이 번역 · 출간됐다.〈연경별찬〉은 〈묘법연화경〉 각 품의 핵심을
네란자라 강가에 다다랐을 때 어느새 노을이 지고 있었어요. 싯다르타는 조용히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어요.‘지금 내 마음은 저 강물처럼 고요하다.’첨벙!그때 물고기 한 마리가 비늘을 반짝이며 물 위로 튀어 올랐다 떨어졌어요.‘저렇게 불쑥불쑥 번뇌가 찾아오는 ‘나’라는 존재를 어찌해야 하나.’파도처럼 일렁이는 거친 번뇌는 끊었으나 아직 나비의 날갯짓 같은 작은 번뇌는 남아있었으니까요. 작은 번뇌는 조금씩 자라나 마음을 괴롭히고 나아가 삶을 고통스럽게 만들지요.‘고통의 원인은 바로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번뇌다. 번뇌를 일으키
어떤 집안에 3녀 1남의 남매가 있었다. 그 중 아들은 3번째였는데 어려서부터 다소 자기중심적인 응석받이 측면이 있었다. 그런 가운데 서로의 사이에 큰 문제없이 비교적 순탄하게 한 가족의 일원으로서 성장기를 보내고 각자 학업을 마치고 사회에 진출하였고 4남매 모두 결혼도 하고 자녀도 키우며 살고 있었다.그런데 작년 어느 때 집안 행사가 있어 다 같이 모였을 때, 남동생이 장녀인 누나에게 성장한 이후 처음으로 갑자기 원망을 털어놓았다. 얘기를 들어보니 누나의 기억에는 전혀 없는 어렸을 때의 어떤 일이었다. 느닷없는 상황에 당황한 누나
강진 고을에는 명소들이 아주 많지만 나는 ‘다산초당에서 백련사 가는 길’이야말로 명소 중의 명소라고 생각한다.강진의 백련사에 가면 나는 오솔길을 따라 다산초당으로 걸어 내려간다. 그 오솔길 양쪽 끝자락에 전혀 다른 향기로운 삶의 모양새가 놓여 있다.서울에서 ‘천주학장이’였다는 죄로 말미암아 유배되어 온 한 유학선비의 삶이 아래쪽에 놓여 있고, 위쪽에는 세속을 버리고 엄한 계율에 따라 사는 스님의 삶이 놓여 있다.그 오솔길을 걸으면서 괘종시계의 추를 생각한다. 시계추는 한쪽에 치우쳐 있을 때 시계는 멈추어 선다. 쉬지 않고 양쪽을 오
송첸감뽀 왕은 1000여 년 전 티베트 왕국을 다스리던 왕이었다. 그는 다섯 왕비와 함께 수도 라싸가 내려다보이는 붉은 언덕 위, 암석을 쌓아 구축한 성에서 살았다. 당시 거대한 제국을 이루었던 티베트는 중국과의 평화 유지가 긴요했고, 그래서 송첸 왕은 중국 황제에게 딸을 요구했다.중국 공주와의 혼인을 요청하기 위해 송첸 왕은 명석한 두뇌에 빈틈없는 솜씨를 지닌 가르빠 정승을 사신으로 보냈고, 황제는 그 요구를 거절할 형편이 아니었다. 티베트 기갑부대가 이미 중국 황궁의 담 밖에 진을 치고 있어 황제를 두렵게 했다. 황제는 할 수
단풍은 화려한 겉모양과 달리 ‘생(生)한 것은 반드시 멸(滅)한다.’는 무상의 진리를 담고 있다. 초록으로 태어나, 빨갛고 노랗게 몸을 태우며 떨어진 후에는 또 다른 생명의 양분이 된다. 태어남은 죽음을 약속하고, 죽음은 태어남을 응원하니 ‘생사일여(生死一如)’의 이치다.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개최한 제45회 대한민국관광사진공모전에서 김재현 씨가 출품한 ‘굽이굽이 단풍길’이 대통령상(대상)을 수상했다. 단양군 가곡면에 위치한 보발재는 천태종 신도들이 구인사 참배를 할 때면 반드시 넘어야했던 옛길이다.
하루 중 오전 · 오후 2회에 걸쳐 가벼운 휴식과 따뜻한 온수 마시기를 권하고 싶다. 우리 사회에서 커피 문화가 대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따뜻한 온수나 차 마시기 건강법이 많은 호응을 얻을 것으로 여겨진다.그러면 한의학의 이론으로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의 중요성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자. 조그마한 생활 습관도 꾸준히 거의 매일 실천하려면, 나름대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한의학의 양생법에 상반되는 듯 보이는 이론이 있다. 하나는 인체의 양기를 귀중하게 여기는 부양론(扶陽論)이며, 다
세계적 환경운동가제인 구달 Dame Jane Goodall2015년 1월 뉴욕대학교 아부다비 캠퍼스 강연 침팬지 연구가에서세계적 환경운동가로 거듭난 제인 구달제인 구달(Jane Goodall)은 세계적인 동물(침팬지)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이다. 1934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동물과 아프리카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열정을 가졌다. 우연한 기회에 인류학자 루이스 리키(1903~1972)를 만나 침팬지 연구를 제안 받았으며, 1960년 26세 때 탄자니아 곰베국립공원에서 야생 침팬지 연구를 시작했다. 제인
우리는 하루 중 죽음이라는 단어에 얼마나 많이 노출되어 있을까? 우리는 방송매체를 통해, 주변과 지인들의 죽음을 접하면서, 누구나 죽는 존재라는 것을 알지만 큰 두려움으로 마음 한편에 그 사실을 담아두고 있다. 그러나 죽음의 30% 정도는 교통사고 · 추락사 · 심장마비 등 갑작스럽게 다가와 예측을 할 수가 없다. 과거에는 자다가 그대로 임종하는 게 좋다는 개념도 있었지만 요즘에는 3~6개월 정도 삶을 정리할 시간이 주어지는 암이 오히려 축복 받았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이런 개념의
금년 초, 2월 6일 몇몇 지인들과 치악산 영원사에서 부처님에게 삼배를 막 마치는 중이었다. 핸드폰이 법당에서 울렸다. “하필 이 시간에”라는 묘한 기분이 들고 무언가 느낌이 이상해서 전화를 받았다. 사위의 상기된 목소리였다. 달뜬 목소리로 제 아내인 딸의 출산을 알려왔다. 아들이라고 했다. 그 반가운 소식을 접하며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축하의 말을 전했다. 출산예정일보다 일주일 앞당겨진 출산이었다.딸과 신생아의 건강을 묻고 나는 다시 부처님에게 “고맙습니다.”를 반복하며 고개를 오래 숙이며 감사의 예를 올렸다. 한마디로 정말 기
불교 종파의 하나인 선종(禪宗)에는 종교를 초월해 통할 수 있는 ‘대도무문(大道無門) 천차유로(千差有路)’, 즉 ‘깨침에 이르는 데에는 특정한 문이 따로 없어서, 천 갈래 만 갈래 길이 있다.’라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즉 불제자라면 누구나 무수히 많은 길 가운데 그 어느 길을 통해서도 석가세존의 가르침에 의지해 해탈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뜻입니다.불제자의 참뜻은사전적인 의미로 ‘불제자’란 석가세존의 가르침, 즉 불교에 귀의한 사람을 뜻합니다. 한편 불교 가운데 교종(敎宗)에서 피상적으로 붙인 좁은 의미의 ‘외도(外道)’란 용어는
삶에는 생로병사 등 육체가 겪는 네 가지 고통과, 우비고뇌(憂悲苦惱) 등 정신이 겪는 네 가지 고통이 있고, 이 여덟 가지 고통 중에는 다른 것들의 어머니 격인 것이 있다. 모든 고통은 태어남이라는 출발점이 있음으로써 생겨난다는 점에서 맨 앞의 ‘생(生)’이 나머지 일곱 가지 고통의 어머니이며, 나머지는 그 아들이라고 할 수 있다.삶의 출발점인 생에서 ‘노병사(老病死)’라는 부정적인 것만이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삶에는 늙음이 아닌 젊음, 병듦이 아닌 건강함, 죽음이 아닌 살아 있음, 우비고뇌가 아닌 즐거움 ·&thin
“또 딸이라는 말을 듣자 친척들이 그냥 집으로 돌아갔지. 실망해서….”나의 탄생에 관해서 물으면 엄마는 딱 이 말만 되풀이하신다. 이미 첫째 딸이 태어났으니 두 번째 아이에 대한 친척들의 바람은 아들이었다. 게다가 태몽은 좀 웅장했던가. 그러니 장차 장군이 될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바라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이를 어쩐다. 나는 온 가족의 기대를 저버린 채 태어났다.이 사바세계에서의 내 삶은 그렇게 주변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줌으로써 시작했다. 아무려면 어떠랴. 나는 그저 내 탄생의 순간이 궁금하다. 내가 ‘응애~’하고
낮은 덥고 밤은 서늘한 9월은 가을인가, 아니면 아직은 여름인가. 경내로 들어서는 언덕길에 내리는 오후 햇볕이 잠자리 날개처럼 맑다. 투명하다. 환하다. 삼라만상을 이루는 온갖 생명들이 마무리를 함께하는 시절이다. 버림이 아니다. 버팀도 아니다. 간직이다. 다시 찾음이다.종교를 앞세우지 않고 믿음도 없이 경내를 객으로 떠돈다. 객도 집에 들어서면 주인이다. 종교이지만, 종교적이지 않은 경내를 얼치기 객이 배회한다. 경건함만으로 둘러보는, 그러던 어느 결에 경내가 사라져버렸다. 내가 없어졌다. 부처님만 계신다.천지사방, 인산인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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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오후를 한 뼘쯤 들어 올릴 듯 자지러지게 울고 있던 애매미 소리를 들으면서 자판기를 두드리는 엄마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지금은 한시름 덜고 가장 행복한 순간이겠지?’몇 날 몇 해이던가. 잠자리에 들 때는 벽을 쳐다보고 모로 누워 등만 보였던 네 모습을 오며가며 살짝 훔쳐보면서 세상에 나온 그 순간부터가 고뇌의 연속이라는 걸 느꼈단다.이젠 사람의 생도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니 사회를 이루어 살아가는 인간의 속성과 우리의 지난 삶에 또 한 번의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따가운 햇볕 아래 어디서 날아
선생님 가시고도 시간은 많이 흘렀습니다. 지금은 가을입니다. 늘 선생님께 편지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제 인생이 막막하여 그 막막함이 물밀듯이 내 인생을 쓰러트릴 때 본능적으로 누구에게라도 제 감정을 엎지르고 싶은 마음이 북받칠 때 그런 때 선생님께 편지를 쓰고 싶었습니다. 왠지 구정물 같은 내 감정이 선생님 앞에서는 왠지 흉허물로 보이지 않으리라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그런데 선생님, 미루고 미루다가 이게 뭡니까. 선생님이 눈을 감으신 오늘, 받을 사람이 세상을 비운 오늘, 이 편지를 쓰면서 허탈감과 적막한 막막함이 다시 제게로 밀려
배롱나무 분홍 꽃 지는 초가을입니다. 깊은 산골 산장에서 처음으로 선생님께 긴 편지를 씁니다. 이국에 사는 친구와 하룻밤을 보내러 왔습니다. 친구는 산장 풍경이 제 어릴 적 외가와 닮았다고 합니다. 옛 기억을 떠올리기 좋은 곳입니다.제게 고등학교 3년은 생애 중 가장 슬프고 아팠던 시절입니다. 중학생 때까지 전 누구보다 밝은 소녀였지요. 하지만 여고생이 된 삼월 어느 날 찾아온 둘째 남동생의 사고. 화창한 토요일 낮에 만난 동생은, 먼 세상의 사람이 되어 더 이상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습니다. 갑자기 맞이한 피붙이의 부재는 거대한
웅이.참 오랜만에 자네를 불러보네.이제 거의 60년. 학생이 채워지지 않아 없어진 부산 동광초등학교 교정을 생각하네. 자네와 난 단짝이었지. 쉬는 시간이면 우린 늘 함께 있었어. 6학년 가을, 변치 말자고 복도 모퉁이에 서서 맹세하기도 했지. 우리는 그곳을 우정의 장소로 명명했었어.중학교 진학을 할 때, 우리가 다니던 학교에서는 가까운 경남중학교를 많이 지원했는데, 자네는 집에서 가까운 부산중학교를 간다는 거야. 자네와 떨어지기 싫었던 나는 자네 따라 우리 집에서는 먼 부산중학교를 지원했었지. 그런데 막상 자네는 입시에서 실패하고
잘 지내는지요? 저는 요즘 자크 프레베르의 시집을 읽고 있어요. 저는 점점 자크 프레베르에게 매료되는 느낌이에요. 그는 샹송 ‘고엽’의 작사가로 잘 알려져 있지요. ‘고엽’에서 이렇게 노래해요.“오!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네 / 우리가 다정했던 그 행복한 시절을 / 그때 인생은 지금보다 더 아름다웠고 / 태양은 지금보다 더 뜨거웠지 / …… / 그러나 인생이 사랑하는 연인들을 헤어지게 했지 / 아주 슬그머니 / 소리도 없이 / 그리고 바다는 모래 위에 남긴 / 헤어진 연인들의 발자국을 지워버리지.”연인들은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