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동화 싯다르타 이야기(268호)

네란자라 강가에 다다랐을 때 어느새 노을이 지고 있었어요. 싯다르타는 조용히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어요.

‘지금 내 마음은 저 강물처럼 고요하다.’

첨벙!

그때 물고기 한 마리가 비늘을 반짝이며 물 위로 튀어 올랐다 떨어졌어요.

‘저렇게 불쑥불쑥 번뇌가 찾아오는 ‘나’라는 존재를 어찌해야 하나.’

파도처럼 일렁이는 거친 번뇌는 끊었으나 아직 나비의 날갯짓 같은 작은 번뇌는 남아있었으니까요. 작은 번뇌는 조금씩 자라나 마음을 괴롭히고 나아가 삶을 고통스럽게 만들지요.

‘고통의 원인은 바로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번뇌다. 번뇌를 일으키는 ‘나’를 없애야만 진정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어.’

쌀쌀한 강바람에 추위를 느낀 싯다르타는 강가에 흩어져있는 나뭇가지들을 주워 모아 불을 지피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부싯돌을 아무리 부딪쳐도 불길이 일어나지 않았어요.

피지직!

“후우 후우 훅~”

입바람을 아무리 불어넣어도 축축한 연기만 피어올라 눈물이 찔끔찔끔 났지요.

싯다르타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어요.

“그렇다! 젖은 나무로는 불을 피울 수가 없어. 지금의 나는 젖은 나무다. 번뇌를 태워 없애려면 결국 ‘나’를 바짝 말려야만 한다.”

어둠이 짙게 깔리자 반딧불이들이 푸른빛을 반짝이며 날아다녔어요.

“저 불빛처럼 어둠을 밝히리라. 지금까지 여러 스승에게서 가르침을 받았으니 깨달음의 길 끝까지는 혼자서 가야 한다.”

싯다르타는 반딧불이를 따라 우루벨라 숲으로 걸어갔어요. 그때 다섯 수행자가 조용히 뒤따르고 있었답니다.

세 친구가 탄 마음 비행기가 키 큰 야자나무 위를 날아갔어요.

“저분들은 왜 따라가지?”

“우리처럼 부처님 공부하러 가는 건가?”

“그런가 봐.”

슈우웅~

참이가 마을 풍경을 내려다보며 말했어요.

“강도 있고 마을도 있고 아름다운 숲도 있고, 수행하기 참 좋은 곳인 것 같아.”

열매를 주렁주렁 매단 과실 나무숲을 지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운 나무숲을 지나자 가지를 죽죽 늘어뜨린 나무숲이 펼쳐졌어요. 숲 속은 향기롭고 포근했어요.

큰 나무 아래에 풀을 깔고 앉은 싯다르타는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답니다. 별빛과 달빛이 나무 주위를 은은하게 내리비추었지요.

싯다르타는 마른나무가 되기 위해 모진 고행을 시작했어요. 우선 몸이 기억하는 모든 욕망을 지우려고 마음먹었어요.

먹는 것을 끔찍하리만큼 줄였어요. 대추 한 알이나 쌀 몇 톨로 하루를 지냈고 물만 마시는 날도 있었어요. 아름다웠던 몸은 점점 빛을 잃어갔답니다. 갈비뼈가 생선가시처럼 드러나고 뱃가죽이 등에 붙어 주름진 누에 같았고, 황금빛 피부는 시커멓고 거친 숯덩이 같았죠. 다만 움푹한 눈두덩 깊숙이에서 샛별처럼 빛나는 눈동자만이 살아있음을 말해주었어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수행을 하던 꼰단냐가 싯다르타에게 물었어요.

“스승이여, 밧가와의 몸을 괴롭히는 수행법과 무엇이 다릅니까?”

“밧가와의 고행과는 다르다. 나는 하늘나라에 태어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되려는 것이다.”

다섯 수행자는 싯다르타를 더욱 존경하며 따랐어요.

더 이상 배고픔을 느끼지 않게 된 싯다르타는 숨을 멈추는 고행으로 사람의 한계를 느껴보기로 합니다. 혀로 목구멍을 막고 숨을 참으면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고통이 밀려왔어요. 귀와 코와 입으로 들어오는 공기까지 막아버리자 머릿속이 폭발하며 온 몸이 불길에 휩싸이는 것 같았지요. 그러나 정신만 차리면 절대 죽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연습을 거듭해 마침내 호흡을 자유자재로 멈출 수 있게 되었답니다.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몸을 그대로 놓아두었고, 벌레가 물어도 쫓지 않았어요. 나무 밑동에 붙은 나무처럼 그렇게 다섯 해가 지났어요.

어느 날 마을 아이들이 숲으로 놀러왔어요.

“살았을까, 죽었을까? 이끼 낀 것 좀 봐.”

“이럴 땐 좋은 방법이 있지.”

한 개구쟁이가 들풀을 꺾어 싯다르타의 귀에다 꽂았어요. 그래도 움직이지 않자 코와 입에도 집어넣었어요.

“진짜 죽었나 봐.”

개구쟁이는 이제 나무작대기로 싯다르타의 옆구리를 푹푹 찌르기 시작했어요.

“이얏, 이얏, 눈 좀 떠보라고.”

그때 개구쟁이 머리 위로 커다란 대추알이 우두둑 떨어졌어요.

“으아아~ 귀신이다~”

개구쟁이가 줄행랑을 치고 마을 아이들도 앞 다투며 달아났어요. 나무 위에 걸터앉은 꽁이와 맹이가 시익 웃었어요.

“히힛! 역시 우린 명사수야.”

“어딜 감히!”

그때 참이가 손가락으로 언덕 아래쪽을 가리켰어요.

“쉿! 누가 올라오고 있어.”

친구 우다이와 마부 찬나가 올라오고 있었답니다. 찬나는 싯다르타의 모습을 보자마자 허물어지듯 주저앉으며 흐느꼈어요.

“태자마마! 어찌 이런 모습으로 계십니까. 으흑흑!”

우다이의 눈에도 눈물이 흘러내렸어요.

“카필라의 왕자가 이게 무슨 꼴인가. 자네가 얻겠다는 깨달음이 목숨보다 중요하단 말인가? 자네가 있고 깨달음도 있는 것일세.”

찬나가 얼른 따뜻한 옷과 부드러운 죽을 가져와 권했지만 싯다르타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답니다.

싯다르타가 천천히 눈을 뜨며 말했어요.

“걱정 말고 돌아가게. 나는 부처가 되기 전에는 죽지 않을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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