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가이드(268호)

김시습의 禪으로 본 ‘법화경’
〈연경별찬〉

설잠 김시습 저 · 원순 역해 / 법공양 / 20,000원

설잠(雪岑, 1435~1493) 스님은 속명 김시습(金時習)이나 매월당(梅月堂)이란 호로 더 잘 알려진 인물이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지성으로 꼽혔던 그는 출가 후 법화·화엄·선에 관한 다수의 불교저술을 남겼다. 그중 〈묘법연화경〉에 대한 찬문으로, 그의 천태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엿볼 수 있는 저서로 각광받던 〈연경별찬(蓮經別讚)〉이 번역 · 출간됐다.

〈연경별찬〉은 〈묘법연화경〉 각 품의 핵심을 간결하게 서술하고 있어 그 흐름과 경전에서 부처님이 설하고자 하신 바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설잠 스님은 〈연경별찬〉 서문에서 “〈묘법연화경〉을 열람하며 본 내용들이 여유로워 선가의 풍취가 있으므로 짤막한 게송으로 이 경전의 기적을 서술한다.”고 언급했듯이 〈묘법연화경〉을 선의 안목으로 보면서 그 종지를 드러내고 있다.

본문에서도 〈묘법연화경〉 28품 하나하나를 게송으로 찬탄하는데, 많은 부분이 함허득통(1376~1433)이 쓴 〈금강경오가해설의〉에 실려 있는 내용이다. 스님은 이밖에도 〈경덕전등록〉, 〈십현담요해〉 등 선가에서 중시하는 책과 고사·게송 등을 폭넓게 인용하고 있는데, 시인이자 문학가였던 만큼 책의 내용은 문학성이 뛰어나다.

원순(圓珣) 스님은 역자 서문에서 “2002년 〈연꽃법화경〉을 번역·출간하던 중 우연히 〈연경별찬〉을 읽게 됐다.”면서 “지난 봄, 〈법화경〉 법회에 동참했을 때 이 책이 떠올라 틈틈이 한 권의 책으로 엮게 됐다.”고 밝혔다. 성철 스님을 은사로 해인사 백련암에서 출가한 원순 스님은 송광사 · 봉암사 등 제방선원에서 수행했으며, 현재 송광사 인월암(印月庵)에서 정진 중이다.

달라이 라마의 마음 길들이는 법
〈달라이 라마, 명상을 말하다〉

달라이 라마 지음 · 제프리 홈킨스 편역 · 이종복 옮김 / 담앤북스 / 15,000원

현 시대 최고의 불교지도자로 손꼽히는 달라이 라마가 티베트 닝마파의 최상승 수행법인 ‘대완성 수행’과 19세기의 위대한 스승인 ‘빠뚤 린뽀체’의 지혜가 담긴 시 ‘핵심을 꿰뚫는 세 개의 열쇠’를 중심으로 강의한 명상지도서다. 달라이 라마의 수석 영어통역사로 10년간 봉사한 버지니아대학교 티베트불교학과 명예교수인 제프리 홈킨스가 편역한 책을 미국 스탁턴대학교(Stockton University) 조교수인 저자가 재번역했다.

달라이 라마는 자비·차분함·통찰력이 일상생활을 하는 데 무척 중요하며, 하루도 빠짐없이 수행을 통해 이러한 마음가짐을 닦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분노는 잘못된 것과 올바른 것을 제대로 볼 줄 아는 눈을 가로막기 때문에, 어떤 일에 화를 내며 대응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달라이 라마는 자비의 실천은 규모에 관계없이 중요하며, 큰 자비행을 하지 못한다고 기죽지 말고, 자기 능력이 닿는 선에서 자비를 실천할 수 있으므로 용기를 내라고 격려한다.

책은 네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 달라이 라마는 자비심의 중요성과 명상을 하는 자세, 불성의 특성 등 수행의 기초적인 부분을 설한다. 2부에서는 티베트불교 수행체계의 궁극적인 가르침이자 모든 종파를 관통하는 근본적인 원리에 대해 설한다. 이 원리는 ‘근본적인 청명한 빛의 마음(지혜)’라고 불리며 이 주제를 탐구하는 것은 내면의 평화와 세상의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3부에서는 티베트 명상가인 빠뚤 린뽀체의 ‘핵심을 꿰뚫는 세 개의 열쇠’ 게송을 통해 ‘대완성(족첸) 수행’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4부에서는 ‘대완성 수행’에 맞물린 궁극적인 진리와 세속적인 진리, 청정하고 자발적인 본성-수행의 단계-수행의 결과로 이어지는 명상의 과정을 정리하고 있다.

山僧의 일상에 깃든 지혜
〈통과 통과〉

범일 스님 글 · 사진 /불광출판사 / 15,000원

인생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한 인생일까? 누구나 생각하는 삶의 화두다. 행복한 삶의 기준은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인간의 삶은 예측을 불허한다. 1분 뒤에, 1시간 뒤, 하루 뒤, 한 달 뒤에 자신과 주변에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른다. 가난한 사람이 복권에 당첨돼 벼락부자가 될 수도 있고, 재벌이 일순간에 망하기도 하는 게 세상이다.

이렇게 종잡을 수 없는 게 인생이지만, 수행자들의 가르침은세속 사람들의 삶에 나침반이 된다.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는 백장 선사의 가르침을 실천하느라 산속 사찰 한쪽에 밭을 일궈 푸성귀를 직접 길러 먹고, 풀을 베고 폭우로 망가진 길을 보수하고, 그 와중에도 본분인 수행을 게을리 하지 않고 사는 것은 산승(山僧)의 일상이다.

경기도 양평 화야산(禾也山) 기슭 한 사찰에서 17년 째 홀로 밥 짓고, 풀 베고, 채소밭을 가꾸며 사는 산승 범일 스님이 전작 〈조아질라고〉 이후 8년 만에 인터넷도량 ‘조아질라고’에 올린 글과 사진을 가려 뽑아 책으로 엮었다. 저자는 산중 사찰에서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을 지내며 겪은 일상과 느낌을 수행을 통해 세상을 통찰하는 수행자의 눈으로 솔직·담백하게 담아냈다.

책 제목에 대해 저자는 어디에도 머물지 말고 어떤 곳에도 묶여 있지 말고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길이 나빠지면 옆으로 길을 내어 다니고, 그 길도 나빠지면 다른 길을 내면 된다.’는 말도 ‘통과’의 본뜻과 의미가 다르지 않다.

인생을 살다보면 난관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이에 집착하다보면 정작 자신이 가야할 길을 가지 못하기 때문에, 웬만한 일은 그대로 통과시켜버리라는 말이다. 그래야 진정한 자신의 인생을 살 수 있기에. 어지럽고 답답한 세상, ‘통과’ 이 한마디로 행복한 이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게 저자의 바람이다.

‘니까야’로 해석한 ‘반야심경’
〈니까야로 읽는 반야심경〉

이중표 / 불광출판사 / 20,000원

대승경전 중 ‘반야부경전(般若部經典)’에는 〈팔만송반야경〉, 〈이만오천송반야경〉, 〈금강경〉 등 수백 권에 달하는 대승의 주요 경전들이 포함돼 있다. 특히 〈반야심경〉은 방대한 ‘반야부경전’의 핵심을 간추린 가장 짧은 경전으로 불자들이 각종 법회 때마다 가장 많이 독송하고 있다.

〈니까야로 읽는 반야심경〉은 부처님 가르침의 원형이 가장 잘 전해진다는 초기경전 ‘니까야(Nikya)’에서 〈반야심경〉의 원류를 찾아 해석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중표 전남대 교수가 2016년 12월 대원불교문화대학에서 강의한 ‘니까야로 읽는 반야심경’을 정리한 책이다.

‘니까야’란 ‘모음[集]’이라는 뜻의 팔리어로, B.C. 3세기 경 성립한 초기불교의 경전 모음집을 의미한다. 반면 ‘반야부경전’은 B.C. 1세기 불교 교단의 분열로 촉발된 대승불교 운동에 힘입어 형성된다. 즉 〈반야심경〉을 제대로 해석하기 위해서는 ‘니까야’를 빼놓을 수 없다는 말이다.

저자 이중표 교수는 “대승불교의 핵심 경전인 〈반야심경〉에는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나 ‘눈도, 귀도, 코도, 혀도, 몸도, 생각도 없다’는 등의 난해한 표현이 나온다.”면서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니까야〉에서 그 용어들이 어떤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니까야로 읽는 반야심경〉은 이러한 교리적 맥락을 명쾌하게 분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본문에는 8종의 〈반야심경〉 한역본을 비교ㆍ분석해 〈반야심경〉이 어떤 과정을 거쳐 산스크리트어에서 한문으로 번역됐는지를 살폈다.

이중표 교수는 “〈반야심경〉은 불자들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고, 자주 독송되고 있는 경전이다. 하지만 그 의미에 대해서는 대부분 관심을 갖지 않으면서, 대부분 ‘대승’의 입장에서 추상적이고 신비스럽게 해석해왔다.”면서 “〈반야심경〉을 초기경전인 〈니까야〉를 통해 해석하면 난해하고, 신비스러운 내용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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