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후 해동사 금강유치원 재입사
“어린이회와 함께할 때가장 행복해요!”

금민경 책임교사.
금민경 책임교사.

경북 중북부 지역의 천태종 포교를 이끌고 있는 안동 해동사(주지 덕재 스님)는 해동사 금강유치원을 통해 지역 어린이들의 마음에 불성을 싹트게 하고, 보리심을 키워주고 있다. 이번 호의 주인공은 해동사 금강유치원 교사로 해동사와 인연을 맺은 후 현재까지 17년간 해동사 어린이회를 지도하며 미래 불교를 이끌어갈 불자 양성에 앞장서고 있는 금민경(46) 책임지도교사다.

어릴 때부터 동네 아이들 돌봐

금민경 지도교사는 1977년 안동에서 1남 2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그녀의 부모님은 천태종 불자는 아니었지만 사찰을 다니며 신행생활을 하고 있었다. 특히 어릴 때 살던 집 담장 너머가 부모님이 불공을 드리러 가는 사찰이었기에 어린 시절에는 옆집에 놀러 가듯 사찰을 찾아가 시간을 보내곤 했다. 사찰의 넓은 마당은 오빠·동생과 함께 놀기에 더없이 훌륭한 놀이터였고, 절에서 나는 향냄새와 은은하게 들려오는 독경 소리는 지금도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초등학교 때까지 이 사찰에 다니다가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부모님을 따라 다른 사찰을 다니게 됐다. 이곳에서는 불교학생회 활동을 조심스레 시작했다. 불교학생회에서 총무 및 임원을 맡았으며,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부처님 가르침을 공부했다. 또 성지순례·수련회 등을 비롯해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불교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금민경 지도교사는 동생 때문인지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을 좋아했다. 그래서 동네 아이들을 보살피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 장래 희망도 자연스레 어린이집 교사가 되었다. 1996년 안동 가톨릭상지대학교 유아교육과에 입학했다. 가톨릭계열 대학교에 입학한 이유는 안동지역에서 유아교육과에 대한 평이 가장 좋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사찰에서는 유아교육과에 진학한 그녀에게 정기법회나 행사 때 아이들을 돌봐달라고 부탁했고, 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이용해 아이들을 돌봤다.

1998년 대학을 졸업한 그녀는 해동사 금강유치원 취업을 계기로 천태종 해동사 어린이회와 인연을 맺었다. 특히 금강유치원 교사로 근무하면서 해동사에서 신행 활동을 했고, 천태종 불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해동사 어린이회는 금강유치원 교사가 지도교사를 맡아왔기에 자연스레 지도교사 활동을 겸하게 됐다.

“어린 시절에는 종단과 상관없이 부모님을 따라 절에 다니는 게 마냥 좋았어요. 부모님은 조계종 사찰을 다니다가 법화종 사찰로 옮겨서 다녔어요. 부모님은 지금도 법화종 사찰에 다니시는데, 부모님의 요청으로 법화종 사찰에서 운영하는 작은 놀이방에 가끔 아이들을 돌보러 가곤 해요. 요즘은 조심스레 부모님께 해동사를 비롯한 천태종 사찰에 한 번씩 가보시라 권유하고 있죠.”

금민경 지도교사는 해동사 금강유치원 입사 후 5년 간 해동사 어린이회 지도교사를 맡아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후 유치원 교사를 그만두면서 어린이회 지도교사 활동도 잠시 멈춰야 했다. 결혼과 출산을 하고, 어린이집 교사 일을 하던 그녀는 가끔 해동사 어린이회 아이들과 함께했던 행복한 시간이 떠오르곤 했다. 하지만 일과 집안일을 병행하느라 마음 한편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해야만 했다.

그렇게 약 8년을 보냈던 그녀는 천태종과 맺은 선연(善緣) 덕분인지 2012년 해동사 금강유치원에 재입사를 하게 됐다. 과거에 그랬듯 유치원 교사를 하면서 자연스레 어린이회 지도교사로 활동하게 됐으며, 이듬해 책임지도교사를 맡게 됐다.

금민경 책임교사는 해동사 금강유치원 입사를 계기로 어린이회와 인연을 맺었다. 아이들에게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있는 금민경 교사. 
금민경 책임교사는 해동사 금강유치원 입사를 계기로 어린이회와 인연을 맺었다. 아이들에게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있는 금민경 교사. 

매주 법회, 원어민 영어 수업 특색

해동사 어린이회는 전국의 천태종 사찰 중 부산 삼광사·울산 정광사·마산 삼학사·통영 서광사와 함께 매주 어린이회를 운영하는 몇 안 되는 사찰 중 한 곳이다. 현재 금민경 책임교사를 비롯해 금강유치원 교사로 구성된 총 10명의 지도교사가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은 2명씩 한 조를 이뤄 매주 어린이회에 참석해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회는 1부 법회, 2부 자체 프로그램으로 진행한다. 특히 2부는 지도교사들이 각자 조별로 분야를 나눠 △찬불가·목탁 배우기 △등 만들기 △종이접기 및 만들기 △보드게임 △요리 체험 △야외 활동 등 매주 아이들이 새로운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중 해동사 어린이회만의 특별한 프로그램은 바로 ‘원어민 영어 수업’이다. 원어민 영어 수업은 매달 셋째 주에 진행하는데, 덕재 스님이 해동사 주지로 취임한 후 새롭게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원어민 영어 선생님이 직접 영어 단어·문장 및 발음을 알려주고, 대화를 하면서 아이들의 스피치(Speech) 향상에 도움을 준다. 또 영어를 접목한 명상·신체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원어민 선생님에 대한 지원은 전액 사찰에서 맡고 있으며, 자모회에는 매주 사찰에 나와 아이들을 위한 활동 보조 및 점심 공양을 준비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 같은 사찰의 지원과 지도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해동사는 어린이회 법회를 매주 진행하고 있으며, 평균 25명의 어린이들이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덕분에 천태종에서 실시하는 ‘어린이·청소년 천태노래잔치’, ‘천태 어린이·청소년 글·그림 대잔치’ 등에서 각종 상을 수상하고 있다.

“어린이회 지도교사 선생님들은 저를 제외하곤 모두 미혼이에요. 주말이 되면 개인적인 일이 있을 텐데도 불구하고, 신심을 가지고 늘 사찰에 나와 본인이 짜온 프로그램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지요. 아이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면 항상 고맙고 미안해요. 아마도 저 혼자였다면 외롭고 힘들었을 텐데, 동료 지도교사 선생님 덕분에 저 또한 힘을 내고 있어요. 다른 사찰 어린이회는 지도교사 선생님이 부족해 힘들다고 하는데, 저희는 지도교사 선생님이 많은 편에 속하고, 연수를 가도 인원이 많아 서로 뿌듯해합니다.”

해동사 어린이회는 주지 덕재 스님의 지원 아래 매주 아이들에게 다양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덕재 스님과 아이들’, ‘원어민 영어 수업’, ‘역사문화탐방’, ‘추억사진 만들기’ 모습
해동사 어린이회는 주지 덕재 스님의 지원 아래 매주 아이들에게 다양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덕재 스님과 아이들’, ‘원어민 영어 수업’, ‘역사문화탐방’, ‘추억사진 만들기’ 모습

“아이들 참다운 불자로 크길”

금민경 지도교사는 해동사 어린회만의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항상 고민하는데, 앞으로 ‘악기’를 활용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대학교 시절 수업과 관련해 이웃 종교 시설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예배 때 사용하는 악기를 학생회·청년회원들이 평소 아이들을 지도하는 용도로 활용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현재 금강유치원에서 원아들을 위한 드럼 활동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드럼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또 체육활동은 대부분 축구나 피구 등 구기 종목을 했는데,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배드민턴이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해동사 인근 센터에서 진행하는 배드민턴 수업도 알아보고 있다. 아직은 동료 지도교사들과 협의 중인 사안이지만 빠른 시일 내에 아이들을 위해 프로그램에 적용할 예정이다.

금민경 지도교사의 또 다른 목표는 바로 ‘학생회’ 창립이다. 현재 해동사 어린이회에는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참여하고 있다. 아이들 연령대가 넓기 때문에 간혹 프로그램을 운행에 곤란할 때가 있다. 그래서 학생회를 별도로 만들어 그 나이대에 맞는 활동을 하게 하고, 종단 차원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천태학생회 행사에도 참석하게 하는 게 두 번째 목표다.

금민경 지교사와 함께 어린이회를 이끌고 있는 전현정(8년 차)·김진희(5년 차) 지도교사는 “법회에 참석하는 아이들이 스스로 불교 용어에 대해 이야기하고, 배웠던 찬불가를 다시 부르고, 협력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기쁘다. 또 친구들을 데리고 와 함께 웃고 즐기며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면서 “요즘 개인주의가 만연한데 해동사 어린이회 친구들은 또래와 조화를 이루며 건강하게 잘 자랐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린이 법회에서 아이들이 부처님의 지혜를 편하고 알기 쉽게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훗날 인내심과 도전정신이 강한 아이들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금민경 지도교사는 최근 해동사 금강불교대학을 수료했다. 그녀는 평소에도 ‘천태종립 금강유치원 교사 연수교육’, ‘지도교사 연수교육’ 등에 꾸준히 동참해 신행활동을 하고 있다. 그곳에서 배운 불교 교리와 스님들의 따뜻한 조언 등을 해동사 어린이회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제 아이도 해동사 어린이회에 자주 나왔는데 지금은 사춘기가 와서 그런지 발걸음이 뜸해졌어요. 제가 주말마다 사찰에 나가면 ‘오늘도 절에 가느냐.’고 서운해하는데 조금 미안하죠. 그래도 어린이회에 나오는 아이들이 재미있고 즐겁게 지내는 걸 보고 있노라면 뿌듯하고, 제 아이도 다시 이곳에 나와 또래들과 알찬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해동사 어린이회에 다니는 모든 아이가 참된 불자로 컸으면 좋겠습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이 있다. ‘십 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는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매주 일요일 해동사 어린이회에 나와 활동하는 금민경 지도교사에게 이 속담은 맞지 않는 듯하다. 그녀가 함께하는 해동사 어린이회 발전과 아이들의 희망찬 미래를 응원한다.

해동사 어린이회 법회에서 아이들이 지도교사와 함께 삼귀의례를 하고 있다.
해동사 어린이회 법회에서 아이들이 지도교사와 함께 삼귀의례를 하고 있다.
금민경 책임지도교사를 비롯해 금강유치원 교사로 구성된 총 10명의 지도교사가 매주 2명 씩 한조를 이뤄 해동사 어린이회를 이끌고 있다. 금민경 교사와 전현정(왼쪽)·김진희 지도교사.
금민경 책임지도교사를 비롯해 금강유치원 교사로 구성된 총 10명의 지도교사가 매주 2명 씩 한조를 이뤄 해동사 어린이회를 이끌고 있다. 금민경 교사와 전현정(왼쪽)·김진희 지도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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