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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이 미소 지어 나를 만나는 시간지변독자좌 池邊獨自座 못가에 홀로 앉아지저우봉승 地底偶逢僧 물 밑의 그대를 우연히 만나묵묵소상시 黙黙笑相視 묵묵히 웃음으로 서로 바라볼 뿐지군어불응 知君語不應 그대를 안다고 말하지 않네.산에 단풍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단풍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그 화려한 노래 소리를 앞세워 산천을 장엄할 것입니다. 울긋불긋 누구도 말릴 수 없는 행진을 따라 우리들의 마음도 자꾸만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질 것입니다.이 가을 누구를 만나고 싶으십니까? 진각(眞覺) 혜심(慧諶 1178~123
오피니언
임연태 편집주간
2016.10.2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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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까지는 행복했어요”대광사에 북카페를 만들었다. 불자는 물론 지역민들이 자유롭게 찾아와 쉴 수 있는 공간이다. 북카페이니 당연히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이 구비되어 있고 솜씨 좋은 바리스타가 만들어주는 커피와 각종 차도 마실 수 있다. 마당으로 불곡산 등산로가 연결되어 있어 평일에나 주말에나 심심찮게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다 보니 북카페도 인기가 좋다. 북카페를 만든 목적은 불자들이나 지역민들에게 휴식과 소통의 공간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요즘 나는 이 북카페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대화를 나눈다. 격의 없는 대화를 통
오피니언
월간 금강
2016.10.2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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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라는 제목의 책이 인기였었지. 제목이 워낙 심쿵해서 늘 가슴에 담고 있었는데, 이 말은 프랑스 시인이자 사상가인 폴 발레리란 사람이 한 말이라는구나. 직접 찾아보지 않았지만 어떤 이의 블로그에 이런 구절로 소개되어 있었어.“용기를 내어서 그대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머지않아 그대는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참 멋지지? 그런데 이 말을 가만 음미해보면, 몇 가지 생각해야 할 점이 떠오른다.첫째는,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란 그냥 대충 대충 살아가는 것을 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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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령 칼럼니스트
2016.09.2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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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묘다회사 渺渺多懷思유유망불궁 悠悠望不窮조비산색리 鳥飛山色裏선인석양중 蟬咽夕陽中흑발수인백 黑髮愁人白청림병엽홍 靑林病葉紅생리동사별 生離同死別하갱문서동 何更問西東아련히 먼 곳 무척이나 그리워하여한없이 바라보기만 하였습니다.새는 산빛 속에서 날아다니고매미는 석양빛 속에서 웁니다.머리 검은 사람은 남의 흰머리 걱정하고푸른 숲은 단풍 든 잎을 병 들었다 여깁니다.살아도 떨어져 있으니 죽어 이별한 듯하니동과 서를 따진들 무엇 하겠습니까?조선중기 선종을 부흥시킨 청허당(淸虛堂) 휴정(休靜, 1520~1604) 스님의 시입니다. 에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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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태 편집주간
2016.09.2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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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여름은 무시무시한 무더위로 기록될 듯하다. 폭염이 이어져 닭과 돼지를 비롯한 가축들의 폐사가 8월 8일 현재 274만 2천 마리에 달해 300만 마리 돌파는 시간문제다. 모든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불교인이라면, 속절없이 스러져가는 가축들에 연민의 마음이 퍼져갈 수밖에 없을 터다.비단 가축들의 생명만이 아니다. 훗날의 역사가들은 2016년 여름의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사드’배치를 들 게 분명하다. 박근혜 정부가 아무런 여론수렴도 없이 미군의 최첨단무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경북에 배치한다고 불쑥 발표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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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금강
2016.09.22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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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정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아버지의 못다 이룬 꿈을 이뤄주기 위한 삶? 어머니의 스케줄대로 움직이는 삶?’오늘은 이웃 종교 이야기로 시작할까 해.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어때? 깡마른 몸에 헐겁게 내려뜨려진 옷자락. 십자가에 못 박힌 채 비스듬히 고개 떨구고 있지. 그 표정은 어떤가. 운명 앞에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체념하고 있지만 결코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억울해하지도 않는 표정이다.거역할 수 없는 운명 앞에서 개인적인 바람 같은 것은 하나도 품고 있지 않은, 하지만 서글픔이 가득 서려 있는 그 표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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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령 칼럼니스트
2016.08.17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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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양지위로다기 亡羊只爲路多岐상도종래어유지 喪道從來語有枝정의입신방령회 精義入神方領會유유쟁득석군의 悠悠爭得析群疑갈림길이 많아 양을 잃고말을 많이 하여 길을 잃게 되네.입신의 경지에 들어야 알게 되느니어찌하면 숱한 의문을 풀 수 있을지.한반도에 천태종지를 펼친 대각국사 의천(義天 1055 ~1101) 스님의 문집 에 들어 있는 ‘偶書自省(스스로 반성하는 글)’이라는 시입니다. 누구나 구도(求道)의 목적은 성불이라고 말합니다. 불교에서 도를 닦는다는 것은 중생의 습성을 떨쳐 버리고 본래 지니고 있는 불성(佛性)을 회복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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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태 편집주간
2016.08.1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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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ㆍ서, 보수ㆍ진보 갈등흔히 한국 사회, 특히 정치 현상을 바라볼 때 보수와 진보로 나누는 이분법이 통용된다. 이를테면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보수,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진보라는 잣대도 제법 퍼져있다.두 진영 사이에 소통은 잘 이뤄지지 않는다. 무조건 지지자들 사이에선 불통을 넘어 갈등이 극단적으로 벌어진다. 이명박-박근혜를 무조건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김대중-노무현은 ‘친북좌파’이고, 김대중-노무현을 무조건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이명박-박근혜는 ‘수구꼴통’이다. 게다가 영남과 호남이라는 지역적 차이도 배경에 놓여 있다.과연 그렇게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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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춘 건국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2016.08.1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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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이락파사두(烏飛梨落破蛇頭)사변저위석전치(蛇變猪爲石轉雉)치작엽인욕사저(雉作獵人欲射猪)도순위설해원결(導順爲說解怨結)까마귀가 배나무에서 날아가자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바람에 배가 그 아래 있던 뱀의 머리로 떨어졌고 그 뱀은 죽고 말았습니다. 억울하게 죽게 된 뱀은 돼지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고 까마귀는 꿩으로 태어나 숲속에서 알을 품고 있었습니다. 돼지가 칡뿌리를 캐 먹느라 땅을 파헤치며 돌을 굴렸고 알을 품고 있던 꿩이 돌에 깔려 죽었습니다. 억울하게 죽은 꿩은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 사냥꾼이 되었습니다. 사냥꾼은 그 돼지를 쏘려고 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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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태 편집주간
2016.07.10 0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