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ㆍ서, 보수ㆍ진보 갈등
흔히 한국 사회, 특히 정치 현상을 바라볼 때 보수와 진보로 나누는 이분법이 통용된다. 이를테면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보수,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진보라는 잣대도 제법 퍼져있다.

두 진영 사이에 소통은 잘 이뤄지지 않는다. 무조건 지지자들 사이에선 불통을 넘어 갈등이 극단적으로 벌어진다. 이명박-박근혜를 무조건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김대중-노무현은 ‘친북좌파’이고, 김대중-노무현을 무조건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이명박-박근혜는 ‘수구꼴통’이다. 게다가 영남과 호남이라는 지역적 차이도 배경에 놓여 있다.

과연 그렇게 나누어져도 좋을까. 그 여파로 한국 사회에서 정치에 대한 비판적 담론은 기피된다. 종교인 가운데도 사회 비판의식을 금기시하거나 외면하는 사람이 있다. 심지어 사회 비판은 비종교적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두는 심각한 오해에서 비롯한다. 추상적인 개념과 이론 이전에 변화하고 있는 현실에서 그 이유를 찾아보자. 한국 사회에서 보수를 자처하는 이들이 지향하는 모델은 미국이다. 실제로 한국에는 미국의 정치ㆍ경제ㆍ문화가 깊숙이 들어와 있다. 그들은 조금이라도 미국에 비판적인 언급을 하면 곧장 ‘반미’ 또는 ‘친북’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우리가 생생하게 지켜보고 있듯이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데 반대하는 사람들을 ‘반미’로 몰아치는 데 주요 언론들이 앞장서고 있다.

美 오바마 대통령 ‘노조’ 중요성 강조
그런데 어떤가. 미국의 대통령 오바마가 노동절을 맞아 대국민연설에서 ‘노동운동이 없었다면 오늘의 미국은 없었다’고 말한 사실을 새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오바마는 “우리가 당연시하고 있는 1일 8시간과 주 40시간 노동, 휴일·연장근로수당, 최저임금은 모든 노동자들의 보편적 권리를 위해 투쟁한 수많은 노동자들의 노력 덕분”이라며 노조가 민주주의에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를 돌아다녀 본 경험으로 볼 때 노조나 노동운동이 없는 나라의 노동자는 아무런 보호 장치도 없이 끔찍한 착취와 고통에 무방비로 노출돼 일을 하고 있었다”고 역설했다. 더 나아가 “만약 내가 안정적인 생활과 좋은 일자리를 찾고자 한다면 노조에 가입할 것이며 나를 위해 도울 누군가가 필요할 때도 노조에 가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흑인 오바마에 그치지 않는다. 오바마에 견주면 미국의 월가를 대변하는 백인 힐러리도 노동조합이 강했을 때 미국이 강했다고 공언했다.

그 결과다. 2016년 7월 1일 공식 발표된 민주당 대선 정강정책은 현행 시간당 7.25달러인 연방 최저임금을 15달러로 두 배 인상하며 “누구나 노조를 결성하거나 가입할 권리를 갖는다”라고 천명했다.

만일 한국에서 어떤 대통령이 노조에 가입하라고 국민에게 권하는 연설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미국의 현직 대통령 오바마와 차기 유력후보 힐러리가 노동조합에 대해 한 발언을 한국에서 어느 정치인이 했다면 ‘친북 좌파’로 몰리지 않았을까.

붓다의 가르침 ‘정견’ 되새겨야
실제로 한국에선 이명박-박근혜는 물론, 김대중-노무현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한국의 정치와 사회에서 노조는 ‘마녀’와 다름없는 대우를 받고 있다. 보수를 자처하는 정치세력과 언론이 오랜 세월에 걸쳐 그렇게 몰아갔기 때문이다. 그 필연적 결과다. 노동자들의 힘이 약하다보니 한국은 세계에서 사실상 노동시간이 가장 길고, 자살률이 가장 높아 젊은 세대 사이에서 ‘헬 조선’이나 ‘대한망국’ 따위의 자조가 퍼져가고 있다.

일찍이 붓다는 정견을 가르쳤다. 정견은 연기의 법칙으로 빚어지는 오늘의 실상을 정확히 바라보고 세간의 고통을 해소해나가는데도 지침을 준다. 그 고통이 누군가의 탐욕에서 빚어진 것이라면 더 말할 나위 없다. 사회 비판의식이나 담론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 있다.

그래서다. 정치와 사회 현상을 보수와 진보로 나누어 보거나 그 가운데 한쪽 편을 드는 일은 비종교적이다. 붓다의 가르침과도 어긋난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누가 붓다의 가르침에 충실한지 판단하고 그 사실을 대중과 나눠가야 한다. 그 이유는 간명하다. 그래야 대중의 생활에서 고통이 줄어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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