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칼럼(257호)/ 이미령

한때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라는 제목의 책이 인기였었지. 제목이 워낙 심쿵해서 늘 가슴에 담고 있었는데, 이 말은 프랑스 시인이자 사상가인 폴 발레리란 사람이 한 말이라는구나. 직접 찾아보지 않았지만 어떤 이의 블로그에 이런 구절로 소개되어 있었어.

“용기를 내어서 그대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머지않아 그대는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참 멋지지? 그런데 이 말을 가만 음미해보면, 몇 가지 생각해야 할 점이 떠오른다.
첫째는,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란 그냥 대충 대충 살아가는 것을 말하며, 이건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
둘째는, 어떻게 살 것인지를 열심히 생각해야 한다는 점.
셋째는, 어떻게 살 것인지 열심히 생각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뜻밖이었어. 용기란 것이 나보다 덩치 큰 녀석 앞에서, 혹은 전교생들이 다 모여 있는 곳에서 혼자 앞으로 나설 때에만 필요한 것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생각하는 데에도 용기란 녀석이 필요한 것이구나 하고 새삼 느꼈지.

그렇다면 이렇게 물어볼 수도 있을 게다.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해야 하기에 용기까지 필요하다는 말일까?’
사람들은 늘 대중들의 생각을 따르지. 따른다는 생각도 특별히 하지 않고 남들이 살아가는 대로 그냥 살아가고 있어. 하지만 내가 정말 무엇이 하고 싶은지, 내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이런 것들이 남들하고 똑같을 수가 있을까? 사람들은 모두 A를 선택해도 나는 B를 택할 수도 있으며, 그게 내게는 더 맞는 길이고, 길게 봤을 때 그게 다른 사람들에게도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지 않겠어?

어렵지?
붓다는 이렇게 생각하신 분이란다.
남들이 다 이러저러하게 생각하고 그 길을 따라 살다가 죽는데 붓다는 “No!”라며 그렇게 살기를 거부했거든. 그렇다고 해서 붓다가 청개구리마냥 무조건 사람들에게 반대하고 독불장군처럼 제 멋에 취해서 산 것은 아니야. 붓다가 함부로 따르기를 거부한 것에 다섯 가지가 있단다. 들어볼래?

첫째, ‘남들이 믿는 것이니까 바른 것일 거야. 설마 사람들이 옳지 않은 것을 저토록 믿어왔겠어?’라고 생각하며 무턱대고 믿는 자세를 붓다는 거부했다.
둘째, ‘다른 사람들이 모두 좋아서 찬성하니까 바른 것일 거야. 남들이 좋다는데 뭔가 이유가 있겠지’라면서 자신도 그냥 좋은 게 좋은 것이겠거니 하고 따르는 자세를 거부했다.
셋째, ‘옛날부터 그렇게 해온 거잖아. 우리 조상님들이 대대로 그렇게 말해오고 생각해온 건데 설마 틀리기야 하겠어’라며 전통에서 조금도 벗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자세를 거부했다.
넷째, ‘논리적으로 따져보니까 이러이러하게 하는 것이 옳은 길이구나. 이제 나는 이 이치로만 살아갈 테야’라고 생각했더라도 그 생각만을 옳다고 무조건 고집하는 자세를 거부했다.
다섯째, ‘내가 깊이 생각해봤어. 다른 생각들은 다 틀려’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견해를 굳게 고집하는 자세를 거부했다.(<맛지마 니까야-짱끼의 경>)

조금 더 쉽게 말해볼게. 현재 자신이 생각하고 있을 때는 그게 맞는 것이라 하더라도 지금보다 더 경험을 쌓고 지혜로워지면 그게 잘못된 판단일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라는 뜻이란다.
미래에 틀려질 것을 미리 생각하면 현재 어떻게 살아가겠느냐고?
아냐, 그렇게 지레 포기해서는 안 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해서 이렇게 행동한다’라며 살아가더라도 늘 다른 이의 생각에 마음과 귀를 열어두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말이지.
옳고 그른 것의 기준은 정말 신중해야 한단다. 하지만 그 기준은 세상이, 전통이, 친구가, 부모님이 세워주는 건 아니야. 살아가면서 꾸준히 생각하고 반성하고 용감하게 결정을 내리고 그러고 또 다시 돌이켜 생각하는 네 자신에게 그 기준이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단다.

남들 사는 대로 살면 편하다. 하지만 그렇게 사는 사람은 제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가 없지. 붓다는 남들 사는 대로 살지 않고 늘 자신의 머리와 마음으로 생각하면서 사신 분이란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붓다를 혁명가라고까지 불렀지. 혁명가가 부숴야 할 것은 체제만이 아니란다. 오래되어 굳어진 고정관념을 부술 때 진정한 혁명가란 소리를 듣는 법이거든.
생각하렴, 생각하면서 살아가렴. 그것이 용감한 자의 살아가는 방식이고, 그런 사람만이 영웅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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