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여래입상(통일신라, 높이 11cm×폭 4cm)오른손이 손상됐지만 육계부터 대좌까지의 형태가 비교적 잘 남아 있다. 부분적으로 도금의 흔적이 남아 있다. 어깨선부터 내려오는 법의(法衣) 자락과 중간에 약간 치켜 올라간 허리매듭이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돼 있다. 아래의 U자형 주름은 비례감을 이루며 발등까지 드리워져 있다. 발밑 대좌가 받침에 비해 두드러지게 작은 것이 특징이다.
오철만 사진작가 / 네란자라 강변에 핀 엉겅퀴
사물과 마음그리고 동기동기내 초등학교 동기들은 아직도 연락을 자주 주고받고 모임을 갖는다. 동기들은 총 마흔한 명이다. 여자 동기가 스물여섯 명, 남자 동기가 열다섯 명이다. 고향에 사는 친구도 있고, 외지에 가서 생활하는 친구도 있다. 개중에는 이름을 바꾼 친구도 있다. 남자 동기들은 한 해에 두 번, 명절에 만난다. 동기 전체가 모이는 때도 한 해에 적어도 한 번은 있다. 경조사가 있는 때에는 거의 빠지는 사람이 없이 모인다. 동기 가운데 부모님 상을 당한 사람이 있으면 장례식장에 늦은 밤까지 남아 슬픔을 위로하고 남자 동기들은
탐진치 위험성 더 높아선한 의지·지혜 중요해져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은 인간 정신작용의 하나인 학습·추론·지각 등의 능력을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구현시키는 것으로 생명체가 지니고 있는 자연지능의 상대적 개념이다. 자연지능이 출생하면서부터 경험적 학습과정을 통해 형성되는 데 비해 인공지능은 기계적 학습을 통해 프로그램으로 구현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자연지능과 인공지능인간의 지능은 태어나면서부터 뇌세포의 성장과 더불어 접촉하고 인식하고 분석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면서 형성된다.
가마솥 누룽지 추억필자는 먹는 양이 많은 대식가였다. 유년 시절을 충청북도 내륙의 한 시골에서 보내면서 어린 나이지만 어머니의 농사일을 도맡아 도운 덕분인지 힘 좀 쓰는 소년이었다. 당연히 탄수화물이 중심인 밥심으로 일을 했다. 우연한 기회로 테니스 운동부에 가입한 것은 성장기 식욕에 불을 지폈다. 끼니마다 요즘 기준으로 공기밥 서너 그릇은 너끈히 비웠을 정도였다. 쌀밥은 그렇게 추억을 함께했다.절 음식은 쌀밥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비빔밥을 포함해 따뜻한 밥을 중심으로 된장국과 각종 반찬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러 인연으로 전국의
고단한 민심 다독이고자수륙재 민간 설행 묵인해조선 건국 후 100여 년이 흘러 1500년대에 접어들 무렵, 불교는 점점 위축되어 갔다. 각종 법석(法席)이 폐지되었고,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비는 천도 의식인 칠칠재(七七齋)가 중지되었다. 기신재(忌晨齋)도 겨우 연명 중이었다. 중종 대(재위 1506~1544)에 이르면 성리학적 가치관을 향촌(鄕村)까지 정착시키기 위해 유교를 근간으로 한 〈경국대전(經國大典)〉을 간행·보급하기도 했다. 이때는 불교에 호의적이었던 훈구파(勳舊派)도 급진적인 도학정치(道學政治, 성리학 이념을 바탕으로 한
뱃속의 근심도마음의 번뇌도가볍게 비우는 곳‘북수간’에서 ‘통시’까지‘버리고 또 버리니 큰 기쁨 있어라. 탐·진·치 삼독(三毒)도 이같이 버려 한순간의 죄업도 없게 하리라.’ 어느 사찰의 화장실 입구에 붙어있는 글귀이다. 생리현상으로 무겁고 급해진 ‘뱃속의 근심’은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는다. 뱃속의 근심을 해결하고 나면 더없이 개운하듯이, 마음의 번뇌도 내려놓을 수 있다면 우리 삶은 얼마나 가벼워질 것인가. 그러니 사찰의 뒷간을 ‘근심을 푸는 곳’이라 하여 해우소라 한 것은 참으로 적절하다.한국전쟁이 끝난 뒤 통도사 극락암에 머물던
정각을 향하여‘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 과거나 미래 그리고 현재에 열심히 정진하면 고통스럽고 괴롭고 쓰라린 아픔을 느끼겠지만 지금 여래처럼 아플 수는 있어도 이보다 더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극심한 고행으로도 나는 인간의 차원보다 더 높고 탁월한, 성자들의 지견(知見)에 견줄 만한 경지를 얻지 못했다. 깨달음으로 가는 다른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닐까?’- 중에서드넓은 네란자라(Nerañjarā) 강가에서 스스로에 조복(調伏) 받고, 속박에서 완전히 벗어나고자 용맹정진하던 싯다르타는 이렇게 생각했다.전정각산은 부
보로부드르 사원에서부처님 탄생·성도·열반불과 성수로 축하해인도네시아 보로부두르 사원(Borobudur Temple)은 육법공양(등·향·꽃·쌀·차·과일)의 축복 속에 우뚝 서 있다. 해발 3,000m가 넘는 므라피(Merapi) 화산을 배경으로 주변에는 야자수 숲, 논밭과 함께 차밭과 갖가지 향신재·과일·꽃이 지천이다. 쁘로고(Progo)강과 엘로(Elo)강이 만나는 풍요로운 끄두(Kedu) 평야 위에 세워진 보로부두르 사원. 그래서 자바인은 이곳을 성스러운 땅이라고 믿는 게 아닐까?와이삭 축제의 불과 성수인도네시아 불교의 가장 큰
욕설과 칭찬아득히 먼 옛날, 아직 젖을 더 먹어야 할 어린 송아지가 있었습니다. 주인은 외양간에서 송아지를 끌어내며 말했습니다.“오늘 너를 팔아야겠어.”엄마 소와 송아지는 구슬피 울었습니다.“미안하다. 우리 집은 돈이 급하거든.”송아지는 눈물을 흘리며 가축시장으로 끌려갔습니다. 한 농부가 송아지를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그러다 농부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주인에게 물었습니다.“너무 어린 것 같군요. 젖은 떼었나요?”주인이 웃으며 대답했습니다.“물론이지죠. 아주 튼튼해서 벌써부터 풀을 잘 씹어서 넘깁니다.”농부
충주시 동량면 하천리로 이어지는 하천대교를 건너면 굽이굽이 이어지는 호반로를 따라 한쪽에는 충주호로 연결된 물길이, 반대편에는 나지막한 언덕으로 이어진 마을이 나타난다. 마을 어귀에는 큰 나무가 한 그루가 서 있는데 그 옆에는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탑비(塔碑)가 있다. 고려시대 사찰 터였던 정토사지(淨土寺址)가 충주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처하자 미리 옮겨 놓은 법경대사(法鏡大師) 탑비이다. 법경대사 현휘(玄暉, 879~941)는 당나라 유학 후 선법을 전수받고 귀국하였는데, 태조가 국사로 예우하고 정토사에 머물게 했다. 그는 이곳
해방 이후 한국 불교계에 만연했던 찬송가식 찬불가도 이제는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연등회, 붓다콘서트 등 각처에서 서양식 합창곡·국악·대중음악에 이르기까지 매년 새로운 찬불가를 발표하고 있으며, 서울 봉은사는 국악관현악단과 함께하는 합창단을 운영한다. 이외에도 명상음악·재즈·가요·힙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인들이 불교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경향 각지에는 스님들의 범패로 진행되는 의례가 국가 혹은 지방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이렇듯 다양한 음악이 있으나 불자들의 생활 속에서 얼마나 향유되고 있는가를 생각하면 고개
청동금고(고려시대, 구경 42.8×높이 8.5cm)금고의 표면은 돌기한 4개의 동심원으로 이뤄져 있다. 중심부부터 △연밥문양대 △연판문대 △무문 △연판문대로 나뉜다. 중심부의 연밥문양에는 11과의 연자가 배치돼 있다. 다음 동심원에는 연잎 10엽이 둥글게 중앙 동심원을 감싸고 있다. 상부와 측면에는 매달 수 있도록 작은 꼭지가 만들어져 있다. 금고의 측면에는 ‘용천사(龍泉寺)’라는 명문이 음각돼 있다.
오철만 사진작가 / 히말라야에 내리는 보름달빛
봄을 만들다이웃집 개이웃집에는 마당에서 기르는 개가 한 마리 있다. 털이 길고 몸집이 크지만 엄청 순하다. 그 개가 급하게 움직이거나 낯선 사람을 향해 짖거나 무는 것을 보지 못했다. 이름은 ‘멍개’라는데, 그 뜻은 물어보지 않았다. 이제 그 개는 나이가 많이 들었다. 그래서 거동이 더 느려졌다. 눈을 껌벅거리는 것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이웃집에서는 하루에 한 차례 천천히 산책시킨다고 했다. 어느 날 아내가 내 집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가 그 개를 만났다고 했다. 그런데 그 개는 혼자였고, 목줄이 없는 상태였다고 했다. 흡사
분초 다투는 현대인명상 통해 깨어나마음 근육 키워야분초사회(分秒社會)는 최근에 만들어진 신조어로 아직은 생경한 개념이다. 이 말은 2024년 대한민국의 소비 트랜드를 전망하는 〈트랜드 코리아 2024〉에서 처음으로 제기된 용어이기 때문이다. 대만의 예능 프로그램의 명칭 중에 〈분초세계(分秒世界)〉가 있었는데 분초사회와는 의미가 다르게 사용되었다. 그렇지만 행위하는 데 있어서 시간이 중요하다는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현대인의 시간이 책에서 분초사회는 ‘시간이 희소자원이 되면서 시간 효율성을 극도로 높이려는 트랜드를 모두가 분초(分秒
불화·단청과인연 맺게 해준잔치국수잔치국수는 시장이나 길거리에서 자주 접하는 간단한 음식이다. 또한 국수 가닥은 물 흐르듯 걸림이 없어 만드는 사람에 따라 자유롭고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 명칭도 자유롭다. 스님을 미소 짓게 한다고 해서 승소(僧笑)라는 별칭을 얻었고, 혼례나 회갑연 때 즐겨 먹어 잔치국수란 이름을 얻었다. 재래시장에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잔치국수는 나에게도 소중한 인연을 맺어 주었다.장엄등 만들고 먹은 연화사 국수천태종 인천 연화사(현 황룡사)는 지금의 나를 키워준 사찰이다. 20대 초반에 연화사 청년
척불 속 불경 수요 증가사신에 하사하기도오늘날 전하는 불교 경전의 상당수는 조선시대 때 간행됐다. 불교를 국교로 삼았던 고려시대보다도 조선시대 때 더 많은 양의 불경이 인쇄되고 유통된 것으로 보인다. 동국대학교 불교기록문화유산아카이브에서 분류한 〈고려교장〉을 보면 삼국시대 12종, 고려시대 351종 그리고 조선시대 732종의 경전이 판각·필사되었다는 걸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불교의례와 관련한 문헌은 당(唐)·송(宋)·원(元)·명(明)에서 꾸준히 수입되어 활용되었지만, 조선조 들어서는 이들을 직접 인쇄하거나 우리 실정에 맞게
대중생활 상징하는 공간출가자 감소로 기능 상실대방(大房)은 출가수행자의 대중생활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따라서 행자들에게 대방은 선망의 공간이었다. 큰스님부터 학인에 이르기까지 대방에 모여 발우공양을 하는 모습, 강원·선원의 스님들이 대방에서 경전을 읽거나 참선에 든 모습은 더없이 여법하게 여겨졌을 것이다. 이에 행자들은 대방 앞을 지날 때면 하루빨리 저 자리에 앉겠다는 간절함으로 가슴이 뛰곤 하였다.이윽고 행자생활을 마치고 사미계를 받으면, 강원의 학인으로 대방에서 숙식과 공부를 하며 살아가게 된다. 행자 때 찬상을 나르던 대방에서
왕궁에서집 없는 곳으로건기를 맞이해 인도 북부의 부처님 유적지를 순례했다. 부처님 성지가 가까워지면 가녀린 들꽃들이 희뿌연 먼지를 뒤집어쓴 메마른 순례자를 맞이한다. 다가가 만지기라도 하면 이내 무너질 듯 불안한 모습이다. 그들을 지나치지 않고서 거룩하고 안온한 부처님의 성소에 닿을 방법은 없다.얼마나 많은 탄생과 죽음을 지나고서야 길 위의 삶을 멈출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번 생에서 마음의 안식을 찾을 수 있을까? 그들과 나, 우리 모두 벗어날 수 없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질문을 ‘그들의 삶과 나의 삶이 크게 다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