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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율리아 라히만 씨 가족지구촌은 한 송이 연꽃
율리아 라히만(가운데)의 가족.

“불교는 건강한 삶 돕는 
훌륭한 생활지침”

안녕하세요. 저는 율리아 라히만(Julia Reichmann)입니다. 새해가 되면 28살이 되고, 호텔리어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가족은 부모님과 언니, 오빠, 여동생, 남동생 등 모두 7명입니다. 독일에서는 대가족에 속합니다. 부모님과 남동생은 고향인 무든바흐(Mudenbach)에 살고, 언니와 오빠는 프랑크푸르트(Frankfurt)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막내 여동생은 얼마 전 남자친구와 함께 뒤셀도르프(Düsseldorf)로 이사를 갔지요. 고향인 무든바흐는 아주 작은 마을인데 가까운 도시로 통일 전 서독의 수도였던 본(Bonn)이 있습니다. 프랑크푸르트와도 꽤 가깝습니다. 무든바흐는 마을이 작다보니 주민들이 서로를 잘 알고 함께 일을 하는 공동체가 활성화돼 있습니다. 큰 도시가 갖지 못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베를린에서 5년째 살고 있습니다. 베를린은 주거시설에 비해 유입인구가 너무 많아 집 구하기가 무척 힘듭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20~30대는 집을 구해서 같이 사는 하우스쉐어를 합니다. 독일에서 ‘WG (Wohngemeinschaft)’라고 부르는데, 큰 집에 여러 방이 있으면 각자 방을 하나씩 쓰고, 화장실·거실·부엌은 공동으로 쓰면서 월세를 나눠 내는 형태입니다. 저도 하우스쉐어를 하고 있습니다. 방이 네 개 있는데, 저와 독일·브라질·영국 친구 한 명씩이 같이 살고 있습니다. 위치는 프리드리히샤인(Friedrichshain) 구역 오스트크로이츠(Ostkreuz)역 근처입니다. 베를린 북동쪽에 위치한 지역으로, 벽에 낙서가 가득한 이곳은 특히 음악분야에 종사하는 젊은 세대가 많이 삽니다. 이스트사이드 갤러리(베를린 장벽)가 있어서 관광객도 많은 편입니다. 

동남아 여행 계기로 불교 신앙  

저는 원래 가지고 있던 가치관과 불교의 가르침이 잘 맞는다는 걸 깨달으면서 서서히 불자가 된 경우입니다. 부모님이 환경보호나 동물의 권리 등에 대해 엄격히 가르치셔서 어릴 때부터 나의 행동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하며 자랐습니다. 또 저희 가족은 모두 채식주의자이고, 생활용품을 최대한 공해를 덜 일으키는 재료로 사용하려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는 전기를 제공하는 회사를 집집마다 선택할 수 있는데, 저는 비용이 더 들어도 가장 친환경적인 회사의 전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훈도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님을 생각하며 살자.’인데, 환경보호와 마을공동체 보존에 관심이 많은 부모님다운 가훈이지요.

미얀마 바간에는 맨발로 올라갈 수 있는 불탑이 있다. 미얀마 여행 중에.

저는 사실 종교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는데, 삼년 전 동남아시아를 여행할 때 불교유적지에서 느낀 평안함과 고유의 느낌이 무척 좋아서 귀국 후 불교 관련 서적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읽을수록 제 인생관이나 가치관과 부합하는 부분이 많아 불교식 명상과 요가를 배우기 시작했고, 사찰에도 가게 되었지요.  

제가 다니는 사찰은 베를린 서쪽 슈판다우(Spandau)에 있는 미야오파 첸트룸(Miao fa Zentrum, 妙法禪寺)입니다. 대만 선종계열의 사찰인데, 언제 창건됐는지는 모르지만 그다지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법당에는 석가모니불을 모셨고, 멋진 관음보살상도 있습니다. 사찰에 들어서면 테이블과 큰 책장이 있는데, 책장에는 불교 서적이 가득 꽂혀 있습니다. 책 사이에 불상과 보살상도 모셔져 있습니다. 이곳에 가면 불교 관련 서적을 마음껏 읽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법회에는 보통 15명 정도가 참석합니다. 주지스님은 독일에서 의사로 일하다가 틱낫한 스님을 스승으로 출가해 프랑스에 위치한 수행공동체 플럼빌리지(Plum Village)에 계셨다가 대만에서 선불교 수행을 하신 비구니 스님입니다. 다른 사찰의 법회를 가본 적이 없어서 제가 다니는 사찰만의 독특한 수행방식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다니는 사찰은 법당에 들어서서 부처님께 절을 올린 후 방석 위에 앉아 주지 스님을 기다립니다. 일반적으로 법회는 짧은 좌선으로 시작합니다. 방석은 불상이 있는 벽쪽을 제외한 나머지 3개면 가까이에 ‘U’자 모양으로 놓여 있습니다. 법회 후에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중국차를 함께 마시기도 하고 책을 읽다가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날씨가 좋은 계절에는 실외로 나가 걷기수행을 하기도 합니다.  

종교 있으면 수입 9% 세금

저의 독일 친구 중에는 매주 혹은 매달 정기적으로 사찰에 다니는 사람은 없습니다. 독일에는 종교단체에 소속되는 걸 부담스럽게 여기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종교를 갖게 되면 세금을 더 내야하기 때문입니다. 독일의 종교세는 수입의 9%인데, 관청에 내면 관청에서 해당 종교단체로 보내는 구조로 돼 있습니다. 사찰이나 명상센터에서 만난 사람들과 가끔 법회나 수행모임 후 커피를 마시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인권이나 동물의 권리에 관심이 많습니다. 또한 살아오면서 힘든 일이 있었는데 달라이라마의 책을 읽고 극복한 경우, 저처럼 아시아에 여행을 갔다가 관심을 갖게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간혹 대학에서 ‘세계의 종교’ 수업을 듣고 관심을 갖게 된 경우도 있었고요. 

집안에서 좌선수행을 하는 율리아 라히만 씨.

독일인의 신앙생활은 지역과 연령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청년층은 대부분 무교입니다. 그런데 부모님 세대만 해도 독실한 종교인이 많았습니다. 현재 집권 정당(독일 기독교 민주연합과 자매정당인 바이에른 기독교 사회연합) 이름에 ‘기독교’가 들어가 있는 걸로도 알 수 있듯이 보수적인 사고를 하고, 꾸준히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 많습니다. 제가 사는 베를린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이 모여 있어서 거주민들의 종교도 다양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일에 난민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이슬람교도도 많아졌습니다. 

2017년 통계자료에는 전체인구 중 가톨릭 29.9%, 프로테스탄트 29.8%, 이슬람 6.1%이며, 34% 정도가 무교였습니다. 독일에서 불교는 티베트불교가 비교적 친숙합니다. 서양권에 티베트불교가 많이 알려진 영향인 것 같습니다. 베트남불교도 꽤 알려져 있는데, 이웃나라 프랑스에 있는 틱낫한 스님의 플럼빌리지의 영향이라고 봅니다. 베를린에는 한국 사찰도 있다고 하는데 아직 가 본 적은 없습니다. 저의 경우 일 년에 10회 정도 사찰에 갑니다. 가장 큰 사찰행사는 ‘부처님오신날’인 것 같은데 아직까지 참가한 적은 없습니다. 

불교에 매력 느끼는 젊은 층 증가

저는 아직 미혼이지만, 미래에 자녀가 생긴다면 모범적 생활을 통해 아이가 자연스레 불교에 관심을 갖게 하고 싶습니다. 저는 불교를 엄격한 의미에서의 신앙이라기보다는 건강한 삶을 위한 생활지침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불교의 가르침을 잘 따르면 더불어 사는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깔라마경(Kālāma Sutta)〉을 좋아하는데, 이 경전에는 삶에 있어서 옳고 그름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직장동료와 집 앞 공원에서.

독일인들은 분석적인 성격을 지닌 경우가 많습니다. 또 사색하고 토론하는 걸 좋아합니다. 그렇다보니 사찰에서 조금이라도 의문이 생기면 자유롭게 질문을 합니다. 저는 모든 가르침을 곰곰이 생각해 보고, 의구심을 가지고,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결국 자기만의 방식으로 소화하고 수행하도록 독려하는 방식이 불교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전의 절대성을 주장하지도 않고, 무조건 믿으라고 하지도 않고, 모든 가르침을 의심하고 곱씹어 보도록 하니까요.

유럽에는 불교유적이 없지만, 제 기억에 남는 곳은 미얀마 바간(Bagan)의 불탑입니다. 3년 전 친구와 동남아시아 배낭여행을 갔는데 태국·캄보디아·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의 불교 유적지 중에서 미얀마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종교분쟁으로 안타까운 일이 자주 일어나는 나라지만, 미얀마는 많은 영감을 주는 곳입니다. 묘법선사를 다니며 중국계 불교문화와도 가까워졌지만, 아직 가본 적이 없어서 궁금하기만 합니다. 

최근 파키스탄에서 이민 온 친구와 종교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이슬람교가 국교인 나라에서 자란 친구와 나눈 자유로운 대화는 제 선입견을 깬 좋은 기회였습니다. 우리는 〈코란〉과 경전이 현대인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대부분의 종교의 가르침은 집필된 지 아주 오래 되어 현대사회와는 전혀 다른 그 당시의 사회상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해 종교인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 친구는 〈코란〉에는 그 절대성이 명시돼 있고 이슬람교도들도 다른 해석에 여지를 두지 않는 경향이 있어서 젊은 사람으로서 가끔 〈코란〉의 시대착오성을 느낀다고 솔직히 털어놓았습니다. 저에게 불교 경전은 어떤지 물어와서, 제가 배운 불교는 절대성을 경계하는 종교이고, 경전에 대한 해석 역시 그렇다고 답해주었습니다. 

독일에는 출가를 하거나 불교수행센터를 운영하는 사람이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베를린에 남방불교식 불교수행센터를 운영하는 독일인 불자에 대해 들은 적이 있는데, 이 분도 본업이 의사이고 불교 관련 책을 여러 권 펴냈다고 합니다. 수행센터 개원이나 책 출간은 그만큼의 수요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아직 전통을 중시하는 남부 지역에는 불교의 영향이 크게 미치지 못한 것 같지만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젊은 층이 늘고 채식주의자가 많은 베를린 같은 도시에는 불교에 매력을 느끼는 인구가 늘어나리라 생각합니다. 

인터뷰 / 이혜인(베를린자유대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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