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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조현일 씨 가족지구촌은 한 송이 연꽃
아들의 대학원 졸업식장에서 단란한 가족.

한인사회 교회 중심 네트워크 형성
“바른 信行으로 소리없는 포교”

저의 이름은 조현일입니다. 한국 나이로는 57세가 되었습니다. 아내의 이름은 유복래로 저와 동갑입니다. 29살이 되는 듬직한 아들(조재현)과 25살이 되는 예쁘고 귀여운 딸(조수현)이 있습니다. 저의 큰누나가 1999년 경 토론토로 이민을 왔는데, 그로부터 6년 뒤인 2005년 12월 25일에 저의 가족은 아이들의 어학연수 차 토론토에 오게 되었습니다. 당시 1~2년 정도 어학연수 계획하고 왔는데, 아이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 적응을 해서 2008년 6월 이민을 결행하게 되었습니다. 

12년 전 캐나다로 이민

이민 초기 아내와 아이들은 토론토에 거주했고, 저는 한국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대우를 퇴직한 후 식음료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학교생활에 잘 적응했기 때문에 아내는 미래를 위해 전문직을 갖는 게 여러모로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했는데, 시행착오를 거쳐 현지에서 대학과정을 마치고 한의사가 되었습니다. 또한 엄마가 아이들과 함께 공부를 하다보니 좋은 영향을 주었던 모양입니다. 아들 재현이는 대학과 대학원을 마친 후 2019년 카이로프랙터(척추지압) 닥터가 되었고, 딸 수현이도 토론토대학교 대학원에서 의사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조현일 씨와 부인 유복래 씨.

저는 1남 3녀의 막내아들로 명랑하고 활발한 성격이지만, 다소 이기적이란 지적을 받고 자랐습니다. 아내 또한 삼남매 중 막내였는데, 공부를 하기 위해 고향 거제도에서 일찍 마산으로 나와 생활했기 때문에 독립심과 책임감이 강한 편입니다. 아들은 다소 과묵하지만 자기관리가 확실한 편이고, 딸은 애정표현도 감정표현도 적극적인 엄마의 가장 좋은 친구입니다.  

어머니께서는 제 위로 딸을 셋 낳았기 때문에 아들을 낳고자 절에 가서 정성들여 기도를 한 후 저를 낳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불교가 모태신앙입니다. 어릴 때 기억은 비구니 스님이 종종 집에 찾아왔고, 어머니는 다양한 방법으로 시주를 하셨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의 경우, 불교를 체계적으로 배웠다기보다 기복 신앙에 가까웠다고 생각합니다. 

유년기에는 어머니 손을 잡고 사찰을 다녔고, 고등학교 때는 서울 삼선교 근처 정각사 청년회를 다녔습니다. 몇 달 전 입적하신 광우 스님께서 청년회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셨고, 스님의 지원을 받은 동국대 불교학과 출신의 스님들이 청년회 법사를 맡아 열정적으로 우리를 지도해 주셨습니다.

현재 제가 캐나다에서 다니고 있는 사찰은 천태종에서 토론토에 세운 평화사입니다. 2003년 창건된 이 사찰은 주지스님이 4년 임기로 부임하는데, 현재 주지는 덕재 스님입니다. 매월 첫째 일요일에는 인등불공을, 셋째 일요일에는 정기법회로 진행합니다. 법회 때는 50명 안팎의 신도들이 동참합니다. 다양한 제사와 불공 등이 있을 때는 신도들에게 공지를 해서 참여토록 하고 있습니다.  

평화사의 전체 면적은 약 5만 평입니다. 사찰 뒤쪽으로 자연산책로가 구비돼 있어 수행정진하기에는 더없이 훌륭한 여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다만, 법당과 요사(寮舍)는 불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법당에는 관세음보살님을 주불로 모셨고, 좌측에 천태종 중창조이신 상월원각대조사님, 우측에 신중단을 모셨습니다. 또 법당 오른편에는 지장보살탱화가 걸려 있습니다. 넓은 앞마당의 유실수와 잔디는 주지스님의 부지런한 손길로 예쁘게 단장돼 있고, 중간에 놓인 흔들의자와 벤치는 신도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습니다.

한인 위주의 평화사, 법회 후 전통놀이도

평화사의 신도는 대부분 교포들입니다. 외국인에 대한 포교가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캐나다인을 포교하기 위해서는 영어로 된 교재와 동시통역이 필요하고, 좌식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의자를 설치해야합니다. 또 식단도 현지인들을 위해 새롭게 구성해야 합니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필요조건들이 있습니다.  

천태종 캐나다 평화사에서 주지 덕재 스님과 신도들이 법회를 봉행하고 있다. 평화사는 24시간 법당을 개방해 누구나 언제든지 기도정진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곳 불자들은 법회날 삼삼오오 차량을 나눠 타고 사찰을 찾습니다. 대다수가 연세가 많고, 멀리서 오는 신도들도 많으며, 대중교통이 한국처럼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차량 품앗이 없이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신도들은 법당에 들어와 부처님께 차례로 삼배를 올리고 법회 시작 30분 전부터 〈법화경〉을 독송하며 기다립니다. 인등불공의 경우에는 주지스님께서 주재하고, 일반법회 때는 피아노반주에 맞춰 삼귀의를 시작으로 대조사님 법어 봉독, 스님 법문, 축원, 공지사항, 산회가 순으로 이어집니다. 

법회 후 점심공양을 하는데 이후에 남아서 기도를 하는 신도도 있고, 날씨가 좋을 때는 앞마당에서 떡메치기·투호·제기차기 등 전통놀이를 즐기다가 귀가하기도 합니다. 과일이 익는 가을에는 주지스님이 사과나 배를 따서 신도들에게 하나씩 나눠주기도 합니다. 

평화사에 다니는 도반을 한 명 소개한다면 류범석 신도를 꼽을 수 있습니다. 그는 어머니·누나와 함께 이민을 왔습니다. 어머니께서 30여 년 간 공양주를 하셨고, 현재 누나는 평화사 종무소에서 일을 하는 등 기도와 봉사가 생활화되어 있는 불자가족입니다. 현재 모친이 당뇨로 시력이 좋지 않아 거동이 불편한데도 법회 때마다 늦둥이(초등 6학년)까지 3대가 사찰에 옵니다. 연말에는 사찰에서 효행상을 타기도 했습니다.   

사실 캐나다는 기독교 국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토론토 지역 한인업소 주소록에 등재돼 있는 개신교 교회는 무려 300여 개에 달합니다. 이에 반해 가톨릭 성당과 사찰은 각각 5곳입니다. 캐나다 전체로 보면 중국계 사찰이 규모가 크고, 이외에 태국·베트남계 사찰이 늘어나고 있는데 비해 한국 사찰은 줄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토론토 내 불교단체는 설립한 지 24년이 되는 ‘불교인회’가 유일하게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젊은 층 포교는 현지에서도 과제

평화사의 경우 신도 수가 적어서 어린이회나 청년회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지는 않지만, 24시간 법당을 개방해 언제든지 기도정진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법회는 첫째 주와 셋째 주에 있지만, 저는 현재 총무 소임을 맡고 있어서 주 2~3회 정도 사찰에 가고 있습니다. 

조현일 씨와 딸 조수현 씨.

연중 가장 큰 행사는 부처님오신날입니다. 부처님오신날이 주말인 경우에는 그대로 진행하지만, 평일일 경우에는 앞서 주말과 당일, 두 번에 걸쳐서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행사 전날부터 연등과 봉황등·국기등·33인등 등이 법당 안팎을 화려하게 밝히고, 행사 때는 토론토 총영사·한인회장·불교인회장·한-카노인회장 등의 내빈으로 참석합니다. 이날 주지스님의 법고무와 신도들의 육법공양·바라무가 펼쳐지는데, 한-카노인회에서 장구병창과 부채춤 등의 공연으로 흥을 돋우기도 합니다. 

캐나다 불교의 미래는 한편으론 어둡고, 한편으론 무궁한 가능성을 지녔다고 생각합니다. 한인사회가 교회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보니, 모 교회는 주말 예배인원이 4,000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교민들 입장에서는 사람을 만나고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도 교회에 나가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저의 아이들도 교회를 다니고 있는데, 여러 여건상 부처님 품으로 이끌기가 쉽지 않습니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로 신행생활을 하다 보니 근본적인 사유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되고, 체계적인 불교공부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그래서 힘든 일이 생길 때 저의 마지막 의지처는 항상 부처님이 되곤 합니다. 또한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보시를 생활화 하고 타인을 먼저 배려하고 늘 기도하면서 생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캐나다인과 젊은 한인 층에 대한 포교가 과제이긴 하지만, 불자들이 가정과 사회에서 불자다운 몸가짐과 마음가짐, 실천을 생활해 나간다면 자녀와 이웃을 향한 ‘소리없는 포교’가 언젠가는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월간 금강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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