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은 한 송이 연꽃

2016년 만달레이산에 올랐을 때. 고모 두 분, 사촌 언니, 남동생과 필자(맨 왼쪽).

“좋은 마음 가진 사람 늘어나면 
좋은 세상 온다는 걸 알게 됐죠”

저는 메이 뚜 뚜(May Thu Thu)라고 합니다. 미얀마 사람으로 올해 24살이 됩니다. 미얀마 양곤에 있는 회사에서 한국어통·번역사 및 사무직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가족은 부모님과 저, 남동생을 포함해 네 명입니다. 제 고향은 미얀마 남서부에 위치한 에야와디주 하이지쭌(Hainggyi Kyun)섬인데, 부모님은 이곳에 살고 계십니다. 남동생은 양곤(Yangon)에 있는 대학교에 재학 중이어서 저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미얀마 북쪽에 살고 있는 미얀마인들 중에는 하이지쭌을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풍광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316피트(96.3m) 높이의 산 정상에는 불교식 탑이 서 있어서 불자들의 환희심을 자아냅니다. 주민 대부분은 어업에 종사하는데, 서로를 잘 도와줄 뿐만 아니라 모르는 사람에게도 최선을 다해 도와주려고 하는 친절한 사람들입니다. 

태어난 지 100일, 절에 공양 올려

저는 고향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양곤 외국어대학교에 입학했는데, 이후 7년 째 양곤에서 살고 있습니다. 양곤은 한때 미얀마의 수도였지만, 얼마 전 수도를 변경해 미얀마 제2의 도시가 됐습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사업가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활동하기에 조건이 가장 좋은 도시입니다. 회사와 공장이 많아 취업률이 높다보니 인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집 임대료도 상승 추세입니다.

2016년 모니와 탄보데이 파고다(Thanbodhay Pagoda)에서 고모 두 분과 남동생.

저는 아파트를 임대해 남동생과 둘이 살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는 양곤에서 학원이 가장 많고 교통도 복잡한 대신에 젊은이들의 약속장소로 인기가 높은 곳입니다. 양곤대학교까지 걸어서 20분 정도 걸립니다. 대학교 옆의 인야호수(Innya Lake)는 연인이나 젊은 친구들이 즐겨 찾고, 주변에는 유명한 백화점이 세 개나 있습니다. 미얀마에 와 본 적이 없는 사람도 공항에서 택시기사들에게 “젊은이들이 많이 다니는 곳, 학원이 제일 많이 있는 곳으로 가 달라.”고 하면 이곳으로 데려다 줄 것입니다.

미얀마는 불교국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전체인구 중 90% 이상이 불교신자입니다. 저의 부모님도 불자이기에 저 역시 자연스레 불교를 받아들였습니다. 미얀마인들은 아이가 태어나고 100일이 될 때, 사찰에 가서 아이를 위해 스님과 부처님께 음식 공양을 올립니다. 저의 부모님도 제가 100일이 됐을 때, 사찰에 가서 공양을 올렸다고 하는데, 결국 저는 100일 때부터 사찰에 다닌 셈입니다. 3살 때쯤 아버지의 친구가 사찰에서 기부행사를 했는데, 어렴풋이 아버지를 따라 사찰에 다녀온 기억이 납니다. 당시 주지스님께서는 아이들에게 과자를 주면서 절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 후 한 달에 최소 한 번은 사찰에 가서 부처님과 스님들께 절을 올리고 있습니다. 

사찰에서 어른들이 스님과 함께 지역과 사찰 발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아이들은 넓은 마당에 모여 노는데, 대도시가 아닌 지역의 아이들은 대부분 그런 기억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스님들은 아이들에게 불자로서 지켜야 할 오계에 대해 가르쳐 줍니다. 그리고 주변에 사랑을 나누고 서로 돌봐주며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도록 지도해 줍니다. 저의 경우 중학교 방학 때 사찰에서 불교의 역사와 경전에 대해 간략히 배운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부모님은 제가 불교를 깊이 신앙하길 원해서 사찰에 보내 주셨지만, 저는 사찰에 가면 친구들과 놀 수 있다는 생각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막상 다녀보니 불교에는 생각보다 더 깊은 뜻이 담겨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불자들이 따르고 지켜야 할 원칙도 배우게 됐습니다. 

매월 보름, 사찰에서 포살 행해

양곤에 살고 있지만, 제가 자주 다니는 사찰은 고향에 있습니다. 어렸을 때는 매주 부모님과 이모·고모를 따라 고향 사찰을 가곤 했습니다. 매월 보름과 기부를 할 때는 반드시 고향 사찰을 찾습니다. 이 사찰은 1878년에 창건된 ‘땍드마저띠까용 경전사찰(Saddhamma Jotikaryune Pariyatti Monestery)’입니다. 영국 지배하에 있던 1892년에 영국 국왕이 사찰에 4.58에이커(약 5,600평)의 땅을 기부했는데, 이를 계기로 사찰 규모가 커지면서 사회활동을 활발하게 펼치며 지역민에게 여러 가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2016년 마궤 먀따룬 파고다(Mya Tha Lon Pagoda)에서 고모와 필자.

미얀마의 사찰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 불교의식 등 신행생활을 하는 일반 사찰과 경(經)·율(律)·론(論) 삼장(三藏, Tri-Pitaka)을 가르치며 명상법까지 가르쳐주는 사찰이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사찰에선 어린 스님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삼장 및 명상법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보름날이나 마을에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도 법회가 열리는데, 최소 300명 정도의 불자가 참석합니다. 보름날 어른들은 사찰에서 포살(布薩, uposadha)을 하고, 젊은이들은 필요한 일을 돕기 때문에 미얀마인들은 보름날을 아주 중요하게 여깁니다. 

법회 때 주지스님은 부처님의 말씀과 바른 삶을 살아가기 위해 따르고 지켜야 할 점에 대해 알려 줍니다. 알고 있는 얘기도 반복해서 말씀해 주십니다. 불자들이 이를 마음에 기억하면서 바르게 살도록 안내해 주기 위함입니다. 주지스님의 이름은 우 위웨이 까 난다(Ven. Viveka Nanda)입니다. 스님은 어려서 출가해 삼장을 배웠습니다. 불경 석사학위(M.A Buddhism)를 받았으며, ‘국립 빠리얏띠 사사나 대학교(State Pariyatti Sasana University)’ 교수로 활동하면서 제가 다니는 사찰의 주지직을 맡고 계십니다. 주지스님께서는 명상법도 가르쳐 주시고 지역 발전과 불교의 발전을 위해 글도 쓰는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의 사찰에 모셔진 부처님은 특이한 인연이 있는 부처님입니다. 방글라데시에 있는 한 사찰에 모시려고 배에 싣고 출국하려는데, 배가 움직이지 않아서 결국 가까이에 있는 제 고향에 모시게 되었습니다. 사찰에서는 일 년에 한 번 부처님오신날 행사가 열립니다. 미얀마 불자들은 사찰에 주로 꽃과 과일을 가져갑니다. 사찰에 도착하면 미리 와있는 사람들에게 인사한 뒤, 부처님께 꽃과 과일을 바친 후 절을 올립니다. 그 다음 스님께 절을 올리고 법회에 참석합니다. 법회가 끝난 뒤 기부자가 있으면 사찰에서 밥을 먹고, 기부자가 없을 때는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집으로 돌아갑니다. 
  
정부가 불교전문대학교 운영

미얀마는 국교가 불교여서 친구와 선·후배 모두 사찰에 다닙니다. 어른들은 매일 또는 매주 사찰에 다니고, 젊은 사람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가지 못하는 대신 아침에 일어나 집에 모셔놓은 부처님께 절을 올리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밤에도 잠자리에 들기 전에 부처님께 절을 올립니다. 젊은이들은 주로 동네나 집안에 큰 기부행사가 있을 때, 생일 때는 사찰에 가서 기부를 하고 법회에 참석합니다. 또 명절 때 고향에 내려가는 경우에는 친구들과 함께 사찰에 기부를 하고 법회에 참석하는데, 어른들에 비해 적극적이진 않습니다. 어른들은 음력으로 4월 보름날부터 7월 보름까지 3개월 동안 월 4회 정도 사찰에 가서 하루종일 명상을 합니다. 

고향 사찰에 모셔진 부처님과 땍드마저띠까용 경전사찰 주지 우 위웨이 까 난다 스님.

2014년 인구조사에 의하면 인구의 87.9%가 불교, 6.2%가 기독교, 4.3%가 이슬람교, 0.5%가 힌두교를 신앙합니다. 미얀마는 14개 지역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곳에 135개 민족이 흩어져 삽니다. 미얀마는 태국·스리랑카·캄보디아·라오스와 함께 상좌부불교(Theravada Buddhism)의 전통을 잇는 나라입니다. 특히 불자 수가 감소하지 않고, 스님들도 많아서 불교국가로는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저는 미얀마 달력으로 음력 보름날, 특히 부처님 태어나신 보름날, 부처님이 되신 날, 부처님오신날에는 빠짐없이 파고다(탑)나 유명한 불상이 있는 사찰에 갑니다. 또 덕 높은 스님들의 법회가 열리거나, 직접 기부를 하러 갈 때, 아는 사람이 기부할 때 같이 가는 걸 합하면 1년에 약 20차례 정도는 사찰을 갑니다.

미얀마 사찰의 가장 큰 행사로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먼저 부처님오신날 열리는 행사인데, 전국 사찰마다 조금씩 다르게 진행됩니다. 제가 다니는 사찰에서는 법당에 모셔진 부처님을 모시고 마을을 한 바퀴 돌아서 마을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집 앞에서 부처님께 절을 올릴 수 있게 합니다. 그 다음 행사는 부처님오신날 뒤 한 달 동안 열리는 기부행사입니다. 한 사찰에서 한 번 밖에 열지 못하는 행사로, 한 달 동안 곳곳의 사찰에서 차례대로 행사가 열립니다. 이때 불자들은 돈을 모아서 스님들에게 옷을 기부합니다. 미얀마에서 제일 크게 열리는 불교행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얀마에는 불교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교도 있습니다. 제일 유명한 곳은 ‘국제 테라바다 불교 선교 대학교(International Theravada Buddhist Missionary University)’입니다. 1998년 6월 5일에 설립돼 정부의 종교·문화부 산하에 소속돼 있습니다. 미얀마에 와서 삼장을 배우려는 여러 국가의 사람들을 위해 언어장벽을 허물고 삼장을 배울 수 있도록 설립한 학교입니다. 영어로 입학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학사·석사·박사학위까지 취득할 수 있습니다. 스님과 일반인 모두 다닐 수 있는데, 졸업 후에는 세계로 나가 불교를 전도할 수 있습니다.

곳곳마다 불교유적 산재

미얀마는 불교 유적으로 가득한 나라입니다. 전국 어디를 가도 불교 유적이 없는 곳은 없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전국 여행을 몇 차례나 한 적이 있는데, 유적들을 볼 때마다 미얀마인이라는 사실이 정말 자랑스러웠습니다. 미얀마의 불교 유적지 중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도 많습니다. 그 중에서 제일 유명한 곳은 양곤에 있는 쉐다곤 파고다(Shwedagon Pagoda)와 얼마 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바간(Bagan)입니다. 쉐다곤 파고다에는 두 달에 한 번 정도 일요일이나 보름날에 찾아가는 편이고, 바간에는 어렸을 적에 가족들과 두 번, 대학교 4학년 때 한 번, 취직하고 나서 동료들과 한 번, 작년에도 한 번 가봤습니다. 

2019년 바간에서 필자.

상좌부불교에서는 ‘육식을 하면 안 된다.’는 규칙이나 규정이 없습니다. 부처님 재세 시에 육식과 채식에 대해 논쟁이 있었지만, 부처님께서도 그런 말씀은 하지 않았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수행자는 탁발을 통해 주민들이 공양하는 음식은 먹어야 하고, 열반의 문에 들어가고자 하는 이가 음식을 가린다는 자체는 이미 음식에 집착하는 마음을 정리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다니는 사찰에는 육식을 금하지 않습니다.

요즘 다른 종교를 전도하려는 분들이 미얀마에 많이 오고 있습니다. 미얀마 불교는 탄탄한 교학과 수행을 바탕으로 부처님의 가르침과 말씀을 전달해 주는 스님, 마음의 평화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명상으로 몸의 변화와 마음의 편안함을 알려주고자 하는 스님들이 많이 계시기 때문에 향후 10년, 20년 후에도 변함없이 굳건한 불교국가로 남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사람에게 제일 중요하고 무서운 것은 자기 마음”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금생에 벌어지는 일들이 전생에 자기가 했던 행동의 결과이고, 금생에 잘 살아야 다음 생에 그 행동으로 나타나는 이익을 볼 수 있다고도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슬픈 일이 생길 때도 금방 끝날 것이며, 언젠가는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라는 마음으로 잘 극복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미혼이라 자식이 없지만, 이웃 아이나 아는 동생들을 만날 때마다 “자기가 어떻게 사는지에 따라 금생도, 다음 생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살아가야 한다.”고 얘기를 해주고 있습니다. 혼자만 좋은 마음을 갖는다고 세상이 변하는 건 아니겠지만, 그런 사람이 많아질수록 더 아름답고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저는 불교를 통해 정확하게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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