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월간금강 특집
세계의 스님_몽골 데친 초인 린 사원 볼로렌 차치도르 스님수행법과 의례는 달라도 해탈 향한 열망은 ‘하나’
2015년 부르덴 볼래그(Burden bulag) 사막에서 7일 간의 명상수련을 마친 후 제자들과 함께.

“상담 전문 스님 상주하고 
맞춤형 기도와 독경 해줘요”

저는 몽골 남동부에 위치한 데친 초인 린(Dechinchoinhorlin) 사원의 주지 볼로렌 차치도르(42, Bolorerdene janchivdorj) 스님입니다. 1991년 13살 때 출가를 했습니다. 가족 중에 누구도 저에게 스님이 되라고 권한 적은 없습니다. 다만 친할아버지가 스님이었기 때문에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목탁소리를 듣고 자랐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할아버지는 제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셔서 얼굴을 뵌 적은 없습니다. 마을 어른들의 존경을 받았던 유명한 스님이었다고 전해들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법연(法緣)으로 불교공부를 하다가 스승이 된 스님과의 인연으로 출가를 한 곳이 바로 이곳 데친 초인 린 사원입니다. 출가 후 3년 만에 목소리가 좋고, 착실히 정진하다는 이유로 법회 때 집전을 하는 ‘이흐옹자드(Ikh Unzad)’ 직책을 부여받았습니다. 1997년에는 몽골 불교센터 간단테그치늘렌 사원 부설인 운두르 게겡 자나바자르(Undur Gegeen Zanabazar) 대학교에 입학해 철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리고 2001년 데친 초인 린 사원의 주지로 임명됐습니다. 같은 해 몽골 경영아카데미에서 3년 간 행정관리를 전공한 후 졸업했습니다. 현재는 더르너고비 주의 도의원을 맡아 지역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티베트 불교 유입과 불교 탄압

몽골은 인구 중 60%가 종교를 갖고 있습니다. 종교인 중 90%가 티베트 불교를 신봉하며, 이슬람교가 5%, 기독교가 2% 그리고 나머지 3%는 샤머니즘 등으로 분포돼 있습니다. 예전의 불교융성기와 비할 수는 없지만 몽골불교는 여전히 몽골의 대표 종교라 할 수 있습니다.

몽골에서 불교가 강해지기 시작한 건 13세기 칭기즈칸 때부터입니다. 칭기즈칸의 손자인 쿠빌라이 칸은 자신의 제국인 원나라가 티베트 불교를 신앙하게 만들었습니다. 1578년에는 몽골제국의 왕 알타이 칸이 티베트 불교 겔룩파 수장을 초청해 교류하면서 불교를 국교로 정했습니다.  

17세기에는 몽골 전역에 불교가 확산됐습니다. 곳곳에 티베트 불교사원이 들어서고 수많은 청년들이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됐습니다. 많은 몽골인들이 말에서 내렸고, 손에는 칼 대신 불경을 들었습니다. 티베트 불교의 국교화는 야성적이었던 몽골인의 기질까지도 바꾸어 놓았습니다.

티베트 불교가 몽골에 확산되면서 몽골의 문화·교육 분야도 그 영향을 크게 받게 됩니다. 특히 교육 분야의 발전을 꼽을 수 있습니다. 몽골불교는 사원 부속으로 전통교육기관인 ‘다창(Datsan)’을 설립해 1930년대까지 수백년 간 다양한 학문을 연구해왔어요. 주로 현종(顯宗)·밀종(密宗) 등과 함께 의학·천문·역법·시륜(時輪) 등 민간의 삶에 깊숙이 자리매김할 수 있는 분야였습니다. ‘다창’은 현재 간단사를 비롯한 대형사원의 승가대학과 몽골 전통의학대에서 그 맥을 잇고 있습니다. 몽골불교가 탄압의 시기를 이겨내고 생활종교로써 입지를 굳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1920년대 몽골은 사회주의 체제인 구 소련의 지배를 받습니다. 소련을 등에 업은 몽골인민공화국은 ‘종교는 곧 아편과 같다.’는 스탈린의 정책에 따라 수많은 사원을 파괴했고, 국민의 불교 신앙을 막았습니다. 1937년부터 본격적인 불교말살이 시행되는데, 전국의 모든 불교사원을 약탈하고 불태웠고, 수도하던 승려들을 시베리아 강제노동수용소로 보냈습니다. 또 사원을 떠나길 거부하는 승려들은 그 자리에서 처형했고, 심지어 신성하게 여기던 고승의 무덤을 파괴하고 유해를 훼손하는 만행도 서슴치 않았습니다. 

1990년대 들어 소련연방의 몰락 이후 몽골은 사회주체 체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티베트 불교도 되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0여 년 만에 몽골인들의 생활 속에서 새롭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빠른 시간 안에 불교가 본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던 건 티베트 불교가 300년 이상 몽고인들의 생활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2008년 데친 초인 린 사원 내에 신축된 척진사(Tsogchin Temple)의 모습.

25명의 스님 사찰서 생활

제가 주지를 맡고 있는 데친 초인 린 사원은 1930년대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불교 탄압을 받은 후 1990년에 복원된 사찰입니다. 현재 이 사원에는 25명의 비구와 7명의 종무원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사원에는 열다섯 살의 어린 스님도 있습니다. 이 스님은 매일 오전 5시 30분에 일어나 예불 준비를 하고, 오후에는 일반 학교에 가서 몽골 문자·문학·미술학 등의 과목을 배우는 수업을 듣습니다. 그 외에 수행자가 갖추어야 할 소양과 불교경전 등을 공부할 수 있도록 5~6명의 스님들이 단계별로 학습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저 역시 매일 오전 5시 30분에 새벽예불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예불은 대웅전에서 오전 8시 30분까지 이어집니다. 제가 경전을 읽기 시작하면 다른 스님들이 따라서 경전을 읽습니다. 몇 명의 어린 스님들은 징이나 북 등의 악기를 두드리며 기도를 올립니다. 아침공양 후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는 사원의 모든 스님이 법회에 참석해 기도를 올립니다. 직책을 가진 스님들은 예불을 여법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소임에 집중하고, 직책이 없는 스님은 예불이 시작되기 전 법당의 문을 열고 의식이 시작되기 전까지 자리에서 기다립니다. 

오후 2시에서 4시 사이에는 신도들을 만나 개인에게 맞춘 기도와 독경을 해줍니다. 많은 신도들은 크고 작은 고민을 상담하기 위해 사원에 찾아옵니다. 사원 경내에는 상담을 전담하는 스님이 상주해 있습니다. 신도를 위해 그 자리에서 간단한 점복이나 염불을 해주고, 기도를 올려줍니다. 대형 사원의 경우에는 자신에게 필요한 기도와 경전을 직접 골라 날짜를 정하면, 스님이 그에 따른 독경과 기도를 해주는 방식으로 진행하기도 합니다. 일종의 맞춤형 기도인데, 이런 상담을 마친 신도는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오후 4시 이후에는 제자들에게 경문을 가르칩니다. 경문을 가르칠 수 있는 스님은 우리 사원에 약 여섯 명이 계십니다. 이외 스님들도 자격을 갖추기 위해 공부하는 중입니다. 저녁공양 후 오후 8시부터 한 시간 가량 저녁 독경을 하고 잠자리에 듭니다. 

척진사 신축 행사에서 후원자 증명서를 소개하며, 볼로렌 차치도르 스님이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

척박한 환경에 유제품 주 영양원

대부분의 몽골 사원에서는 경전을 소중히 다루고 있습니다. 법회의식 중에는 나무함에서 낡고 오래된 경전을 꺼내 두 손으로 받들어 이마에 대고 경배한 후 다시 나무함에 넣는 의식이 있습니다. 이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겠다는 다짐이자, 경전에 대한 경배의 의식입니다. 기도 후 신도들은 사원에 있는 마니차를 돌립니다. 마니차를 한 번 돌릴 때마다 경전을 한 번 읽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마니차를 돌리며 부처님의 가르침이 널리 퍼지기를 기원합니다.

몽골은 척박한 환경 때문에 채소가 부족한 대신 유제품이 풍족합니다. 그렇다보니 몽골 사원에서는 부처님께 양초 대신 우유에서 나온 기름을 굳힌 등불로 공양을 올립니다. 들판에서 자란 건강한 소가 만든 우유기름은 화기(火氣)와 지속력이 뛰어납니다. 신도들은 등잔에 솜으로 심지를 말아서 세운 후 우유기름을 넣고 피우면서 기도자의 안녕과 소원을 간절히 염원합니다. 

스님이 먹는 음식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몽골의 땅 대부분은 초원과 사막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야채를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주로 감자와 당근 같은 장기보존이 가능한 구황작물을 이용해 반찬을 해먹고, 다양한 유제품으로 영양을 보충합니다. 육식도 허용하고 있으며, 주로 치즈를 밀가루 빵에 올려먹거나 홍차에 우유를 타고 소금을 넣어 끓인 수태차를 마십니다. 흰쌀에 설탕과 건포도를 넣고 기름에 볶은 베레스(Berees)도 즐겨 먹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

데친 초인 린 사원에는 일 년에 약 1만 명의 신자가 찾아와 기도와 독경을 합니다. 특히 주말에는 부처님께 예불을 올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설날은 일 년 중 가장 큰 행사로 새해를 맞아 복을 빌기 위해 전국에서 찾아오는 신도들로 북적입니다. 

몽골의 부처님오신날은 음력 4월 15일입니다. 이날은 특히 공덕을 쌓고 열 가지 악업을 자제해야 합니다. 신도들은 살생을 금하고 하얀 색의 음식을 먹으며 거짓말을 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또 이간질이나 나쁜 말을 삼가고 부모에게 효도해야 합니다. 사찰에서는 신자들에게 우주세계의 연관성과 연기법에 대해 설명하는 행사를 열기도 합니다.

매년 7월 11~13일에는 몽골의 혁명기념일을 맞아 국민 최대의 축제인 나담(Naadam)이 개최됩니다. 나담 축제 기간에는 전통 의상을 입고 씨름·활쏘기·승마 등 3가지 종목이 열립니다. 특히 개막식에서는 벽사진경(辟邪進慶)을 위해 여덟 명의 호법신장과 재물을 관장하는 포대화상(布袋和尙), 여덟 동자승, 수명을 관장하는 흰 노인 등이 등장해 액운을 막아주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합니다.

불교는 나라마다 역사와 문화의 차이로 서로 다른 모습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몽골과 한국 두 나라 모두에게 중요한 종교 중 하나입니다. 언어와 문화는 달라도 우리 모두가 부처님의 제자이며, 세계는 하나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자리가 양국 불자들이 서로의 불교문화와 전통을 이해하는데 훌륭한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현선 기자  honsonang@daum.net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현선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