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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스님_베트남 각오사 석일자 스님수행법과 의례는 달라도 해탈 향한 열망은 ‘하나’

우리나라 기준으로 올해 부처님오신날은 양력 4월 30일(음 4월 8일)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봉축 행사는 음력 윤 4월 8일(양력 5월 30일)로 연기됐다.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지 2564년이 지난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수행자들이 부처님이 걸었던 길을 따르고자 불퇴전의 원력으로 용맹정진하고 있다. 그 중 베트남·몽골·부탄·대만 스님들의  수행 24시를 소개한다. 코로나19 여파 속에 취재에 협조해준 스님들께 지면을 빌려 감사를 전한다. 
 

2019년 11월 인도 룸비니초등학교 선물 전달식에 참석한 석일자 스님.

직장인 퇴근하며 저녁예불 참석 
연 2회 단기출가·합동결혼식 

안녕하세요. 저는 베트남 최대 도시인 호찌민의 중심가에 위치한 각오사(覺悟寺)의 주지 석일자(51, 釋日慈)입니다. 베트남어로는 ‘틱낫뜨’ 스님입니다. 제가 머물고 있는 사찰과 저에 대한 소개를 하기에 앞서 먼저 베트남 불교에 대해 설명을 해드리겠습니다.

남방불교와 북방불교가 공존 

베트남에 불교가 공식적으로 전래된 시기는 2~3세기경입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인도와 동남아시아 출신 스님들이 베트남에 와서 활동을 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유구한 불교역사를 간직한 베트남은 현재 남방불교와 북방불교가 공존하는 유일한 불교국가입니다. 현재 베트남에는 1만 8,000여 개의 사찰이 있는데, 이 중 북방불교 사찰은 70%, 남방불교 사찰은 30%를 차지합니다. 전체 스님 수는 5만 5,000여 명입니다.

베트남에는 남방·북방불교를 통틀어 임제종·걸사파·죽림선파 등 11개 불교종파가 있습니다. 이들 종파의 연합체는 베트남불교중앙승가회(이하 중앙승가회)인데, 베트남 불교를 대표하는 승가단체입니다. 승가회의 가장 어른은 종정 스님이며, 업무는 총무원장 스님이 총괄합니다. 한국은 각각의 불교종단에 종정·총무원장이 계시지만, 베트남 불교계는 중앙승가회에서 종정·총무원장 스님 각 한 분씩만 추대합니다. 임기는 각 5년이며, 종정스님의 경우 대부분 입적하실 때까지 종정직을 유지합니다. 

베트남의 부처님오신날은 음력 4월 15일입니다. 일주일 전부터 부처님오신날 당일까지 봉축 주간으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봉축행사 때 행하는 불교의식은 한국과 거의 비슷합니다. 중앙승가회 주최 봉축행사에는 모든 승려와 신자들이 참여해 관불의식을 합니다. 이후 각 사찰별로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을 봉행합니다. 거리는 아름답고 장엄한 분위기로 장식을 하는데, 꽃으로 꾸민 자동차·자전거·배 등이 거리행진을 합니다. 한국의 연등회와 비슷한 형태입니다. 규모가 큰 사찰에서는 유명한 가수 등 전문예술인을 초청해 부처님오신날 축하공연을 열기도 합니다. 재가불자들도 공연에 참여합니다. 또 사찰에서는 신도들에게 무료로 한문이나 베트남어로 좋은 의미가 담긴 글을 써주기도 합니다. 베트남 불교계는 연중에 부처님오신날을 비롯해 선날법회(음력 1월 1일)와 우란분절법회(효도법회, 음력 7월 15일) 등 세 번의 큰 법회를 봉행하는데, 이 행사에는 전 국민이 참여합니다. 

비구부터 동자승까지 60여 명 상주

이제 저를 비롯해 각오사 대중의 하루일과를 소개하겠습니다. 각오사는 임제종(臨濟宗) 소속 사찰이며, 저는 임제종 제43대 법손입니다. 14살 때인 1982년 석선혜(釋禪慧)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고, 1984년에 구족계를 받았습니다. 이후 인도의 한 대학에서 불교철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20세가 되던 1988년부터 각오사 주지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현재 베트남불교중앙승가회 이사회 위원, 호치민시 승가대학교 부총장, 베트남불교연구원 부원장, 베트남불교중앙승려교육부 부총장, 베트남불교중앙포교원 부원장 등의 직함도 맡고 있습니다. 아울러 베트남대장경 번역불사 주 담당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베트남대장경 번역불사는 2018년부터 2038년까지 20년 간 다양한 언어로 된 경전을 베트남어로 번역하는 불사입니다. 

대외적인 직함이 많지만, 저를 찾아오는 신도들을 만나 고민을 해결해주는 심리상담치료도 하고 있습니다. 저녁시간에는 주로 집필을 합니다. 지금까지 100여 권의 책을 펴냈는데 〈독송의식〉·〈사회도덕경전〉·〈Phương Trời Thong Dong〉 등이 대표적입니다. 

저의 출가 제자는 100여 명입니다. 여기에는 비구니도 24명이 포함돼 있는데, 이들은 각오사가 아닌 비구니사찰에서 대중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각오사에는 비구·사미·행자·동자승 등 총 60여 명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제자 중 20여 명은 한국·미국·일본·영국·스리랑카·인도·대만 등 해외에서 불교학을 비롯해 철학·심리학·명상상담치료 등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제가 제자들을 세계 각지에 보내 공부시키는 이유는 교육과 포교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출가 수행자는 교학공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대중생활을 통한 수행정진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스님들도 마찬가지겠지요. 한국 스님들은 새벽 4시경 부처님 전에 예불을 올리면서 하루일과를 시작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각오사 스님들도 오전 4시 30분 새벽예불과 명상(위빠사나)을 하면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새벽예불은 대웅전에서 봉행하며, 한문경전을 베트남어로 읽습니다. 예불의식은 △삼귀의 △반야심경 △대비주 염불(석가모니불, 아미타불 정근. 5분 정도) △경전 독송 등으로 진행합니다. 의식은 한국과 거의 유사하지만, 매일 〈법화경〉·〈약사경〉·〈자비경〉 등 경전을 바꿔 독송한다는 점은 다릅니다. 

아침공양 시간은 오전 6시입니다. 베트남 정부가 모든 스님들의 탁발을 법적으로 금지했기 때문에 사찰 공양간에서 공양을 합니다. 주로 쌀국수나 반미(bánh mì, 베트남식 샌드위치) 그리고 죽을 먹습니다. 베트남의 스님들은 채식을 해야 하며, 개인적으로 음식을 먹는 건 절대 용납하지 않습니다. 

아침공양을 마친 스님은 각자 맡은 소임에 따라 활동을 합니다. 각오사 스님들에게 주어진 소임은 △도감 △총무 △홍보국장 △어린이법회 국장 △법회 전담 △설법 전담 등이 있습니다. 도감 스님은 대중스님들이 계율을 잘 지키는지, 사찰 살림은 잘 살고 있는지 등을 감독하는 역할을 합니다. 계율을 지키지 않는 스님에게는 벌을 내리기도 한답니다. 총무 스님은 다른 사찰과의 교류와 지방 정치인·군인과의 관계 유지 등 대외 업무를 담당하는데 업무량이 아주 많은 편입니다. 가장 바쁜 분은 홍보국장 스님입니다. 30여 명에 달하는 홍보국 인원을 이끌며 유튜브 채널, 페이스북 등 20여 개의 SNS와 웹사이트를 관리 감독합니다. 저희 사찰은 베트남 불교방송과 연결해 모든 법회를 생방송으로 중계하는데, 이 또한 홍보국장 스님의 담당입니다. 설법 전담 스님의 소임은 각종 법회의 법사 스님·유명인·불교학 전공교수 등을 섭외하는 일입니다. 

2018년 12월 말 각오사에서 열린 합동결혼식.

법회 때마다 평균 3,000 신도 참석

각오사에서는 매월 5개의 큰 법회를 비롯해 다양한 법회를 봉행하고 있습니다. 각 법회마다 평균 3,000여 명의 신도가 참석합니다. 법회는 일반·주말(안락행)·어린이·대학생법회 등이 있는데, 법회 전담 스님의 주도하에 진행됩니다. 어린이법회는 담당 스님과 봉사팀(8팀)이, 일반·주말·대학생법회는 스님과 봉사자들이 맡아 진행합니다. ‘나는 왜 불자가 됐는가?’라는 주제 아래 토크쇼 형태로 진행하는 법회도 있는데, 베트남에서 유명한 대기업 회장과 대학교수, 미스 베트남, 유명 가수 등이 출연하고 있습니다. 단 불자가 아니면 아무리 유명해도 초청하지 않습니다. 

소임을 맡은 스님들이 각자의 업무를 시작하는 시간에 동자승들은 학교에 갑니다. 7살에 일반 학교에 입학을 하는데, 모두 승복을 입고 다닙니다. 한 반에 동자승이 2~3명꼴로 있습니다. 각오사에는 총 10명의 동자승이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이 동자승들도 채식만 한다는 점입니다. 사찰에서는 학교 측에 동자승이 먹을 식사를 채식으로 따로 주문합니다. 동자승들은 고등학교까지 다니며, 졸업 후 20살이 되면 구족계를 받습니다. 베트남에는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다니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어서 각오사 동자승들도 사찰 인근 학교에 걸어서 다닙니다. 나이가 어린 동자승은 연상의 동자승이나 사형의 손을 잡고 학교에 갑니다. 

오전 10시에는 사시불공을 올리는데 의식은 한국과 비슷합니다. 사시불공 때 불단에는 갖가지 공양물을 올립니다. 공양물을 시주하는 신도들의 재력에 따라 공양물도 달라집니다. 형편이 좋은 신도는 스님 100명을 모시고 대중공양과 보시금을 시주하기도 합니다. 형편이 어려운 불자는 영가(靈駕)를 위해 간단히 밥상 하나만 올리기도 합니다.

사시불공 후 11시에는 점심공양을 합니다. 주로 밥을 먹는데, 한 상에 스님 네 명이 앉아 함께 공양을 합니다. 서너 가지의 채소로 요리한 반찬이 상에 올라옵니다. 때론 월남쌈, 샤브샤브, 반쎄오(Bánhxèo, 쌀가루 반죽에 각종 채소 등을 얹어 반달 모양으로 접어 부쳐낸 베트남 음식) 등을 먹기도 합니다. 베트남에서도 간혹 발우공양을 하는데, 하안거와 49재가 있는 날에만 하고 있습니다. 한국 스님들은 네 개의 발우를 사용하지만, 베트남 스님들은 한 개의 발우를 사용한다는 점이 차이가 있습니다. 발우공양 순서는 한국불교와 유사합니다.

오전 일과는 이것으로 끝이 납니다. 각오사 스님들의 오후 일과는 오후 2시부터 약 2시간 동안 하는 불교공부로 시작됩니다. 불교대학에 다니는 스님도 있고, 특수전문분야를 공부하는 스님도 있습니다. 특수전문분야는 선방·율원에서의 공부, 대장경 번역 관련 공부 등을 의미합니다. 각오사 스님들은 1975년 틱민주(Thich Minh Chau) 스님이 건립한 호치민시불교대학에 다니는데, 이 불교대학에는 △빨리어학과 △한문학과 △사회복지학과 △역사학과 등 12개 학과가 있습니다. 

매일 오후 4시에는 사미·행자·동자승이 몽산시식 의식을 진행합니다. 돌아가신 영가를 위해 위패를 모시고 흰죽을 공양하는 몽산의식에는 고통받고 있는 중생을 위해 ‘자비심 죽’ 등을 보시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의식을 할 때는 짧은 게송을 몇 개 읽거나 〈아미타경〉을 독송하는데 짧게는 15분, 길어도 30분 정도면 끝이 납니다.

오후 5시에는 저녁공양을 합니다. 보통 죽을 먹는데, 음식은 점심 때 식사량의 절반 정도만 먹습니다. 이 저녁공양을 ‘저녁약석’이라고도 합니다. ‘밥을 밥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내 몸을 아프지 않게 하는 약으로 생각하고 먹겠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저녁을 먹지 않는 스님도 많습니다. 각오사가 대승불교 사찰이긴 하지만, 일부 스님들은 남방불교의 전통을 따라 오후불식을 하기 때문입니다. 아침·점심 공양엔 특별한 이유 없이 빠지면 벌을 받지만, 저녁공양 때는 참석하지 않아도 무방합니다. 규칙을 어겼을 때는 보통 108배나 200배, 명상으로 참회를 해야 합니다. 해우소 청소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후 6시 30분에는 저녁예불을 하고, 개인시간을 가진 뒤 10시가 되면 일제히 취침을 합니다. 저를 제외한 각오사 대중들은 대부분 두 명에서 많게는 열 명까지 한 방에서 같이 잡니다. 비구는 비구끼리, 사미는 사미끼리, 행자는 행자끼리 방을 씁니다. 방 안에는 각 스님마다 승복 세 벌과 라면 1박스 분량의 짐을 둘 수 있습니다. 그리고 3개월 또는 6개월마다 반드시 방을 바꿉니다. 스님 개인의 짐이 많이 쌓이지 않게 하려는 게 목적입니다. 여기에는 ‘(물건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주지 스님은 예외지만, 그 외 각오사 대중 스님들이 사용하는 해우소 등은 모두 공용시설입니다.

우물 파주기·다리 놓기 사업도

저는 제자들뿐만 아니라 불자들을 교육하고 포교하는데 관심이 아주 많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수행프로그램은 운영하고 있습니다. 각오사에 등록된 신도는 1만여 명인데, 법회에는 평균 3,000여 명이 참석합니다. 신도 대부분은 각오사 인근에 살고 있어서 도보로 오는데, 오토바이·자전거·자동차·버스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주 교통수단은 오토바이여서, 각오사에는 오토바이 2,0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베트남 불자들은 절에 오면 참배를 하거나 그냥 법당에 앉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한국 불자들의 사찰 예절은 본받을 만 합니다. 하지만 새벽예불과 저녁예불에 참석하는 불자는 한국에 비해 월등히 많습니다. 특히 저녁예불에 많이 참석합니다. 베트남의 공무원은 오후 4시 반에, 직장인은 5시에 퇴근을 하는데, 많은 불자들이 절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예불에 참석한 뒤 집으로 돌아가곤 합니다. 불교가 생활 속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재가불자들이 사찰에 와서 하루 종일 수행을 합니다. 주말법회는 오전 6시부터 오후 5시까지 법문·명상·수행 등 세분해서 진행합니다. 신도들은 아침 일찍 각오사에 와서 반미 또는 쌀국수로 간단히 공양을 하고 법당에 모입니다. 불자들과 하루에 세 번, 각 1시간씩 위빠사나 명상을 합니다. 먼저 신도들에게 편하게 앉아 호흡할 수 있는 자세를 가르쳐 주고 20분가량 호흡에 집중해 마음을 가라앉히게 합니다. 그 뒤 모든 감각을 관찰하게 합니다. 수행단계에 따라 난이도가 조금씩 올라갑니다.

어린이법회는 토요일 낮 12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열리는데, 3~6살 반과 7~12살 반으로 나눠서 진행합니다. 첫째·셋째 일요일 오전에는 청소년·대학생법회, 오후에는 안락행(安樂行) 법회를 엽니다. 안락행 법회는 주말법회의 다른 표현인데, ‘법회에 참석하면 안락해진다.’는 뜻에서 그렇게 부릅니다. 저는 특히 젊은 세대를 위한 포교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해서 젊은 층이 좋아할만한, 토크쇼 같은 호응도가 높은 법회를 열면서 장학금 지원 등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매년 두 차례씩 단기출가법회와 합동결혼식을 진행하는데 인기가 높습니다. 단기출가법회에는 매회 150~200명이 참여하는데, 일주일 간 사찰에 머물며 스님과 똑같이 생활을 하게 됩니다. 이 법회에 참석했다가 출가를 하는 불자들도 있습니다. 합동결혼식은 매회 50쌍을 대상으로 열리는데, 부케·메이크업·웨딩드레스 대여 등 비용 전액을 각오사에서 부담합니다.
아울러 각오사는 복지재단을 통해 우물 파주기, 집 지어주기, 다리 놓아주기 등의 사업을 펼치며 지역의 어려운 이웃돕기에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이런 역할은 불교가 마땅히 해야 할 중요한 일들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저와 각오사 대중 스님들의 일상, 그리고 베트남 불교에 대해 설명해 드렸습니다. 아무쪼록 이 글이 한국의 스님과 불자님들이 베트남 불교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강식 기자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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