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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선재 부부’_마무일·김춘자 부부선재동자 求道하듯 보시하고 봉사해요!
  • 글·사진 문지연 기자
  • 승인 2020.03.1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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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이 있다.
사고 방식과 삶의 방식이 마치 한 사람인 듯 동일해 결속이 강하다는 표현이다. 팔천 겁의 인연으로 만난 부부는 한평생 같은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이불을 덮고 살아간다. 그 중에는 〈화엄경〉 ‘입법계품’에 등장하는 구도자 선재동자처럼 부부가 함께 봉사활동을 펼치면서 세상에 따뜻한 온기를 전하는 이들이 있다. 이웃을 53 선지식으로 대하는 세 부부를 만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마무일·김춘자 부부는 춘천동부노인복지관 ‘으뜸봉사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돕는 즐거움 푹 빠져
행복한 노후 보내요.”

호반의 도시, 춘천 동면에는 지역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각종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천태종복지재단 산하 춘천동부노인복지관(관장 이영신)이 위치하고 있다. 복지관에는 어르신들이 다져온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으뜸봉사단’이 결성돼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중 마무일(78)·김춘자(74) 씨는 49명의 봉사단원 중에서도 ‘봉사의 달인’으로 꼽히는 부부봉사자다.

꽃 한 송이가 많은 씨앗 뿌리듯

요즘 마무일·김춘자 씨 부부는 복지관 지하 1층 상담실에서 회원 어르신들의 안부를 묻는 전화봉사를 하고 있다. 마무일 씨는 9년, 김춘자 씨는 6년째 이 일을 해오고 있다. 부부 중에 봉사활동 선배는 28년 차의 김춘자 씨다. 그녀는 안부전화 봉사 외에도 몇 가지 봉사활동을 더하고 있다. 글을 읽지 못하는 어르신을 위한 한글교육, 복지관 식당에서 배식봉사 및 후원, 지역 도서관에서 유아 대상 동화구연 등이다.

마무일 씨도 퇴직 후 10여 년째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복지관에서 어르신 대상 전신마사지, 환경정리, 도시락 봉사 등을 하는 한편 지역 양로원을 찾아가 마술봉사도 하고 있다. 부부는 춘천에서 열린 △기능올림픽 △춘천국제레저대회 등 각종 행사에도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바 있다.

김춘자 씨는 젊은 시절 삼척·진주초등학교에서 3년간 교사로 근무했다. 결혼 후 퇴직해 꽃집을 운영하며 연년생 두 아들을 키웠다. 불교를 신앙하던 그녀는 꽃집을 운영하면서 꽃 한 송이에 많은 씨앗이 맺히고, 그 씨앗이 다시 꽃으로 피어나는 자연의 섭리를 보면서 여러 가지를 느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보시가 또 다른 보시를 낳는다.’는 가르침을 떠올리면서 이웃과 상생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김춘자 씨는 1992년부터 강원도여성회관에서 15년간 ‘한소리 글방’의 지도교사로 활동했다. 2014년부터는복지관 한글반에서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사진=춘천동부노인복지관〉

“매일 꽃을 가꾸면서 꽃처럼 선한 영향력을 퍼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러다 우연히 한국 인구의 10%가 ‘비문해자(非文解者, 문맹인)’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또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사실에 크게 놀랐죠. 제가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에 남편이 ‘가르치는 기술도 재능’이라며 교사 경험을 살려보라고 용기를 불어넣어줬어요. 그래서 강원도여성회관에 한글반 운영을 제안했고, 1992년부터 ‘한소리 글방’ 지도교사로 활동하며 한글을 가르치게 됐죠.”

당시 한글을 배우러오는 어르신들의 평균연령은 82세였다. 머리는 굳은지 오래고, 눈도 침침해져 노안이 온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친다는 행위는 많은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래도 학생 대부분은 ‘못 배운 한을 풀겠다.’며 열심히 수업에 임했고, 김춘자 씨는 더 열정적으로 가르쳤다. 마땅한 교재가 없어 직접 교안을 만들기도 했다.

강원도여성회관에서 15년간 한글봉사를 하면서 수많은 수강생을 배출했다. 그런데 이곳이 여성정보연구센터로 바뀌면서 ‘한소리 글방’이 그만 문을 닫게 됐다. 김춘자 씨는 이후로도 여러 곳을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했다.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봉사하고자 구연동화 자격증을 따고, 미용기술을 배우기도 했다. 2014년부터 지금의 춘천동부노인복지관에서 다시 한글반 지도교사를 맡고 있다.

남편 마무일 씨는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1968년) 작전에 참여했던 군인 출신이다. ROTC로 입대했다가 대위로 전역한 어르신은 이후 예비군중대장으로 재직했다. 그런데 유격훈련을 받던 도중 척추장애를 입고 그만두게 됐다. 이후 춘천시청에서 근무했는데, 이번에는 병충해공동방제 일손돕기사업을 하던 중에 고압 농약분무기의 호스 파열로 왼쪽 눈이 실명되는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2000년 춘천 중앙동사무소 동장으로 퇴직한 어르신은 이후 부인의 봉사활동에 적극 동참하기 시작했다. 라이온스클럽에 가입했고, 봉사를 위해 마술을 배우기도 했다. 그러면서 조금씩 타인을 돕는 즐거움에 눈뜨기 시작했다. 더 활동적으로 봉사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겨났다.

마무일 씨는 항상 ‘근자필성(勤者必成)’이란 단어를 되새긴다. 군인으로 살아온 세월이 길었던 영향도 있지만, 두 번의 큰 사고를 당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후에도 매순간 성실하고 근면하고자 노력했다. 봉사활동도 ‘근자필성’의 연장선이다.

아들 둘도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가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고자라서인지 부부의 봉사활동에 대해 긍정적이다. 지금은 장성해서 외국에 나가 살고 있지만, 성장하면서 봉사활동을 할 기회가 생길 때면 두말 않고 따라나서곤 했다.

2018년 행자부 ‘국민포장’ 수상

춘천동부노인복지관에서 이들 부부와 함께 안부전화 봉사를 하는 어르신들은 모두 13명이다. 이들은 지역사회 어르신들의 심신 안정과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 전화서비스를 하고 있다. 부부는 안부전화를 통해 독거노인 및 우울증 고위험군 등을 선별해 별도로 관리하는 ‘노인행복컨설턴트’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한 번 통화를 하면 30~40분은 기본이다. 그렇다보니 온종일 전화해도 겨우 10명 남짓의 어르신들 밖에 통화를 못한다.

마무일씨가 복지관에서 안부전화 봉사를 하고 있다.

“통화를 하다보면 간혹 ‘왜 전화를 했느냐? 나 죽었는지 확인하려고 전화했느냐?’며 날선 반응을 보이는 어르신도 있어요. 그럴 땐 당황하고 서운하기도 해요. 하지만 이분들이 처한 상황이 어르신들을 예민하게 만들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이해하려 노력합니다. 불친절하게 전화를 받던 어르신들도 계속 관심을 갖고 연락을 드리면 어느새 마음의 문을 열고, 친구와 통화하듯 즐겁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게 돼요.”

귀가 어두운 어르신과 통화를 하다보면 목소리 톤을 높여야 해서 자주 목이 쉰다. 또 어르신들의 안타까운 사정을 듣다가 함께 울어서 눈이 퉁퉁 부은 적도 많다. 이럴 때 부부는 가입해 있는 라이온스클럽을 통해 집수리·도배 등을 지원 받을 수 있게 연결하거나, 사비로 방한복이나 지팡이를 구매해 전달한다.

김춘자 씨가 복지관에서 안부전화 봉사를 하고 있다. 안부전화를 하는 내내 부부의 입가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마무일·김춘자 씨 부부도 벌써 칠십대 중후반의 나이다. 그들이라고 어떻게 힘들 때가 없을까? 하지만 ‘고맙다.’는 진심어린 한마디가 가진 중독성 때문에 봉사활동을 그만두지 못하고 있다. 그 동안 표창과 우수상도 여러 차례 수상했다. 2018년 10월 2일 ‘제22회 노인의 날 기념식’에서 김춘자 씨는 국민의 복리증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행정안전부로부터 ‘국민포장(國民褒章)’을 받는다.

김춘자 씨가 받은 포장증.

“상을 받았을 때 그 자체도 기뻤지만, ‘그동안 우리 부부가 정말 올바르게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더 가슴 벅찼어요. 누가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에 봉사활동을 한 건 아니지만, 우리가 살아온 길이 올바른 길이었다는 걸 인정받는 기분이더군요. 앞으로 더 열심히 봉사활동을 하라는 뜻으로 여기고 더 많은 분들을 위해 봉사하리라 다짐했어요.”

봉사는 마음과 열정으로

부부는 최근 춘천북부노인복지관에서도 배식봉사를 하고 있다. 이미 많은 봉사활동을 하고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항상 고민하고, 능동적으로 봉사활동을 찾다보니 정기적으로 하는 봉사활동이 네다섯 가지가 넘는다.

김춘자 씨는 “남편과 봉사활동을 함께 다니다보니 날마다 집에서 보고 밖에서도 봐서 귀찮다.”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이미 주변에는 ‘잉꼬부부’라고 소문이 자자하다. 오랜 시간 함께 봉사활동을 해오다보니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호흡이 잘 맞고, 능률은 배가 된다. 그 과정에서 더 넓어진 서로에 대한 이해심은 보너스다.

부부는 함께 봉사활동을 하며 여생을 보내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부부는 봉사를 하는데 필요한 건 나이나 경제력이 아니라 ‘마음’과 ‘열정’이라고 말했다.

부부는 최근 춘천북부노인복지관에서도 배식봉사를 하고 있다.

“부처님께서 무재칠시(無財七施)를 강조하셨듯이 봉사는 따뜻한 말과 미소, 진심어린 마음과 양보의 미덕이 있으면 충분합니다. 그게 곧 보시나 봉사의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학점관리나 취업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나의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그 사람들의 입장도 이해가 되지만 소중한 시간을 헛되지 않게, 그 경험을 통해 진정한 봉사와 보시의 의미를 깨닫게 되길 바랍니다.”

부부는 오늘도 함께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손을 잡고 집을 나선다. 봉사를 함께 할 수 있는 지금의 노후생활이 마냥 보람차고 행복하다. 이 부부의 마음에 피어난 ‘보시’라는 꽃이 세상 곳곳에 퍼져 자비의 씨앗으로 뿌리내리길 바란다.

글·사진 문지연 기자  dosel747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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