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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선재 부부’_백진구·윤선주 부부선재동자 求道하듯 보시하고 봉사해요!
  • 글·사진 정현선 기자
  • 승인 2020.03.1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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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째 날마다 무주상보시
“보시는 우리 부부의 수행”

‘작심삼일’이란 말이 있듯이 무언가 결심하고 오랜 기간 지속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신행과 수행도 마찬가지다. 바쁜 일상에 쫓기다보면 초심을 잃고 결심이 흐지부지 되기 십상이다. 그런데 365일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보시와 수행을 하며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부부가 있다. 경기도 성남에서 동명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백진구(59)·윤선주(57) 씨다.

백진구·윤선주 부부는 22년째 하루도 빠지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불교단체 30여 곳에 후원금을 입금하고 있다.

매일아침 30여 곳 후원

백진구·윤선주 씨 부부는 ‘신묘장구대다라니’ 사경과 108배로 아침을 연다. 매일아침 한 시간씩 하는 기도는 22년 째 보시를 실천하게 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기도 후에는 불교단체 30여 곳에 후원금을 이체한다. 적게는 천 원씩, 많게는 만 원 정도의 금액을 일일이 휴대폰으로 계좌이체한다.

“저희 부부는 아침에 눈을 뜬 후 부처님께 108배를 올리고 소소하게 나마 나눔을 실천하고 있어요. 각 후원단체에 후원금을 이체하고 나면 한 시간 정도가 소요돼요. 몇 곳은 자동이체로 후원을 하기도 했는데, 처음 신청서를 쓸 때 말고는 나눔을 할 때의 따뜻한 마음이 일어나지 않아서 일일이 아침마다 이체를 하고 있어요. 이체를 할 때 각 단체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하는 마음을 담아요. 번거로움을 감수하며 이체를 하는 이유죠.”

남편 백진구 씨는 원광대 한의학과를 다닐 때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활동을 했다. 그는 김제 금산사를 자주 찾아가 월주 스님의 법문을 들었는데, 당시 빈민국 아동 교육지원사업을 한다는 소식에 후원을 하기도 했다. 남편만큼 신심이 돈독하다고 자부하진 못하지만 윤선주 씨 역시 불자였다. 그녀는 정기적으로 법회에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부처님오신날에는 꼭 연등을 달았다.

그러던 어느 날, 친분이 있던 한 환자가 한의원에 찾아와 실장업무를 보고 있던 윤선주 씨에게 불교대학을 다녀보지 않겠느냐고 제의를 했다. 그리고 며칠 후 지인은 능인불교대학 수강증을 끊어왔다. 1998년 윤선주 씨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능인불교대학에 입학하게 됐고, 남편 백진구 씨와 함께 매주 절에 나가 경전공부를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처님의 큰 가르침이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불교에서는 원인에 의해 결과가 생긴다고 가르치면서 인과법과 연기법에 대해 설명해요. 우리는 과거에 지은 원인 때문에 현재의 모습으로 현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죠. 이런 논리에 대입하면 오늘 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쉽게 찾을 수 있어요. 지금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나의 미래가 달라질 테니까요.”

지광 스님의 법문을 들으며, 인과법에 대해 확신이 드는 순간 보시행을 실천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마음에서 일어났다. 후원에 관심이 있던 부부는 한의원 수익의 일부로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데 마음을 모았다. 이후 기부처를 하나씩 늘려나가 지금은 능인종합사회복지관·중앙승가대학·생명나눔실천본부 등 불교단체와 로터스월드·아름다운동행·더프라미스·위드아시아 등 구호단체에 후원금을 보낸다. 이밖에 강북장애인종합복지관·승가원(서울·이천)·보리수동산·자비복지원 등에는 쌀과 물품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매일 정기적으로 보시하는 단체만 서른 곳이 넘는다.

후원단체로부터 받은 표창패와 감사패. (왼쪽부터 성남시·대원초등학교·승가원·능인종합사회복지관·강북장애인종합복지관)

밥 먹고 숨 쉬듯 ‘보시’

초기에는 이름난 불교단체를 위주로 기부처를 선정했다. 하지만 지금은 잘 알려지지 않아 후원의 손길이 적은, 형편이 어려운 곳을 찾아 보시하고 있다. 작년에는 불교계 NGO단체인 지구촌공생회에서 2009년부터 백씨 부부가 소액으로 기부한 돈을 모아 미얀마 34호기 물탱크를 건립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기도 했다. 부부의 따뜻한 마음이 지구촌을 희망의 불씨로 피우는 순간이었다.

“사실 후원을 시작한 계기는 ‘보시를 하면 복이 올 것’이란 욕심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20여 년째 하다 보니 밥을 먹고 숨을 쉬듯 보시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버렸어요. 현대인들을 보면 물질적으로 풍족해질수록 정신적으로는 황폐해지고 있잖아요. 반면에 보시는 하면 할수록 ‘바른 생각[正見]’이 생기고 마음이 가벼워져요. 처음에는 복을 받으려는 욕심에서 출발했지만, 뒤늦게라도 보시의 참뜻을 알았으니 다행이지요.”

윤선주 씨가 조병천 자광원 사무국장에 반찬거리를 전달하고 있다. 윤 씨는 시간이 닿을 때마다 직접 시장에서 어르신들의 입맛을 돋울만한 반찬을 골라 전달한다.

윤선주 씨는 지인에게 자신이 받았던 것처럼 주위 사람들에게 불교대학 수강증을 끊어주고, 스님의 법문이 담긴 녹음파일을 선물하곤 한다. 또 좋은 불서가 보이면 구입해 선물로 나눠주고 있다. 친한 이웃 한 분은 교회를 다녔는데, 윤선주 씨의 권유로 능인선원에서 일주일 간 용맹정진을 하더니 그의 가족까지 모두 불자가 됐다. 부부는 금전이나 물품으로 후원하는 게 보시이고 수행이라면, 부처님께 배운 훌륭한 가르침을 누군가와 공유하려는 노력은 포교라는 생각에 항상 적극적으로 나선다.

부모가 올곧으면, 자식도 올곧게 성장하기 마련. 부모의 남다른 보시행을 보고자란 두 아들도 자연스레 불교와 가까워졌다. 남편 백진구 씨는 좋은 글귀나 칼럼이 있으면 자녀들과 공유하며 부처님 가르침을 일깨워준다. 자녀들이 인과의 이치를 깨달아 보시의 공덕을 쌓아가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아들 근혁(30), 준혁(28) 씨 이름으로 소액 후원을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매일 무주상보시를 실천하고 있는 백진구·윤선주 부부와 아들 백근혁(왼쪽)·백준혁(오른쪽) 형제.

“극희만천의 삶 살고 파”

보시를 시작하기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들은 부부의 표정이 세월이 흐를수록 밝아지는 것 같다고 말한다. 부부는 이또한 보시의 공덕이라고 생각한다. 보시는 해본 사람만이 충만한 기쁨을 맛볼 수 있다. 그 즐거움을 알게 된 부부는 보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로 생활의 일부가 됐다. 하루에 몇 곳, 한 달에 얼마를 보시하는지 기억해본지도 오래다.

수익의 일정비율을 보시해왔는데, 최근 내원 환자 감소로 보시활동도 위축된 감이 없지 않다. 그렇다고 보시를 고의적으로 줄이진 않는다. ‘불심’과 ‘보시의 힘’이라면 넘지 못할 고난은 없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저희 한의원 주변에 새 한의원이 많이 생겼어요. 그렇다보니 수입이 예전만큼 못해요. 20여 년째 보시를 하며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고 자부하는데, 수입이 조금 줄었다고 해서 보시를 안 할 수는 없어요. 부족한 가운데 더 하는 것이 보시가 아닐까 싶어요. 보시를 하면 당장 눈앞에 나타나지는 않지만 미래에는 반드시 이익이 증폭되어 돌아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물질이 적다고 생각할 거예요. 또한 오늘보다 내일 그 물질이 더 많아지길 원하겠죠. 만약 그렇다면 보시라는 고이율의 저축을 해야 합니다. 저희도 나이가 들어 한의원을 닫게 될 때까지는 계속 보시를 할 예정입니다.”

이들 부부는 능인불교대학을 수료한 후 금강선원·봉은사 등을 다니며 22년 간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수행정진하고 있다. 〈초발심자경문〉 첫머리에는 ‘삼일수심천재보 백년탐물일조진(三日修心千載寶 百年貪物一朝塵)’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사흘 동안 닦은 마음은 천년의 보배요, 백 년 동안 모은 재물은 하루아침의 티끌’이라는 뜻이다. 보시도 중요하지만 부부는 수행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참다운 육바라밀을 완성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부부는 금강선원 혜거 스님이 써준 ‘極喜滿天’(극희만천, 지극한 기쁨이 온 세상에 가득하다)을 거실 벽에 크게 걸어두었다. 혜거 스님이 “거사는 무엇이 되면 좋겠는가?”하고 물었을 때 백진구 씨가 “유마거사입니다.”하고 대답하자 빙그레 웃으며 써주신 사자성어다. 부부는 청정무구했던 유마거사를 흉내 내기에는 아직 수행도, 보시도 멀었지만 유마거사의 보살행을 닮아가기 위한 노력은 언제까지나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글·사진 정현선 기자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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