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동자 求道하듯 보시하고 봉사해요!

“채식빵으로 후원 시작해
고아청소년 자립 돕고 싶어요.

문동진(35)·이소리(34) 씨 부부가 운영하는 ‘더브레드블루 신촌점’은 서울 신촌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다. 흰색 벽면과 통유리로 된 깔끔한 빵집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진열된 빵에서 나는 고소한 냄새에 군침이 돈다. ‘더브레드블루’는 달걀·우유·고기·버터 등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통밀·견과류·호밀 등 식물성 재료와 천연발효종을 사용해 만드는 비건(Vegan, 완전채식) 베이커리다. 요즘 온·오프라인에서 채식은 물론 채식을 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문동진·이소리 부부는 2018년 9월부터 전날 판매하고 남은 빵을 여러 단체에 나눠주고 있다.더브레드블루 신촌점에서 만난 문동진·이소리 부부.

유통기한 짧은 빵으로 나눔 시작

문동진 대표와 이소리 이사는 부부이자 사업파트너다. 두 사람은 2018년 9월부터 빵 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부부는 신촌 본점을 비롯한 서초·잠실·인천 송도에 ‘더브레드블루’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전날 판매하고 남은 빵을 불교계에서 운영하는 구로·신길종합사회복지관과 본동종합사회복지관,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답십리·금호청소년독서실, 기독교계에서 운영하는 푸드뱅크 등에 나눠주고 있다.

또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이 서울 조계사에서 19년째 진행해오고 있는 ‘난치병 어린이 지원 3,000배 철야정진’ 행사 때 부스를 설치해 빵을 판매한 후 판매대금 전액을 기부하기도 했다. 올해부터는 어려운 환경에 처한 청소년들이 자활의 꿈을 키우는 그룹홈에 케이크를 전달하는 나눔활동도 펼치고 있다.

“2017년 베이커리 사업을 시작한 직후 1년 동안은 판매하고 남는 빵을 모두 폐기했어요. 비건 빵을 만들 때는 원재료 가격이 다른 빵을 만들 때 비해 두세 배 더 들어요. 좋은 재료로 만든 빵을 버릴 때마다 ‘아깝다.’는 생각을 수백수천 번 했어요. 소비자는 빵을 집에 사가면 그날 다 먹지 않고 며칠 동안 보관하면서 나눠 먹지만, 판매자가 만든 빵을 2~3일 씩 두고 팔 수는 없죠. 그래서 ‘어떻게 하면 폐기하는 빵을 잘 사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빵을 필요로 하는 단체에 나눠주는 활동을 시작하게 된 거죠.”

부부는 종교가 다르지만, 일찍부터 후원을 해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가톨릭을 신앙하는 문동진 대표는 대학 1학년 때부터 장애아동과 1:1 결연을 맺고 후원하는 ‘결연 후원’을 현재까지 지속하고 있다. 불교 신자인 이소리 이사는 20대 때 첫 월급을 받은 이후로 조계종사회복지재단에 꾸준히 후원금을 내고 있다.

신촌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더브레드블루 신촌점 앞에 선 문동진·이소리 부부.

특히 이소리 씨는 독실한 불교 집안에서 자랐다. 그녀는 어린 시절 할머니와 어머니를 따라 집 근처 의왕 청계사를 자주 다녔고, 지금도 시댁이 있는 영주에 가면 부석사를 항상 찾는다. 두 사람은 결혼할 때 꽃 화환 대신 쌀 화환을 받았는데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을 통해 어려운 가정에 전달했고, 빵 나눔의 대상지를 정할 때도 불교계 기관을 선택한 걸 보면 아무래도 아내인 이소리 씨의 발언권이 좀 더 센 듯하다. 혹시 가톨릭을 신앙하는 문동진 대표가 서운함을 느끼진 않을까?

“후원을 하는데 종교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처음 아내가 후원 의사를 내비쳤을 때 흔쾌히 수락했어요. 평소에도 기부활동을 하고 있었던 터라, 기부가 후원물품으로 바뀐 것 뿐이니까요. ‘내가 믿는 종교가 아닌 곳에는 하지 말자.’고 한다면 기부나 후원의 의미가 너무 퇴색하지 않겠어요? 진심으로 기부나 후원을 하고 싶다면 어디가 됐든 서로 찬성을 하는 게 맞겠죠. 가톨릭기관에도 기회가 된다면 당연히 기부할 생각이에요.”

전날 판매하고 남은 빵을 수거해 가는 복지단체 관계자.

기부하면 나도 행복 남도 행복

빵 나눔 활동을 하다보면 간혹 판매하던 빵이 완판이 돼 해당기관에 빵을 보내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부부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빵을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런 날이면 빈손으로 돌아가는 분들에게 미안해 판매용으로 보관해 놓는 냉동제품을 드리곤 한다. 유통기한이 짧아 폐기해야 할 제품이 아니라, 판매용 제품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금전적으로 손해가 생기지만 마음만은 편안해진단다.

이소리 씨는 “빵을 가져가는 사람을 폐기 음식을 수거하는 사람으로 인식하지 않고, 우리가 만든 소중한 빵을 우리를 대신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사람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빈손으로 돌려보내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나눔 활동을 하는데 어려운 점은 없느냐는 질문에 부부는 이구동성으로 “전혀 없다. 오히려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고, 기쁘다.”고 대답했다. 현재 다섯 살이 된 딸을 키우고 있는 문동진·이소리 부부는 항상 ‘선(善)하게 살기’를 다짐한다.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뉴욕에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나비효과’ 이론처럼 본인의 나눔 활동이 어려운 이웃에게 작은 도움이 되고, 그로 인해 세상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걸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딸아이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기부활동에 참여시킬 계획이다.

“사람들이 기부를 잘 하지 않는 이유는 ‘이걸 하면 나에게 어떤 이득이 생기지? 오히려 손해만 보는 게 아닐까?’하는 계산적인 판단을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반대로 ‘이 작은 것을 나눈다고 해서 내가 손해를 보면 얼마나 보겠어.’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한 달 생활비 중 만 원을 기부한다고 해서 우리 가족이 밥을 굶는 건 아니잖아요. 물론 하루에 커피 두세 잔은 못 사먹을 수 있겠지만요.(웃음) 크게 손해 본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오히려 내 기부를 통해 누군가 도움을 받고 행복해 한다는 걸 생각한다면 기부 금액 이상의 무엇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본동종합사회복지관은 더브레드블루에서 후원받은 빵을 석식 메뉴에 포함해 아이들에게 제공하고 있다.〈사진=본동종합사회복지관〉

비영리재단 통해 청소년 후원 목표

부부에게 나눔은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부부는 훗날 비영리재단을 설립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 같은 목표를 세운 이유는 보육시설에서 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돼 자립하게 될 때 받는 자립정착금이 턱없이 부족하단 보도를 들은 후부터다.

현재 서울시 기준 매년 100여 명의 아동이 시설에서 퇴소하지만, 지자체의 자립정착금은 1인당 300~500만 원 수준이다. 이 금액으로 월세 보증금을 내고 나면 남는 돈은 없다. 생활비는 아르바이트로 충당해야 한다. 대학 진학이라도 하려면 한두 가지 아르바이트를 해서는 등록금과 생활비 충당이 불가능하다. 무리한 아르바이트로 인해 학업을 중단하는 악순환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부부는 비영리재단을 운영해 자립하는 아이들에게 주거공간이라도 마련해 주고, 원하는 아이들에겐 제빵 기술을 알려주려 한다.

“지금 제 나이에도 내 집을 장만 한다는 건 꿈같은 이야기에요. 그런데 이제 막 성인이 된 아이들이 300~500만 원 남짓한 자립정착금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어요. 불행한 부모가 불행한 자녀를 낳는, 불행의 세습이 이어질 수밖에 없겠지요. 이런 상황에 처한 아이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자 비영리재단을 계획하게 됐어요. 제 사업이 잘 된다면 아이들에게 제빵 기술도 가르쳐주고, 그중에 재능 있는 친구가 있으면 직접 고용할 수도 있을 테고요. 이렇게 일련의 과정이 이뤄지면 저희도 뿌듯하고, 커가는 청춘들에게 보다 순탄한 길을 제시해 줄 수 있잖아요. 덧붙여 베이커로써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저희 부부가 운영 중인 ‘더브레드블루’가 ‘비건’이란 단어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겁니다.”

2019년 조계종사회복지재단에서 진행한 ‘난치병 어린이 지원 3,000배 철야정진’에 참여해 빵을 판매한 수익금 전액을 기부했다. 행사에 참석한 이소리 이사(오른쪽). 〈사진=조계종사회복지재단〉

두 사람에게 빵을 전해 받은 단체 측으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느냐고 물어봤다. 짧게 돌아온 대답은 “감사 인사를 바란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대가를 바라고 후원을 했다면 그건 더 이상는 기부가 아닐 것 같아요.”였다.

앞으로 나눔 활동을 확대하면 했지 지금보다 줄여나갈 생각은 없다는 문동진·이소리 씨 부부. 종교는 서로 다르지만 ‘자신보다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위해 베풀고 살고 싶다.’는 동일한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는 이 부부의 알콩달콩한 삶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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