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지지 反中 시위대에 몸살
7일 파리 봉송 중 세 차례 꺼져

오는 8월 8일부터 16일간 베이징 하늘을 수놓을 올림픽 성화가 해외봉송 과정에서 티베트인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인권단체들의 반 중국 시위로 수난을 겪고 있다. 당초 ‘조화의 여정’으로 명명된 성화 해외봉송이 ‘고난의 여정’으로 전락한 것.

베이징올림픽을 밝힐 성화는 지난 3월 24일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채화하는 과정부터 중국의 티베트 무력진압을 비난하는 세력이 난입하는 등 힘든 여정을 예고했다. 4월 6일 영국 런던구간에서는 시위대에 성화가 강탈당할 위기를 맞은데 이어 7일에는 프랑스 파리 구간에서 ‘중국의 티베트 무력 진압’에 강력히 항의하는 시위대로 인해 성화가 꺼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프랑스는 파리 도심을 지나는 구간에서 안내차량과 15대의 오토바이가 선두에 서고 성화 주자 양 옆과 앞뒤를 200여명의 경찰관과 소방관·특수기동대 차량 48대가 에워싸는 등 8중 보호벽을 구축했지만, 수천명의 시위대가 소화기 등을 이용해 성화봉송을 제지하자 총 세 차례 성화를 끈 후 버스로 이동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또 총 27㎞로 예정됐던 봉송 구간도 절반으로 축소됐다.

8일 성화가 도착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도 중국의 티베트 유혈진압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몰렸다. 이들은 “티베트에 자유를”등의 구호를 외치며 중국 영사관 앞까지 행진했다. 영화배우 리처드 기어는 이날 집회에서 “종교와 문화의 자유가 없는 중국 후진타오 주석의 ‘조화 사회’ 건설은 사기”라며 중국을 비난했다. 결국 9일 봉송 구간은 긴급 변경됐다.

국내에서도 베이징올림픽 성화봉송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티베트평화연대는 8일 “런던에서는 시민들의 항의시위로 성화 봉송 자체가 곤란을 겪었고, 파리에서는 시청에 인권옹호 깃발이 걸리는 마당에 서울시가 축하 잔치판을 벌여 세계인의 웃음거리로 전락하지 않기 바란다”며 27일로 예정된 축하공연 취소를 촉구했다.

세계 각국에서 올림픽 성화 봉송에 차질이 예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에베레스트와 티베트 구간 등 성화 봉송 구간에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해외봉송 중인 성화 호위를 위해 특수훈련을 받은 교위(경위)급 이상 무장경찰 30명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위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 대변인은 “티베트분리주의자들이 올림픽 정신과 영국·프랑스 현행법을 무시한 채 성화봉송 행사를 망치고 있다”고 강력히 비난하는 한편, 해외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보이콧 움직임에 대해서도 “진실과 허위를 혼동하고 있는 전형적 예로 라싸 시위는 달라이라마 추종세력이 획책한 폭력행위”라고 주장했다.

한편 달라이라마는 6일 “티베트인은 자유와 다양한 권리를 위해 투쟁할 법적 권리가 있지만 중국인의 마음에 증오를 품게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베이징올림픽을 방해하는 활동을 하지 말 것”을 당부한 바 있다.

베이징올림픽 성화는 130일간 5개 대륙 19개국, 23개 도시와 중국 내 113개 도시 등 총 13만7천㎞를 달릴 계획이다.

中 내부 소수민족으로 시위 확대

베이징올림픽 성화가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채화된 24일, 중국내 신장 위구루자치구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 5백여 명이 체포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대만 일간 연합보는 4월 1일 “3월 23일과 24일 신장자치구 남부 호탄시(和田)에서 위구르족 1천여 명이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시위가 다른 위구르족 거주지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태발생 직후 대규모 경찰병력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홍콩언론들은 중국 당국이 사태 확대 방지를 위해 이번 시위의 정보를 통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시위가 발생한 호탄시는 티베트와 인접한 지역으로, 최근 티베트 독립요구 시위와 맞물려 분리독립운동 움직임에 대한 우려가 흘러나왔다. 특히 위구르족은 대부분이 무슬림(이슬람교도)으로,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 테러 가능성을 우려해 준군사조직인 66만명의 무장경찰 동원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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