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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귀신2빔비사라왕의 조상 아귀
불교에서 귀신을 사전적으로 살펴보면 선한 귀신과 악한 귀신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귀신은 ‘아귀’를 말한다. ‘빔비사라왕의 조상 아귀’ 이야기에서는 조상에 대한 제사를 행하는 이유를 살펴볼 수 있다. 사진은 흥천사 연화대감로왕도. 감로탱은 조상숭배의식과 결합된 〈우란분경〉·〈목련경〉을 바탕으로 한 그림이다.

보통 우리가 말하고 있는 귀신은 불교에서 ‘페타(peta)’, 즉 ‘아귀(餓鬼)’라고 하는 존재다. 아귀는 육도중생 중 삼악도에 속하여 축생과 지옥 중생 사이에 존재한다. 아귀는 천신(天神, deva)과는 구분 되어야 한다. 천신은 인간보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더 우위에 있으며 고통 없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데 비해, 아귀는 지옥 중생 다음으로 극심한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 아귀의 모습은 대체로 야위어 있으며, 보기에 흉측하며, 두려운 공포심을 일으킨다. 반면 천신은 아름답고 광채가 난다.

초기불교 문헌 중 아귀(peta)의 이야기를 모아 놓은 경전으로는 〈페타밧투(Petavatthu)〉가 있다. 여기에는 51개의 게송이 있으며, 다양한 아귀 이야기가 등장한다. 공통적인 내용으로는 업보 이야기를 들 수 있다. 전생에 악업을 지어 그 과보로 아귀로 태어나 굶주림과 갈증으로 고통 받고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통 받는 아귀를 위하여 공덕을 회향하게 되면, 그 고통을 완화시킬 수 있거나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아귀는 주로 아귀세계에 머물며 고통을 받지만 지옥세계에 가서 고통을 받기도 한다.

페타밧투 중에서 동남아시아에 많이 알려진 이야기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소개할 아귀 이야기는 빔비사라(Bimbisara)왕의 친척 아귀에 관한 것이다. 아주 먼 과거 전생에 부처님께 올리는 보시를 비방한 자들이 빔비사라왕 당대에 왕의 친척 아귀가 되어 보시 공덕을 받아 고통에서 벗어나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왕의 조상이 아귀가 된 사연

부처님께서 라자가하에 머물고 있을 때 들려주신 이야기이다.

92겁 전 카시뿌리(Kasipuri)라는 도시에 자야세나(Jayasena) 왕과 시리마(Sirima) 왕비가 살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 ‘풋사(Phussa)’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무상(無上) 정각을 성취하여 붓다가 되었다. 부왕은 자랑스럽게 말했다.

“나의 아들이 붓다가 되었으니, 나 혼자만 부처님을 모셔야겠다.”

풋사의 이복형제 3명은 서로 상의하였다.

“부처님은 진정으로 모든 중생을 위해 탄생한 것이지 특정한 사람을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 부왕은 다른 사람들이 삼보에 보시할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 방편을 고안해야겠다.”

세 형제는 변방에 일부러 소요를 발생하게 했다. 왕은 세 아들을 보내 진압하도록 했다. 세 아들은 소요를 진압하고 돌아온 뒤 부왕에게 자신의 소원을 들어달라고 간청했다.

“우리는 부처님을 모시고 싶습니다.”

왕은 처음엔 거절하였지만 거듭되는 요청에 할 수 없이 허락했다. 세 아들은 부처님께 다가가 3개월 동안 부처님을 모시고 싶다고 간청했다. 부처님으로부터 허락을 얻고, 부처님께서 머물고 있는 지역의 최고통치자와 지역 주민에게 부처님을 잘 모시도록 당부하였다. 지역의 많은 주민들은 신심으로 부처님께 보시했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부처님께 보시하는 것을 못마땅해 생각하고 불평했다.

풋사 부처님이 입멸하고, 부처님께 보시한 사람들은 천상에 태어났지만, 보시하지 않고 불평한 사람들은 지옥에 태어나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92겁이 지나도록 보시한 사람들은 천상에서 천상으로 태어나고, 보시를 비방한 사람은 지옥에서 지옥으로 태어났다.

캇사파(Kassapa)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할 즈음, 보시를 불평하여 지옥에 태어났던 중생들은 ‘아귀 세계’에 태어나게 되었다. 사람들은 아귀로 태어난 자신들의 조상을 위해 보시를 했다. 보시를 받은 아귀들은 비로소 행복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다.

반면 부처님께 보시하지 않고 악업을 지었던 아귀들은 캇사파 부처님께 찾아가 여쭈었다.

“언제쯤 우리도 다른 아귀처럼 행복을 성취할 수 있습니까?”

캇사파 부처님이 대답했다.

“지금은 행복을 성취할 수 없고, 지금부터 92겁이 지난 미래에 고타마(Gotama) 부처님이 출현할 것이다. 그때 빔비사라왕이 나타날 것이고, 그가 그대의 친척이 되어 보시를 행할 것이다. 빔비사라왕이 부처님에게 보시할 것이고, 그 공덕을 그대들에게 회향할 것이다. 그러면 그대들은 고통이 제거되어 행복해질 것이다.”

92겁이 지난 후 고타마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실 때, 세 왕자도 수많은 브라만과 함께 천상 세계에서 내려와 마가다 왕국의 브라흐만 계급으로 태어나게 되었다. 세 왕자는 성장하면서 세속의 삶을 포기하고 사문이 되어 가야산에서 수행하며 지냈다. 전생에 지역의 최고 통치자는 빔비사라왕이 되었다.

세존께서 정각한지 7주 후 베나레스(Benares)에 오셔서 처음으로 법륜을 굴리게 되었다. 다섯 명의 비구를 먼저 가르치고 나서, 세 형제를 가르치고, 수천 명의 제자를 교화시키게 되었다. 세존께서 라자가하에 가서 빔비사라왕으로 하여금 예류과를 성취하게끔 이끄시고, 방가와 마가다의 수많은 사람들을 교화시켰다.

그렇지만 아귀들은 빔비사라왕의 처소를 둘러싸고 왕의 공덕 회향을 기다리고 있었다. 왕은 부처님께 보시를 하였지만 그 어느 누구에게도 회향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귀들은 절망에 빠져 왕의 처소에서 밤새 울부짖으며 소리를 냈다.

불안에 휩싸인 왕은 다음날 날이 밝자 부처님께 찾아가서 밤에 일어난 일을 이야기했다.

“세존이시여! 어제 밤에 이상한 소리를 듣지 않았습니까? 저에게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지 걱정이 됩니다.”

“왕이시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어떤 나쁜 일도 당신에게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왕에게 좋은 일이 다가올 것입니다. 왕의 친척(조상)들 중 아귀로 태어난 자들이 있는데 부처님께 보시하고 나서 공덕을 자신들에게 회향할 것이라고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제 왕이 보시하고 나서 그 공덕을 회향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귀들이 희망을 잃고 울음소리를 낸 것입니다.”

왕이 여쭈었다.

“그들은 공덕을 받을 수 있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내일 저의 공양을 받아 주십시오. 그럼 제가 그들에게 공덕을 회향하겠습니다.”

세존은 동의하였다. 다음날 왕은 많은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게 하였고, 신하를 보내 세존을 모시고 오도록 했다. 아귀들은 기대했다. 내심 ‘오늘은 무엇인가를 얻게 될 것이다.’하고 기대하며 문 밖에 머물며 서 있었다. 세존께서는 아귀들이 왕에게 보이도록 했다.

왕은 먼저 손 씻을 물을 부처님께 보시하면서 그 공덕을 회향했다.

“이 물이 나의 친척 아귀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자 즉시 아귀들에게 연꽃으로 가득 찬 연못이 나타나게 되었고, 아귀들은 목욕하고 고통을 없앨 수 있었다. 다음은 부처님께 쌀죽과 갖가지 음식을 공양했고, 그 공덕을 아귀에게 회향했다. 그 순간 아귀들에게 먹기 좋은 음식이 나타나 아귀들은 즐겁게 그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또 부처님께 가사와 숙소를 보시했고, 그 공덕을 회향하였다. 그러자 아귀들에게 천상의 옷과 숙소 등이 준비되었다. 세존께서는 아귀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왕이 볼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왕은 먼 친척이 되는 조상 아귀의 모습을 보고 매우 행복했다.

세존께서는 공양을 마치고 빔비사라왕에게 성 밖에 있는 아귀들에 대해 말씀하셨다.

“아귀들은 성 밖 넓은 야외나 십자로 등에 서 있거나, 문기둥에 서 있다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갑니다. 죽은 친척들을 위해 깨끗한 음식과 물을 회향하면, 아귀들은 즐거워하며 음식을 즐기며 도움을 받게 됩니다. 높은 곳에서 비가 내리면 빗물이 아래로 흘러 땅까지 가는 것처럼 보시는 아귀를 도와줍니다. 단지 울기만 하고 슬퍼하는 것만으로는 죽은 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삼보에 보시하고 그것으로 생긴 공덕을 아귀에게 회향하면, 아귀들은 오랜 기간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

조상 아귀 이야기의 교훈

이상의 이야기에서 몇 가지 사실을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 보시자가 어떤 물건을 보시하고 회향했느냐에 따라 보시물 그대로 아귀에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물을 부처님께 보시하고 회향하니 연못의 물이 아귀에게 나타나고, 부처님께 음식을 보시하고 회향하니 음식이 아귀에게 제공되었다. 인간세계에서 보시한 내용물이 그대로 아귀에게 나타나는 것이다.

두 번째, 아귀는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공덕 회향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귀는 후손으로부터 공덕 회향을 받지 못할 경우, 후손에게 회향을 요구하는데 그 요구하는 방식이 후손들에게 공포나 재앙으로 보여 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집안에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경우, 조상 아귀가 공덕 회향을 요청하고 있다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보시하고 나면 반드시 특정 대상의 아귀에게 회향을 해야 그 아귀가 받을 수가 있다는 점이다. 빔비사라왕이 보시만하고 회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왕의 조상 아귀들은 그 혜택을 얻을 수 없었다. 조상 아귀가 공덕을 받으려면, 반드시 조상 아귀를 지칭해야 한다.

네 번째, 죽은 조상을 위한 제사나 시아귀회(施餓鬼會)가 행해지는 이유를 이 이야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선업(善業)으로 인한 선과(善果)를 얻지 못하는 아귀의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제사나 시아귀회와 같은 의례가 행하여진다는 걸 알 수 있다.

안양규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불교학부 교수로 불교문화대학장과 불교문화대학원장을 겸하고있다. 서울대 종교학과 졸업 후 동국대 불교학과에서 학사,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철학박사를 취득했다. 일본 동경대(東京大) 외국인연구원, 서울대학교 종교문제연구소 특별연구원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불교상담학회장을 맡고 있다. 주요 역·저서로 〈행복을 가져오는 붓다의 말씀〉·〈붓다의 입멸에 관한 연구〉·〈The Buddha’s Last Days〉 등이 있다.

글 · 안양규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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