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의 눈(268호)

혹시라도 마음만 먹었던 호스피스 봉사를 시작하고 싶은 독자들이 있다면,
지금 당장 호스피스 교육과정에 신청하길 바란다.
국립암센터 호스피스완화의료 홈페이지(http://hospice.cancer.go.kr)에 접속하면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인력 표준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을 확인할 수 있다.

 

환자 머리 감겨드리기 9년.
‘시원하네요’ 말 한마디면 피곤 ‘훌훌’

서울특별시 북부병원 호스피스병동 권영숙 봉사자

“거룩하신 부처님! 오늘 그들의 야윈 손을 잡아 주리니 제 작은 몸짓으로 그들이 삶의 용기를 내고, 저의 낮은 음성으로 그들이 환히 미소 짓게 하여 주옵소서. (중략) 부처님의 말씀을 오늘도 마음에 담고서 병상의 부처님들을 위해 기꺼이 그들을 치유하는 도구가 되겠습니다.”

서울시 북부병원 호스피스 병동 ‘세발(洗髮) 봉사’팀의 권영숙(56) 봉사자는 봉사를 시작하기 전 팀원들과 함께 ‘호스피스 봉사자의 기도’를 낭독한다.

그녀는 2008년 10월 사회복지법인 연화원 이사장 해성 스님과의 인연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스님의 지도와 본인의 원력으로 연화원에서 호스피스 교육과정을 마친 후 지금까지 매주 금요일 북부병원에서 호스피스 환자들의 머리를 감겨주는 세발봉사를 하고 있다.

“호스피스 병실에 간병인 선생님들이 환자를 보살피시는데 혼자서 환자분들의 머리를 감겨드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저와 봉사팀에서 머리를 감겨드리고 있죠. 저희가 늘 보는 호스피스 환자분들은 대부분 회복하시기 어려운 분들이에요. 봉사활동을 하면서 이 분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안타깝고, 애달픈 마음이 많이 들죠.”

권영숙 봉사자는 환자들의 머리를 감겨주는 잠깐의 시간에 환자들에게 말을 걸어주고, 불자 환자에게는 〈반야심경〉도 독송해준다. 그럴 때면 기운 없는 환자가 〈반야심경〉 소리를 듣고 눈물을 흘리며 함께 따라 하기도 한다. 그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종교의 힘이란 정말 강하다.’는 걸 새삼스레 느낀다.

“주변 사람들에게 호스피스 봉사활동을 자주 권하지만, 환자들을 돌봐드리는 게 힘들다는 선입견 때문인지 대부분 응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봉사를 받는 환자와 보호자의 기뻐하고 감사하는 모습을 본다면 평소 가지고 있는 선입견들은 한 순간 사라질 겁니다. 저는 세발봉사를 하는 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꾸준히 호스피스 봉사활동을 권할 예정입니다.”

권양숙 봉사자는 이 같은 노력과 원력을 인정받아 서울북부병원과 중랑구청에서 다수의 표창패와 감사패를 수상했다. 자신의 활동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그 자리에서 봉사하는 권양숙 불자. 오늘도 그의 손끝에 머리를 맡긴 환자들이 미소를 머금고 있다.

무섭고, 두려운 마음은 ‘괜한 번민(煩悶)’
“호스피스 환자도 보통 사람이죠.”

고려대 구로병원 호스피스병동 김민지 봉사자

“일반 사람들은 임종을 앞둔 환자를 보살펴 준다는 생각에 거부감을 느끼고, 환자를 멀리 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몸이 노쇠하고 아플 뿐이지 보통 사람과 똑같아요. 내 가족, 나아가 내 친척이 이런 상황이라면 간호해 주고 보살펴 주는 게 당연하잖아요.”

김민지 봉사자(55)는 평소 절에 다니면서 스님의 법문을 듣고 항상 ‘부처님도 남을 위해 좋은 말을 전해줬는데, 나는 남을 돕기 위해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TV 프로그램에 호스피스 환자 관련 방송을 본 후 그는 바로 호스피스 교육과정을 신청, 마사지 과정을 수료했다.

“제가 건강한 체질이 아니라 남편이 처음에는 반대를 했어요. ‘안 좋은 균이 있으면 어떻게 하냐?’고 하면서요. 저도 처음에 호스피스 병동이 무섭고, 침울한 분위기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생각과는 달리 의외로 편안하고 일반 환자 병동과 다르지 않다는 걸 느꼈어요.”

김민지 봉사자가 환자들에게 발마사지를 하면 평소 무표정이거나 고통에 일그러져 있는 얼굴이 잠시나마 편안해진다. 가끔 미소도 지어주는 환자도 있다. 보통 호스피스 환자들은 자신의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기 거부하지만, 신체를 만지면서 하는 봉사다 보니 이제는 서로 안부도 묻고, 대화도 나누는 단계까지 발전했다고 한다.

“호스피스 봉사라는 게 대단한 게 아니에요.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봉사죠. 이 분들과 대화를 하면서 내가, 내 가족이 건강하다는 현실에 감사하고, 행복함을 느낍니다. 작은 것에도 소중하고, 하루하루가 기쁘죠. 주변 친구들에게 호스피스 봉사를 자주 권하는 편인데 다들 멀게 느껴진다면서 대답을 피하네요.(웃음)”

김민지 불자는 호스피스 봉사활동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가벼운 마음은 아니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봉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생명에 대한 소중함과 존엄성을 강조하는 불교인, 즉 더 많은 불자들이 인생의 마지막을 앞두고 있는 호스피스 환자들을 위해 도움을 줬으면 하는 바람을 넌지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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