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케 칵쿠쵸 스님 “일본 입장에서 굉장히 죄송하다”

3국 불교계 대표단은 세계평화기원법회를 봉행하기에 앞서 히로시마 평화공원에 조성된 원폭사몰자위령비에 헌화를 했다. 이 위령비 앞에서 종교행위는 금지돼 있기 때문에 화환을 놓는 것만으로 마음을 전했다. 대표단은 대신 원폭공양탑에서 반야심경을 각국의 언어로 독경하며 원폭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이후에는 앞서 14일 위령제를 봉행했던 한인희생자 위령비에 들러 묵념하는 시간을 보냈다.

회의장에서 각국 대표단은 일본ㆍ중국ㆍ한국 순으로 예불의식을 올렸다. 의식을 마친 뒤 종단협 회장 자승 스님은 한국 측 세계평화기원문을 낭독하며 “피폭자 중 ‘징용된’ 조선인이 7만 명”이라고 강조했다. 이 문장은 각각 중국어와 일본어로 동시통역돼 법회에 참석한 사부대중 전원에게 전해졌다.

이는 최근 일본이 일제 강제징용의 상징인 하시마섬(군함도)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이후 “‘forced to work’라는 표현은 강제노역이 아니라 ‘일하게 됐다’는 뜻”이라고 밝힌 것에 전면 상충된다. 일본은 하시마섬 세계유산 등재 전 ‘조선인에 대한 강제징용 사실을 인정하라’는 비난의 목소리에 부딪히자 등재 결정문에 위의 표현을 삽입했으나 등재 이후 말을 바꿨다.

다행히도 일본불교계는 역사적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일중한국제불교교류협의회 이사장 타케 칵쿠쵸 스님은 일본 측 의식에서 세계평화기원문을 통해 “올해 전후 70주년을 맞아 전쟁 중에 중국ㆍ한국ㆍ동남아시아의 사람들에게 지대한 희생과 고통을 준 것에 진심으로 참회를 드린다”면서 “히로시마 원폭피폭자를 시작으로 전쟁 중에 돌아가신 모든 희생자에 대해 애도의 뜻을 바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강제징용 등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전쟁에 있어 일본이 주변국에 많은 피해를 준 사실을 왜곡하지 않았다. 한일정부 간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쉽사리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역사적 문제를 양국 불교계가 자비심을 바탕으로 언급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특히 타케 칵쿠쵸 스님은 본지 단독인터뷰에서 “한인 원폭희생자가 7만 명에 달하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일본 입장에서 굉장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개인적인 견해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지난 1998년 제1차 베이징회의를 시작으로 올해 18차를 맞은 한중일 불교우호교류회의. 오랜 시간이 지나며 ‘일종의 형식적인 행사로 굳어졌다’는 평가를 면치 못했던 교류회의가 이번 대회를 계기로 ‘불교’라는 이름 아래 ‘역사’를 외면하지 않는 건실한 행사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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