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여수 향일암서 ‘우상숭배 경고’ 난동
전주 덕진경찰서장 “하나님 주신 직분…”

불기 2553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훼불과 종교편향 행위가 잇따라 발생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헌법파괴-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대회’가 열린 지 1년도 안된 시점이어서, 정부 및 관계 당국의 후속 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남 여수경찰서는 “4월 10일 오후 4시 경 여수 향일암 대웅전에 몰래 들어가 알루미늄 파이프로 불상과 삼존불 좌대, 불전함, 받침대 등을 파손한 혐의로 정모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개신교 신자인 정모씨는 “부활절을 앞두고 하나님의 계시를 받아 우상 숭배를 경고하기 위해 불상들을 부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 신분인 전주 덕진경찰서장의 종교편향 행위도 논란이 되고 있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덕진경찰서장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기도문을 낭독하고 기도문을 인용한 메일을 발송했다”고 4월 10일 밝혔다. 덕진경찰서장은 기도문에서 “오 하나님! 당신은 법을 준수하고 사회의 규칙을 지키는 직분을 제게 주셨습니다”라고 말하는 등 특정 종교를 찬양했다.

국민의 의무사항인 민방위대 교육을 특정종교단체 건물에서 하는 것도 종교편향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시 광진구 민방위대 교육 장소로 특정종교단체를 지정했다. 이는 종교와 양심의 자유에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커 개선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해 홍안사에도 용역업체 직원이 난입해 40년 된 관음보살상 불두를 자르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교도에 의한 훼불사건은 아니지만 지주가 소송 중인 사찰을 중장비를 동원해 무단 철거한 것이다. 홍안사 측에 따르면 3월 30일 오전 4시 경 용역업체 직원이 철거하는 과정에서 불상을 훼손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받아오던 이모씨는 13일 다시 홍안사에 난입해 시설물을 파괴하다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개신교 단체들이 장로교 창시자 ‘칼빈’의 이름을 딴 ‘칼빈길’이란 도로명을 사용하도록 추진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개신교 신문인 크리스천투데이에 따르면 칼빈탄생5백주년기념사업회와 서울교회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 ‘삼성로 서73길’을 ‘칼빈길’로 명예 도로명을 부여하도록 모든 교역자들과 70명의 전도대원팀을 동원하고 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배병태 사무국장은 “훼불과 종교편향에 대해 불교계가 일회성ㆍ감정적인 대응이 아닌 담론을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지난해 범불교대회 이후 종교편향과 관련된 대통령령이 개정되고 지침이 만들어졌지만 포괄적이어서 실효성이 없다”며 “보다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지침을 만들어 교육하는 등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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