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기 교수, 불교평론 ‘열린논단’서 주장
현실 ‘비판’과 고유 ‘세계관’ 담긴 철학


불교는 철학인가 종교인가? 다소 식상한 주제다. 서양철학이 세계 철학계의 주도권을 확보한 이래 계속 다뤄져왔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관점에 따라 ‘철학’ 또는 ‘종교’, ‘철학이기도 하고 종교이기도 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주제는 “이 시대 화두로서 성격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유효하다.

박병기 교수(한국교원대 윤리교육과·사진 원 안)는 4월 10일 열린 불교평론 제4회 ‘열린논단’에서 “불교는 철학이어야 한다”는 당위성으로 이 주제를 바라봤다. 그는 논지를 전개하기 위해 ‘철학’ 개념부터 정의했다. 첫 번째가 ‘비판을 지향하는 철학’이다. 철학이란 “철학은 주로 그 현실로부터 한 발짝 물러서서 총체적으로 비판하는 일(소흥렬 전 한국철학회장)”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세계관으로서 철학’이다. “완결될 수 없는 잠정적인 세계관을 모색하면서 그 끝없는 아포리아를 포기하지 않는 작업 과정 자체가 철학”이라는 것이다.

불교는 우리가 몸담고 있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반성적이고 비판적인 성찰의 과정을 포함하고 있는가? 불교는 고타마 붓다의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에서 시작해 그것의 본질에 대한 ‘과학적 해명’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에 ‘불교는 철학이다’.

불교는 고유의 세계관을 갖고 있는가? 연기(緣起)와 공(空), 마음(心)이라는 개념을 토대로 모든 존재성을 규명하고, 그것을 깨닫기 위한 내면적 성찰의 과정과 관계 속에서의 자비(慈悲)를 명료하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불교는 철학이다’. 그렇다면 현실에서도 불교가 그러한 특성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가? 박 교수는 부정적이다. 총무원장이나 본사 주지 선거 때 금권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을 보면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철학으로서의 불교를 떠올린다. “계율의 전승과 수지를 소홀히 하면서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이합집산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현재 승가공동체를 철저하게 비판하고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철학으로서의 불교’가 지니고 있는 본질적 모습이자 희망의 씨앗”이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마음공부에 동참하는 일반인들과 선원에 방부를 들이는 납자들에게 희망의 가능성을 본다. 그는 “일상에 대한 반성적 성찰의 계기와 과정을 제공하면서 자본주의적 세계관을 비판적 성찰의 대상으로 삼게 하는 것이 우리 불교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뒤 “불교적 세계관을 대안으로 제시하면서도 비판을 허용하는 자세를 보여줄 때 우리 사회에 바람직한 지향성을 제시하는 철학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진 난상토론에서 박경준 교수(동국대 불교학과) 등이 종교적 관점에서 불교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치열한 토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또 승가나 자본주의 비판을 넘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여기에 대해 인도 라다크 등 공동체가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4월 24일 오후 6시 불교평론 신사동 세미나실에서 열리는 제5회 열린논단에서는 강병조 교수(경북대 의대)가 ‘뇌과학과 불교’를 주제로 발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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