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도 서슴지 않은 춘성 스님의 수행 열정과 해학적 삶
김광식/새싹/448면/15,000원


#일화1=“아니, 저렇게 땔나무가 많이 있는데 어째서 아궁이에 불을 지피지 않고, 냉방에서 잠을 자는 게요?”
“그야 그렇지만, 제 스승이 독립운동을 하다 왜놈들한테 붙잡혀 지금 서대문 감옥의 추운 감방에서 떨고 계신데, 그 제자인 제가 어찌 따듯한 방에서 잠을 잘 수 있겠습니까?”
춘성은 이처럼 한용운이 감옥에서 나오기 전에는 줄곧 냉방에서 자며 수행을 하였다.

#일화2=어느 날 춘성은 통금 시간이 넘어서 밤길을 가고 있었다. 방범 순찰을 하던 순경이 춘성에게 물었다.
“누구요?”
춘성이 어둠 속에서 즉각 답을 하였다.
“중대장이다!”
그 소리를 들은 순경은 목소리는 노인 목소리인데, 중대장이라고 하니 의아해서 들고 있던 후레쉬로 춘성을 비추었다.
“아니? 스님 아니시오?”
“그래, 내가 중의 대장이지! 맞지?”



춘성 스님(1891~1977)은 근·현대불교의 격랑 속에서 수행자의 길을 묵묵히 걸었던 자유인이다. 한용운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스님은 《화엄경》사상을 웅변적으로 전했던 화엄법사로, 덕숭산 끝자락에서 장좌불와 했던 고집스런 수행자로, 도봉산 망월사에서 수좌들을 매섭게 지도했던 불교계의 어른으로 기억된다. 이 책은 이런 춘성 스님의 삶을 정리하고, 스님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회고를 담아 정리했다.

춘성문도회는 “나에 대한 일체의 그림자도 찾지 말라”는 스님의 유지에 따라 스님이 말년에 주석했던 성남 봉국사에 부도와 비석을 세웠을 뿐, 스님의 삶에 대한 정리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효림 스님이 봉국사 주지를 맡으면서 춘성 스님을 기리는 작업이 진행됐다. 이를 맡은 작가가 바로 김광식 씨다.

이 책은 김 씨가 2년에 걸쳐 문헌자료를 찾아 분석하고, 춘성 스님과 인연 있는 출재가자를 만나 증언을 채록해 완성했다. 하지만 조사가 뒤늦게 이뤄져 증언이 스님의 후대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등 부족한 점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책은 소문, 전설로 둘러싸여 과장됐던 스님의 일생이 복원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니고 있다.

건국대 사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 근·현대 불교를 중점적으로 연구했던 김광식 씨는 현재 백담사 만해마을 연구실장, 부천대 겸임교수 등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 근대불교사 연구》, 《한국 현대불교사 연구》, 《한용운 평전》, 《범어사와 불교정화운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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