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보화 활용하는
지혜의 눈 키우면
다스림에 어긋남 없다

부처님이 사위국 기원정사에 계실 때 ‘국왕의 열 가지 덕목’을 비유로 하여 수행자들을 가르쳤다고 한다.
“만일 국왕으로서 열 가지 덕을 성취하면 나라를 오랫동안 보존하게 되리라. 열 가지란 어떤 것인가.

첫째, 재물에 집착하지 않으며 작은 일로 화를 내거나 사람을 해치지 않는 것이다. 둘째, 신하를 비롯한 아랫사람의 충고를 받아들이며 그 말을 따라주는 것이다. 셋째, 항상 베풀기를 좋아하며 백성들과 함께 즐거워하는 것이다. 넷째, 권력으로 남의 여자를 빼앗지 않으며 자기 아내를 잘 보호하는 것이다. 다섯째, 사람들을 억울하게 가두어서 원망하지 않도록 법 집행을 공정하게 하는 것이다.
여섯째, 술을 적게 마셔서 마음이 거칠거나 어지럽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일곱째, 향락을 멀리하고 정사에 힘써 외적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여덟째, 법에 따라 다스리고 교화하되 어긋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아홉째, 충성스러운 신하들을 믿으며 그들과 늘 화목하게 지내는 것이다. 열째, 병 없이 건강하며 기력이 강성하도록 자기 관리를 잘 하는 것이다.(증일아함 42권 〈결금품結禁品〉제6경)”

이 글을 처음 읽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통치자의 덕목이란 하나같이 너무 쉽고 평범한 내용이라 조금 실망스럽기조차 하다. 필부도 지킬 수 있는 내용이고 지켜야 가정이 편안하고 스스로를 건강하게 하는 그런 내용이 아닌가? 이상하다는 생각으로 다시 한 번 천천히 읽어보기로 한다. 이번에는 하나같이 지키기가 쉽지 않은 내용들이라는 생각이다. 이 열 가지 중 하나만을 지키는 일도 참으로 쉽지 않으리라는 생각으로 공연한 번뇌를 얻게 된다. 그야말로 누구도 지킬 수 없는 내용들만 모아놓고 지키라고 하는 것 아닌가. 같은 내용의 글을 읽고 이렇게 상반된 느낌을 받게 되는 건 무슨 연유인가. 하는 생각으로 다시 세 번째 열 가지 덕목들을 꼼꼼히 짚어가며 읽어보기로 한다. 그러자 이번에는 좀 다른 생각이 길을 트기 시작한다. 이 열 가지 중 한 가지를 지 킬 수 있는 사람이면 열 가지를 지키는 일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재물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재물보다 귀중한 보화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다. 소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소유한 줄을 아는 사람이며 그 소유를 활용하여 넉넉하게 나눌 수 있는 사람이다. 재물보다 더 귀중한 보화가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이다. 재물은 유한하지만 그 보화는 무한한 줄을 아는 사람이다. 재물로는 그 보화를 살 수 없지만 그 보화로는 재물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아는 사람이다. 그와 같은 무한보화를 갖춘 대장부라면 애시 당초 화를 짓지 않을 것이요, 따라서 사람을 해칠 필요가 없고, 자만하지 않고 자유로우니 아랫사람의 충고에 걸림이 없을 것이요. 무한보화이니 나누지 않을 이유가 없고, 나누면 함께 즐거워할 수밖에.

이런 대장부라면 굳이 권력으로 남의 여자를 빼앗지 않더라도 만백성이 그를 흠모할 것이요, 자기 아내는 더 말해 무엇 하랴. 무한보화의 활용인 무한지혜의 눈으로 통찰하니 억울한 사람이 없고, 술이 아니어도 안으로 즐거울 수 있어 향락을 위해 어지럽게 많이 마실 필요가 없고, 적법하게 다스림에 어긋남이 없으니 진심으로 그를 따르는 신하들인데 화목할 수밖에, 과욕 과음하지 않고 경우에 밝아 쾌활하니 일이 오히려 기력을 도와 강성하지 않으랴.

이 경 시인ㆍ경희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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