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빚어진 ‘석조일경삼존삼세불입상(石彫一莖三尊三世佛立像)’의 진위 논란은 우리나라 문화재 감정 체계의 허와 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석조일경삼존삼세불입상의 소장자는 “선친이 40여 년 전 밭을 갈다가 주워 장롱에 보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 일각에서 위작 의혹을 제기했고, 결국 지난달 입찰가 50억 원으로 경매되기 직전에 취소되기에 이르렀다. 정부와 고미술계는 이번 사건을 계기삼아 고미술 감정전문가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감정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위작 논란은 문화재계는 물론 미술계에서도 끊이지 않는 고민거리다. 지난해 5월 경매가 45억2,000만원이란 국내 경매사상 최고가로 낙찰됐던 박수근 화백의 작품 ‘빨래터’는 1년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분야를 막론하고 위작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는 권위와 공신력을 담보한 감정기구의 부재 때문이다. 국가가 보장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감정기구가 필요한 이유다.

특히 국내 문화재의 경우 60~70%가 불교문화재다. 불교문화재가 위작 논란에 휩싸일 개연성은 그만큼 높다. 그래서 정부는 물론 불교계도 문화재 감정체계 확립에 적극 나서야 한다. 여기에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는 학계와 고미술계의 참여가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다.

학계와 고미술계가 침체에 빠진 고미술시장의 활성화를 원한다면 그동안 관행화돼 온 육안 감정이 불신을 조장해왔음을 인정해야 한다. 과학적 노하우를 쌓아가면서 문화재 감정의 객관성을 한 단계씩 높여가야 한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과학적 방법을 통해 문화재를 재감정한다면 상당수의 국보와 보물급 문화재가 가짜로 밝혀질 수도 있다”며 국내 문화재 감정의 현 수준을 비판한다. 반만년 역사와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나라의 국민으로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라도 문화재 감정체계의 확립에 정부와 학계, 고미술계가 적극 나서주기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