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김장철이다. 각 불교 종단 사찰들의 김장나누기 보시가 올해 따라 더욱 훈훈하게 느껴진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적 경제 불안 때문이다.

천태종의 50여 전국 말사가 베푼 김장 보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불교의 ‘진여’가 세상과 더불어 현존(現存)하는 작은 모습이었다. 이 밖에도 조계종의 서울 조계사를 비롯한 크고 작은 종단의 사찰들이 소외된 이웃,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김장을 담가 보냈다.

우리네 세시 풍습에서는 김장을 대단히 중히 여겼다. 1960~70년대까지만 해도 김장은 필수적인 ‘겨울철 양식’이었다. 김장이 바로 겨울철 반찬의 왕이었고 그저 쌀밥 한 그릇에 배추김치 한 접시면 일상의 고급 메뉴였다. 여기에 들기름 바르고 왕소금 뿌려 구운 김 한 접시만 곁들이면 생일상이었고.

중국산 김치와 패스트푸드에 밀려 한 동안 시들했던 김장이 되살아났다. 중국산 김치의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이제 ‘내 손으로 담그는 김장’이 각 가정의 캐치프레이즈가 됐다. 그러나 어려운 사람들과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는 김장 담그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이웃을 돌보는 평상심이야말로 진정한 불교의 자비심이고 보살행이다.

우리의 근원적인 본성은 모두가 똑같이 보편적인 자비심과 사랑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다는 ‘불성(佛性)’이다. 김장나누기 보시는 이런 불성의 구체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근원적인 본성을 인식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그 본성(불성)은 생생하게 살아 있다. 어떤 의도나 판단, 남을 조종하려는 마음 없이 우리의 보편적 자비심이 무조건적으로 현존한 김장나누기는 곧 부처님의 화신(化身)이고 자신도 모른 깨달음이다.

경제위기라고 해서 사람들 마음이 모두 쪼그라들어 있다. 그러나 노자적 논법을 따른다면 위기를 위기라고 말했으면 이미 위기도, 고난도 아니다. 지금 겪고 있는 경제적 고난은 김장나누기 보시가 말해주듯이 우리의 불성만 잘 간직하고 있으면 쉽게 극복할 수 있다. 고난은 이겨내면 약이 되지만 그냥 주저앉으면 더 큰 고통이 따른다.

김장나누기 보시라는 실천적 자비행이 더욱 확산되기를 바란다. 종교적 행사가 아니라 보편적 자비심에 바탕한 함께 사는 ‘공동체 운동’으로 불국정토 건설에 하나의 주춧돌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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