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대학 입시의 계절이 어김없이 찾아오면서 우리 사회는 또 한 번의 계절병을 앓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13일 전국적으로 실시된 대입 수학능력시험에는 거의 60만 명에 이르는 수험생들이 참가하고 여기에 이보다 더 많은 학부모와 선후배 학생들이 북새통을 이루는 바람에 전국이 한꺼번에 들썩였습니다.

마침 전 세계적인 경제난까지 우리 사회에 심대한 충격을 주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전국의 수험장 주변이 한결 어수선했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다행스럽게도 올해는 예년처럼 날씨까지 춥지는 않았기 때문에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수험 한파’의 혹독함은 피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날씨가 따뜻하다고 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마음이 따뜻하고 편안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텔레비전 뉴스시간에 보면 수험장 주변에 웅성대는 어머니들의 모습에선 너무나 긴장되고 초조해하는 자태들이 여기저기 너무나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수험생 자녀를 교실로 들여보내고 뒤에서 교실을 향해 합장하고 간절하게 기도하는 어머니들의 모습은 늘 보아온 것입니다. 시험을 보고 나온 자녀를 붙잡고 엿이나 떡을 입에 넣어주며 시험을 잘 쳤는지 묻는 모습도 전에 보던 일이라 할 것입니다. 다행히 자녀가 시험을 잘 본 경우에는 어머니와 자녀의 표정이 밝아서 보는 이들도 안심이 되는 일면이 없지는 않지만 수험생이 시험을 잘못 봐 수험생의 표정이 어두울 경우에는 어머니조차 사색이 되어 좌절하는 모습을 보여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어둡게 하곤 합니다.

물론 수험생이 자기 딴에 시험을 잘 보았다고 생각하여 얼굴이 밝은 경우라도 반드시 결과가 좋다는 것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늘 경험하는 것이지만 입시 때면 수험생들이 실제와 다르게 잘 본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적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또 수험생이 시험을 잘 보았어도 다른 수험생들이 그보다 더 잘 보았다면 상대적으로 성적이 떨어질 터이니 객관적으로 보면 결코 시험을 잘 치룬 것은 되지 못합니다.

무슨 시험이거나 시험은 괴로운 것이고 슬픈 것입니다. 누군가는 시험을 잘 치러 성공하겠지만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은 반드시 실패하게 되어있고 좌절하게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이 다 통과할 수 있는 관문이라면 처음부터 시험을 볼 필요도 없을 터이니 시험은 어떤 경우에나 기쁨과 슬픔을 미리 정해두고 하는 과정일 수밖에 없다고 할 것입니다.

그런 시험 가운데도 대학 입시는 우리들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대학은 누구에게나 들어갈 수 있도록 기회가 주어지고 또 고교를 졸업하면 거의 80%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현실이지만 이른바 좋은 대학, 이름난 대학에 들어가는 것은 아직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험을 잘 못 치렀다고 좋은 대학, 이름난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인생전체를 실패로 보낸다는 것은 지나친 생각입니다. 때문에 텔레비전 뉴스를 보면서 눈물짓는 어머니들의 모습이 전보다 유난히 많은 것에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년에도 수험생의 어머니들이 강추위를 참으며 시험장 주변을 맴도는 모습은 흔히 보았습니다. 간절하게 기도하는 모습이나 학교 교문에 엿을 붙이는 모습도 자주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머니들이 간절하게 기도하다 못해 눈물을 짓는 모습을 여럿 목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들의 간절한 기도는 자식을 사랑하는 모정이기에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자식 때문에 어머니가 애가 타 눈물을 보이며 이성을 잃는 일은 본인을 위해서나 자식을 위해서나 결코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생각됩니다. 수험생이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큰 부담을 느껴 오히려 역효과를 낼 가능성도 있고 어머니 자신의 건강을 해칠 가능성도 있겠기 때문입니다. 《잡비유경》에서 외아들을 잃은 과부가 그 충격으로 미친 사람처럼 되어 부처님을 찾아와 아들을 살려달라고 했을 때 부처님은 ‘사람이 죽지 않은 집에서 불을 얻어오면 아들을 살린다’고 타일러 ‘사람인 이상 건강한 사람도 언젠가는 죽는다’는 명백한 사실을 깨닫게 한 바를 상기하게도 됩니다.

세상에 시험이 남아 있는 한 시험에 통과하거나 실패하는 일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입니다. 자녀들을 사랑하는 나머지 시험에 합격하기를 기대하며 기도하는 것은 어머니의 자연스러운 사랑의 표현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지나쳐 스스로 이성을 잃고 사람들에게 눈물을 보이고 자신의 마음과 건강을 상하게 하는 데까지 이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기도의 모습은 아니라고 할 것입니다. 시험이 중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는 점도 명심하고, 실패의 경우에도 기운을 추슬러 재기하는 용기를 자녀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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