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 태고종이 계승하고 있는 영산재는 국가지정무형문화재 제50호로 지정된 전통불교문화의 정수이다. 신라 진감국사가 당나라로 유학을 갔다가 배워와 하동 옥천사(현 쌍계사)에 머물며 후학에 전승했다. 이런 영산재가 1200년이란 세월을 건너 그 흔적이 이미 사라진지 오래인 중국에서 펼쳐졌다. 실로 감동적이고, 가슴 뿌듯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영산재는 세계 각국으로부터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은 지 이미 오래다. 1985년부터 해외 공연을 시작해 미국 뉴욕 카네기홀 공연을 비롯해 프랑스, 독일, 일본, 벨기에, 캐나다 등 세계 40개국에서 공연을 펼친 바 있다. 이를 통해 태고종은 현재 영산재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준비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번 공연은 중국이 사회주의 체제란 점을 감안하더라도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다만 중국 정부(국가종교사무국)의 초청으로 이뤄졌다는 점은 향후 교류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공연 장소가 중국불교협회가 위치한 북경 영광사와 조주선사의 선맥이 흐르는 하북성 백림선사였다는 점에서도 또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큰 의의는 쓰촨성 대지진 희생자의 천도란 명분 아래 자국 불교에서 사라진 불교전통문화를 복원하려는 갈망을 엿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중국은 지난해 7월, 한국 천태종의 종지종풍이 담긴 중국어판 천태종전을 받아들여 이를 전국 도서관과 대학에 배포하는 등 한국불교에 관심을 나타낸 바 있다. 교학에 이어 한국 전통불교문화를 배우고자 몸을 낮춘 셈이다.

태고종은 이번 공연을 계기로 중국과의 전통불교문화 교류에 새 장을 열었다. 지난 10월 중국 ‘신주화악’의 일산 공연에 이어 중국으로 건너가 영산재 공연도 성공적으로 마쳤기 때문이다. 최근 종단 내홍으로 위축돼 있는 태고종이 활력을 회복하는 기폭제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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