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장 차도 검문할 수 있다고 본다.” 불교 조계종 지관 총무원장이 17일 종교 편향 논란의 한 가운데 서있던 어청수 경찰청장의 참회 사과 방문 자리에서 제1성으로 한 말이다.

경찰의 조계사 내 지관 총무원장 차 검문은 적지 않은 세간의 ‘오해’를 불러일으킨 게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을 규탄한 ‘8·27 범불교도대회’의 중요 원인이 바로 이 검문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일부 식자들은 이광요 전 싱가포르 수상이 자신의 차를 검문한 순경을 ‘근무충실’이라고도 칭찬했던 사례에 대비시켜 거칠게 비판하기도 했다.

지관 원장은 당초부터 ‘검문’에 대한 유감이나 감정이 전혀 없었는데 말이다. 불교도들의 어청장 사퇴 요구는 대형 교회의 경찰 선교 포스터에 등장한 사진 때문이었다. 그러나 세속은 총무원장 차 검문 때문에 불교가 ‘난리’를 피운다는 식의 오해를 했다.

지관 총무원장은 그래서 제1성으로 자신의 차량 검문에 대한 생각을 새삼 밝혔던 것 같다. 이제 ‘검문’에 대한 세상의 ‘오해’라는 그림자 같은 허상이 벗겨지고 실상인 본체(本體)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지관 원장의 실상은 “이제 모든 것을 다 없는 것으로 하자”는 말후구(末后句)에서 ‘본래면목’을 여법하게 보여주었다. 불교적 표현을 하자면 ‘무(심)’로 돌아간 것이다. ‘무심’은 불교의 회귀점이다. 일체의 욕심과 망상을 버린 자리가 바로 무심이다.

선가(禪家)는 “무심이 곧 도(道)”라고 거듭 설파한다. 수많은 선사들이 일생동안 설한 법문은 ‘무심’이라는 한마디로 압축된다. 무심이 바로 해탈이고, 돈오고, 열반이고, 대각이다.

한국 불교의 선풍(禪風)을 말할 때 흔히 ‘임제(臨濟)선풍’이라 한다. 중국 선종의 임제의현 선사를 개산조로 하는 임제선은 고려말 태고보우 선사가 원나라 석옥청공 선사에게서 그 법맥을 새삼 이어온 이래 한국 선불교의 가풍으로 지금도 조계종을 통해 계속 전승되고 있다. 임제의 스승이며 임제선의 비조이기도 한 황벽희운 선사(?∼850)는 “무심이 곧 도(無心是道)”임을 가장 간절히 설파한 대선장(大禪匠)이다.

지관 원장은 종교편향 문제를 둘러싼 불교와 정부의 갈등을 깨침의 핵심인 무심의 자리에서 깨끗이 풀어냈다. 과연 임제 선맥의 법손(法孫)답다. 한국 납자(衲子)들이 많이 드는 ‘무(無)’자 화두의 종착점은 본래 유·무의 분별을 넘어선 절대 긍정이다. 그저 모든 것을 ‘없던 일’로만 하면 여여(如如)한 현상계가 긍정되고 시비는 자연히 뜨거운 물에 얼음 녹듯 없어지며 깨달음도 ‘세수하다 코 만지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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