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종  도정 종의회의장

가을이 깊어져서 날씨가 여간 차지 않고 이젠 산과 들의 초목들도 잎을 모두 떨어버리고 겨울 준비에 들어가는 듯합니다. 낮과 밤의 기온 차이가 가장 많이 나는 철이라 감기를 비롯한 병마가 찾아오기 쉬우니 모두 건강관리에 특별히 신경을 쓰셔야 할 것입니다.

환경 재해가 빈발하여 간혹 ‘여름 같은 겨울, 겨울 같은 여름’이라는 말이 나오기까지 합니다만 우리 땅 금수강산에서는 그래도 봄·여름·가을·겨울의 네 계절을 골고루 느낄 수 있으니 우리는 참으로 복을 많이 받은 민족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아름다운 땅에서 많은 국민들이 가을의 풍요와 아름다운 단풍을 즐기는데도, 한편에서는 순간의 감정을 참지 못해 자신과 가족, 이웃에게 상처를 입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 안타까움을 줍니다.
이름만 대면 누구든 알만한 유명한 사람들이 경제적 어려움과 심리적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죽음을 택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가 하면, 자신이 “세상에서 버림받았다”는 불안감·고독감 때문에 고시원 등에 불을 질러 자신과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는 불특정 다수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일도 일어났습니다.

몇 해 전에도 정재계의 유명 인사와 전직 대법원장까지 자살하는 일이 이어져 사회에 충격을 준 일이 있었습니다만, 아마 이들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 ‘극단적 외로움’을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을 저지르지 않았을까 합니다.

사회적으로 유명하고, 경제적으로 많은 재산을 소유하고, 정치적으로 높은 지위를 차지하며 권세를 누리고 있을지라도 자기 자신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살아왔을 때 문득 찾아오는 ‘고독감’과 ‘박탈감’을 이겨내기 어려울 것이고, 사람들이 보내오는 욕설과 손가락질을 견뎌내기 힘들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진정한 보살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여섯 가지 실천 덕목인 육바라밀 중에서 세 번째로 인욕(忍辱)을 강조하셨습니다만, 오늘날처럼 우리 모두에게 인욕이 절실하게 필요한 적도 드물었을 것이라 여깁니다.

오늘은 《대지도론(大智度論)》등에서 제시하는 가르침에 따라 현대인들이 어떻게 인욕을 실천해야 할지 함께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자신을 존경하는 중생에게 애착하지 않아야 한다고 합니다. 혹 자신이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다면 “이것은 봄에 심은 것을 가을에 거둔 것처럼 내가 이전에 부지런히 지어서 스스로 얻은 것일 뿐이다. 이에 대해 어찌 ‘내 힘으로 얻었다’며 교만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며, 교만해지려는 자신의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다.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과 같은 사람들이 누려왔거나 현재 누리고 있는 대중적 인기도 이와 같은 것임을 잘 알아야 할 것입니다.

둘째, 언제 어디서든 자신에게 성을 내고 폭력을 가하거나 비난·비방하는 사람에 대항하여 화를 내지 않고 모두 참고 견디며 용서해야 합니다. ‘자타카(前生談)’에 전해지는 대로 부처님께서는 숱한 전생을 거치며 이루 말할 수 없는 모욕·비방·신체 훼손 등을 모두 참고 견뎌내셨습니다.

예전과는 달리 요즈음은 인터넷 등을 통해 욕설과 헛소문 등이 불특정 다수에게서 마구 쏟아져 들어오기도 합니다. 유명인사와 관련된 것일 경우 이것이 특히 오래 지속되며 눈덩이처럼 불어나 당사자에게 큰 상처를 입히게 됩니다.

그러나 세상에 이름이 많이 알려진 사람들은 “그래, 내가 대중들에게서 남들보다 더 많은 박수를 받고 명예를 얻었고 또 돈도 벌었으니 이런 일을 겪는 것이지, 사람들이 특별히 나를 미워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하며 참고 넘겨야 하지만,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해서 가족과 이웃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되는 것입니다.

셋째, 더위·추위, 갈증과 배고픔 등과 같은 자기 밖의 조건을 잘 참고 이겨내야 합니다. 예전에는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습니다. 바깥세상의 자연 현상을 이렇게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으므로 과도한 냉난방을 가동하는 일이 없었고 따라서 기관지 질병이나 냉방병 등과 같은 것을 겪지도 않았습니다. “내 몸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먹을 수 있으면 된다”고 여기며 과음과 과식을 하지 않으므로 비만이나 그에 따르는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요즈음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더위와 추위 그리고 배고픔과 갈증을 견뎌내지 못하고, 마음 내키는 대로 하니 우리 모두 ‘겪지 않아도 될 질병’을 안고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어려움을 참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불자 여러분!
요즈음 경제 상황 등이 좋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인욕’을 최고의 수행 덕목으로 삼아 모든 어려움을 참고 견뎌내고 좋은 결과 얻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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