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범불교도대회가 서울 대회(8월27일) 이후 두 달여 만인 11월1일 대구 두류공원 야외음악당에서 열렸다. 사실상 회향법회로 볼 수 있는 이날 대회는 3만여 사부대중이 운집해 불교계의 세(勢)를 과시했다는 자평에도 불구하고, 세간으로부터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8.27 대회 당시 불교계가 내세운 요구조건 중 제대로 이뤄진 게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범불교도대회가 사실상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나름의 사정은 있었다. 서울 대회 후 대구 대회까지 간격이 너무 길었고, 이 와중에 미국 발 경제 한파가 몰아치면서 국민들의 정서도 점차 불교계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결국 대구 대회에는 조계종 지관 총무원장을 비롯해 대표적인 종단의 지도자들이 모두 불참하기에 이르렀다.

불교계는 세 과시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고, 서울 대회를 앞두고 ‘헌법파괴 종교편향 종식 범불교대책위’ 대변인을 맡고 있던 조계종 기획실장이 사표를 냈고, 대회 후에는 집행위원장이 사표를 냈다가 반려돼 추진력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이번 대회를 통해 종단의 이익을 정부에 관철시키거나 그린벨트 해제 등을 통한 사찰의 이해관계를 해결하려는 부도덕한 움직임도 일각에서 보였다는 점이다.

종교편향 종식을 염원하는 이천만 불자들의 절절한 원력이 달콤한 사탕 몇 개에 더럽혀져서는 안 된다. 이를 얻으려고 수십만 불자들이 울부짖었던 건 아니다. 종교편향 근절이란 목표를 진정 이뤄내고자 한다면 황금덩어리의 유혹도 과감히 떨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떨치지 못할 경우 향후 종교편향이 일어나도 불교지도층에 실망한 불심은 더 이상 뭉쳐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대구 대회 직후 광주·전남과 포항 지역에서 자체 범불교도대회를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이젠 힘을 비축할 때다. 현 정부는 아직 임기 1년도 채우지 않았다. 4년이 넘는 임기 동안 얼마나 많은 종교편향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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