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간힘을 쓰며 줄다리기를 하는 노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단양복지관 ‘제2회 추억으로 떠나는 운동회’

풍물패의 길놀이 공연이 벌어지는 사이 노인들이 삼삼오오 단양공설운동장에 들어선다. 사회자의 지시에 따라 운동장에 노인들이 정렬해 앉자 총무원장 정산 스님이 “오늘 즐겁고 씩씩하게 생활해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길 기원한다”는 내용의 축사를 전한다.

10월 14일 오전 10시, 단양노인장애인복지관이 노인의 날을 기념해 주최한 운동회에는 단양읍·적성면·영춘면·가곡면·어상천면·단성면·대강면·매포읍 등 8개 지역에서 노인 1천여 명이 참석했다. 관장 해두 스님이 ‘제2회 추억으로 떠나는 운동회’ 개회를 선언하자 대표 두 명이 앞으로 나아가 공정한 경기를 다짐하는 선수선서를 했고, 군 장병들과 복지관 회원들이 댄스·노래 공연 등을 펼쳐 먼저 분위기를 돋웠다.

공연으로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르자 사회자가 운동회 시작을 알린다. 성인 몸집보다 큰 공을 빨리 옮기는 게임인 ‘팀 파워 릴레이’에 이어 ‘돼지몰이’가 시작됐다.

막대기로 돼지저금통을 쳐서 반환점을 먼저 도는 팀이 이기는 경기지만 고조된 분위기 탓인지 도구를 이용하는 노인을 찾아보긴 힘들다. 참가 노인 대부분이 저금통을 발로 뻥뻥 차는 게 마치 축구 경기를 보는 듯하다. 본 규칙대로 게임이 진행되지 않았지만 집중하는 노인들의 사뭇 진지해진 모습에 심판들은 보고서도 못 본 체 넘어갔다.

두 게임을 치르자 너나할 것 없이 배꼽시계가 울린 모양. 점심식사를 마친 후 운동회는 다시 속행된다.

어릴 적 추억을 곱씹을 수 있는 ‘고무신 날리기’, ‘장대 바구니 담기’, ‘응원전’, ‘노래자랑’ 등 다양한 경기가 진행됐는데 이 중에서도 백미는 단연 ‘줄다리기’. 가장 높은 점수가 걸린 만큼 안간힘을 쓰며 줄을 당기는 노인들은 오만상을 짓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뜨거운 태양 볕 아래 힘들 법도 하건만 승부에 대한 열정만큼은 젊은이 못지않은 듯 열심이다.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된 줄다리기 결승 진출 팀은 영춘면과 어상천면. 삼판이선승제로 펼쳐졌는데 치열한 접전 끝에 영춘면이 승리했다.

하지만 고루 잘한 팀이 유리했던지 매포읍이 종합우승, 가장 큰 점수가 걸린 줄다리기에서 승리한 단성면은 준우승, 어상천면은 종합 3위, 단양읍은 4위에 상응하는 응원상을 차지했다. 나머지 4팀에게는 단합상이 돌아갔다. 매포읍 주민인 장영자(64) 씨는 “우리팀이 우승해 더욱 즐거운 경기였고, 특히 줄다리기와 응원전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승팀만 기뻐했던 건 아니었다. 이날 하루 맘껏 뛰며 복지관 직원, 군 장병들과 함께 어울린 게 흥에 겨웠던지 집으로 돌아가는 노인들의 얼굴은 모두 파란 하늘처럼 활짝 개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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