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종교편향으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던 불교계의 분노가 11월 1일로 예정된 대구 범불교도 대회를 끝으로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발 경제한파로 국내 경제가 깊은 수렁에 빠진 상황을 감안한 불교계가 더 이상 현 정부의 발목을 잡지 않겠다며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를 한 셈이다.

지난 11일 수경 스님과 문규현 신부의 오체투지 순례 38일째를 맞아 전주에서 열린 미사에서 수덕사 수좌 설정 스님은 “종교편향은 가장 편협하고 모자란 사람들의 행태”라고 꼬집으면서 “사람을 평등하게 대하지 않는 것은 삶의 평화를 깨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현 정부는 더 이상 불자들의 평화로운 삶을 깨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

최근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인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14일자 신문에 ‘한국에서 종교평화 위협받다’란 제하의 기사를 다뤘다. 기사는 국토해양부 대중교통정보이용시스템 ‘알고가’의 사찰정보 누락 사건을 비롯해 장경동 목사의 불교비하 발언 등을 언급하면서 유래를 찾기 힘든 다종교사회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평화를 유지해온 한국 사회가 종교 갈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요 외신에 ‘이명박 정부의 친 기독교 행보에 대한 불교계의 분노 폭발’이란 내용의 기사가 게재돼 한국 정부와 한국 불교계가 한꺼번에 망신을 톡톡히 당한 꼴이다.

정부가 출범한 지 어느덧 10달이 흘렀다. 10달의 세월이 몇 십 년처럼 느껴지는 것은 정부나 불교계 모두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종교 편향과 종교 갈등이 일어나선 안 된다. 꽁꽁 얼어붙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소모적인 종교 갈등은 막아야 한다. 불교, 기독교는 물론 모든 종교는 자비와 사랑과 봉사를 가르친다.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낮은 곳에서 웅크리고 있는 어려운 이웃에 손을 내미는 자비와 사랑의 실천이야말로 오늘날 종교계가 담당해야 할 몫이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