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믿어도 될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함부로 믿었다가는 본인의 손해뿐만 아니라 가족과 국가에 크게 해를 끼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니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사리를 분별할 줄 알아야 나와 이웃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옛날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날품을 팔아서 간신히 먹고 사는 가난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자기 몸을 가릴 옷을 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입에 풀칠을 하는 것조차 힘들었습니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남의 집 일을 해주고 그 대가로 거친 베옷 한 벌을 얻어 입게 되었습니다.

그가 새로 얻어 입은 베옷을 입고 거리에 나서자 어떤 사람이 그에게 “그대는 부잣집 아들 같은데 어째서 그런 거친 베옷을 입고 있나요?”하고 물었습니다.

“가난해서 좋은 옷을 입을 형편이 못 됩니다.”

“참으로 안 됐구려. 마침 내게 좋은 생각이 있으니 들어보시오. 내 말대로 하면 그대도 좋은 옷을 입을 수 있을 것이오.”

이 불쌍한 사나이가 기뻐하면서 ‘좋은 옷을 입을 수 있는 방법’을 물었음은 물론입니다.

“그 거친 베옷을 벗어서 이 불 속에 던지시오. 그러면 좋은 옷이 나올 것이오.”

“그러다가 좋은 옷이 생기지 않으면 어떻게 합니까?”

“저런, 내 말을 믿고 따라 해보시오. 그러면 틀림없이 좋은 옷이 생긴다는데, 왜 그러시오?”

그 사람의 자신만만한 말을 믿은 불쌍한 그 사나이가 베옷을 벗어 불 속에 던졌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좋은 새 옷은 나오지 않았고 거친 옷마저 잃어버린 채 또 다시 추위에 떨게 되었습니다. -《백유경》
그런가 하면 또 이런 옛날이야기도 있습니다.

여우 한 마리가 실수로 우물에 빠졌는데, 그 우물이 너무 깊어서 혼자 힘으로 빠져나올 가망이 없었습니다. 때마침 목이 말라 물을 찾아다니던 염소가 그 우물 안에 있는 여우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염소가 여우에게 “물맛이 좋으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여우가 자신 있게 “물맛이 아주 좋고, 시원하다”고 대답했습니다.

목이 말라 헤매던 염소는 아무 생각 없이 우물 속으로 뛰어 들어가 실컷 물을 마시고 난 뒤에 여우에게 “우물 밖으로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여우가 “걱정 말라. 우리 둘이 힘을 합치면 된다. 네가 먼저 앞발로 우물 벽을 짚고 뿔을 가능한 높이 세워라. 그러면 내가 너를 타고 먼저 올라가서 너를 밖으로 끌어내 주겠다.”

염소는 또 아무 의심 없이 여우가 하자는 대로 했고, 여우는 염소를 이용해 우물 밖으로 쉽게 나왔지만 염소를 꺼내 줄 기미는 보이지 않고 그냥 그곳을 떠나려고 하였습니다.

밖으로 나오고 싶어 안달이 난 염소가 “왜 약속대로 하지 않느냐?”며 여우에게 소리쳤지만 여우는 염소의 어리석음을 책망하며 유유히 그 자리를 떠나갔습니다. -《이솝우화》〈우물에 빠진 여우와 염소〉

《백유경》과 《이솝우화》에 나오는 위 이야기들은 ‘자기 주관이 서지 않고, 남의 말을 맹목적으로 따랐다가 낭패를 겪은 사람들’에게 꼭 맞는 교훈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은 사람들이 깨이지 않았던 옛날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고, 《이솝우화》 같은 이야기 속에만 나오는 일이 아닙니다. ‘정보화 사회’라고 일컫는 오늘날에도 남의 말을 믿고 함부로 행동했다가 낭패를 겪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번에 투자를 하면 은행 이자의 10배, 100배 이익을 낼 수 있다”는 말을 믿고,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맡기고 형제·자매와 친구들까지 끌어들여 그들의 재산까지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종종 언론에 나오곤 합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어느 해 어느 날에 세상에 종말이 온다. 우리 신을 믿는 사람은 그날 구원을 받아 하늘나라로 올라가게 된다. 그때가 되면 현세에 가지고 있는 재산은 아무 소용도 없으니 미리 우리에게 바쳐야 한다”는 꼬임에 빠져 전 재산을 잃고, 가족과 친구들까지 모두 떠나버리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말만 믿고 그가 하라는 대로 했다가 어렵게 얻어 입은 거친 베옷조차 제대로 간직하지 못하고 말았던 《백유경》 속의 가난한 사람이나 여우에게 속아 우물 속에 갇혀 버리고 만 염소나 어리석기 짝이 없지만, 문제는 오늘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에 이들보다 더 어리석게 남의 말을 무턱대고 믿었다가 큰 곤란을 겪는 이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들 중에서도 가장 어리석은 사람은 ‘종말’·‘휴거(携擧)’ 등의 사견(邪見)에 속아 자신과 가족을 모두 망치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물론 남의 말을 모두 불신하는 것도 옳지 않을 것이지만, 불자 여러분들은 ‘믿어야 할 말’과 ‘믿어서는 안 될 말’을 잘 판별할 줄 아는 지혜를 갖추어 위 이야기 속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어리석은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