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단오제ㆍ울산 처용문화제ㆍ논산 별신굿 용왕제 등과 같은 고유 전통 민속이 지역 기독교회의 반발과 중단 요구로 난항을 겪고 있다. 반발 명분은 무속 행위, 또는 특정 종교 활동 지원 행위라는 것이다.

지난 날 진보노선의 기독교회가 교계를 주도할 때는 잠잠했던 일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 출범과 함께 보수 교회가 주류로 부상하면서 새삼 불거지고 있다. 참으로 한심스런 ‘잠꼬대’가 아닐 수 없다.

진보 노선의 교회들은 기독교가 현지 토착문화와 습합하는 ‘토착화(土着化)’나 고유 문화 존중에 상당히 관대하다. 그러나 근본주의적인 보수 교회는 토착문화를 적대시하거나 정복하려 한다. 다양성이 존중되는 현대 문명사회에서는 결코 용납되기 어려운 도그마다.

울산시 교회협의회와 기독교연합회·성시화(聖市化)운동본부 등은 41년 동안 지속돼 온 ‘처용문화제’를 특정 종교 지원행위라며 중단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논산시 기독교 연합회는 10월 9일부터 열리는 젓갈축제의 ‘별신굿 용왕제’ 프로그램 채택이 특정 종교 지원이라며 크게 반발해 채택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많은 미래학자들은 21세기 선진국의 핵심 성장 동력은 ‘문화’에서 나올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래서 문화경제학이 새로운 실용 학문 분야로 급부상하고 있는 현실이다. 문학과 예술은 물론 민속·문헌·의례·신앙 등은 문화경제의 중요한 콘텐츠들이다. 이러한 콘텐츠에 인간관계와 비젼을 함께 담아 사업화하는 게 문화경제다.

종교도 민속과 함께 문화 현상의 하나다. 따라서 교회가 민속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향유하거나 주장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이미 로마 교황청은 1960년대부터 보편교회(로만 가톨릭)속의 특수교회(지역교회)를 인정해 미사의 주기도문을 획일적인 라틴어에서 각국의 언어로 바꾸고 미사 의식도 ‘현지화’를 허용했다.

한국 일부 개신교회의 최근 엉뚱한 ‘보수화’는 무슨 시절인연(時節因緣)인지 정말 답답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벌써 “문화가 돈이고 경제고 경쟁력이다”라고 외치며 ‘문화도시 서울’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문화경제학의 대가인 데이비드 스로스비는 문화경제를 위한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예술가들의 지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먹고 살기 위해서도 민족의 문화와 고유 민속을 콘텐츠로 한 문화산업을 일으켜야 한다. 교회도 극단적으로 말하면 먹고 산 후의 일이다. 항차 이렇거늘 고유 민속을 교조적으로 ‘무속’이라고 몰아붙여 말살시켜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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