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 동안 김밥 장사를 하며 고생하고 자신을 위한 일에는 아끼며 힘들게 모은 돈을 대학이나 자선 단체에 기부했다”는 이들의 미담을 매스컴을 통해서 전해 들으면, 그 화제의 주인공이 마치 우리 옆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러면서 “세상에는 역시 착한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돈 많은 집안의 형제들끼리 재산 다툼을 벌이다 법정 소송까지 가게 되었다”거나 “재산 상속 문제로 다투던 형제 사이에 싸움이 벌어져, 추석 차례를 모시러 모였던 고향 집이 난장판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눈살을 찌푸리며 “정말 몹쓸 세상이 다 되었다!”며 화를 내게 됩니다.

세상에는 열심히 일을 하고 자신을 위해서는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도 정당하게 세금을 납부하고 좋은 일을 하는 현명한 이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과 직계 가족을 위해서는 낭비 호화 생활을 하면서도 탈세를 일삼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에는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갖은 수단을 다 쓰는 이들도 있으며, 자린고비처럼 오로지 아끼기만 하다가 세상을 떠날 무렵에 후회하거나 그렇게 모은 재산을 그냥 두고 가기 억울해서 “나 죽기 싫다”며 울부짖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잡아함경》에는 부처님께서 ‘돈을 올바르게 쓰는 현명한 부자’에 대해 하신 가르침이 있습니다.
어느 날 피로한 모습으로 부처님을 찾아온 코살라의 파세나디 대왕과 부처님 사이에 이런 대화가 오고갔습니다.

“대왕이여, 어디서 오는데 먼지를 뒤집어쓰고 이렇게 피곤해 보입니까?”

“부처님, 이 나라에서 누구라고 하면 모두 알 만한 유명한 부자가 며칠 전 세상을 떠났는데 재산을 상속받을 자손이 하나도 없어, 그 재산을 모두 조사해 국고에 넣는 일을 하느라 이렇게 먼지를 뒤집어쓰고 피로가 쌓이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은 얼마나 대단한 부자였습니까?”

“자기 창고에 엄청난 재산을 쌓아둔 대단한 부자였습니다. 그 재산을 모으느라 평생 좋지 않은 음식을 먹었으며, 남루한 옷을 입고 지냈습니다. 그렇게 해서 큰 재산을 모은 부자가 되었지만, 돈을 모을 줄만 알았지 제대로 쓸 줄 몰랐습니다.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이 찾아오면 그들에게 동냥을 주기 싫어 일부러 대문을 걷어 닫고 식사를 했습니다. 심지어 부모와 아내, 친척에게까지 인색하였고 수행자에게 보시를 하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는 대단한 구두쇠였습니다.”

파세나디 왕의 말을 듣고 난 부처님께서 다음과 같이 ‘현명한 부자’의 길에 대하여 말씀해주셨습니다.

“대왕이여, 그는 결코 훌륭한 부자가 아닙니다. 그는 자신의 재물을 잘 써서 큰 이익을 얻을 줄 모르는 바보입니다. 비유하자면, 어떤 사람 앞에 많은 물이 있는데도 그 사람이 물을 마시지 않으면 갈증으로 고생하다 사라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는 엄청난 재산을 가졌으면서도 복을 짓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바보입니다.

대왕이여, 그러나 재산을 모아 부모를 봉양하고 처자와 친척을 돌보며 가난한 이웃과 친구들에게 베풀어 나누어 줄줄 아는 사람은 현명한 부자라 할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이 사람은 자신이 사는 마을에 연못을 만들고 나무를 심어 사람들이 찾아와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해주는 사람과 같습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칭찬을 받을 것이며, 그 공덕으로 천상에 태어날 것입니다. 돈을 이렇게 좋은 일에 쓰려고 아끼고 모으는 것입니다.”

불자 여러분!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은, 재산을 모으는 방법도 중요하지만 모은 재산을 어떻게 쓰느냐가 ‘현명함’과 ‘어리석음’을 가르는 기준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불자 여러분은 과연 어떤 유형입니까?

부처님께서 가르쳐주신 ‘현명한 부자’의 길을 이제까지 걸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고 자신하실 수 있습니까? 이제까지는 그렇게 하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그 길을 확실하게 걸어가겠다고 약속하실 수 있습니까? 아니면 ‘현명한 부자’로 살아가는 것이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러나 그 길을 가는 것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혹 여러분이 헐벗고 굶주리는 이웃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 - 비심(悲心)을 내어 작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다면, 액수의 많고 적음과 관계없이 복지시설 등에 정기적으로 보시를 한다면, 국가에 내야 할 정당한 세금을 탈루하지 않고, 훌륭하게 살아가는 수행자를 위해 보시를 한다면, 여러분이 지금 가지고 있는 재산의 규모가 크든 작든 여러분은 ‘현명한 부자’입니다. 특히 그 마음이 부자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마음을 비워서 깨끗하고 겸손한 사람’이 바로 ‘마음이 부자’인 사람입니다. 여러분, 부디 여러분의 마음을 맑디맑은 가을하늘처럼 깨끗하게 하여, ‘정당하게 모은 깨끗한 돈을 올바르게 쓰는 현명한 부자’가 되시기 바랍니다.

불자 여러분, 부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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