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확산’ 서로 부담…대승적인 합의 필요

현 정부 출범 후 잇달아 발생한 공직자들의 종교차별을 규탄하는 ‘헌법파괴 종교차별 이명박정부 규탄 범불교도대회’가 8월 27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20만 불자가 참석한 가운데 성공적으로 봉행됨에 따라 향후 불교계와 정부의 갈등 국면이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성공적 평가

범불교도대회 봉행위원회는 일단 대회가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세간의 우려와 달리 승려 1만 명을 포함 20만 명의 불자들이 서울광장에 운집해 세를 과시했기 때문이다. 또 촛불시위 등 시국관련 단체의 참여도 없었고, 행사도 평화적으로 끝마치는 등 아무런 불상사가 없었던 점도 이런 평가의 근거다. 특히 20만 불자의 동참에는 천태종 신도 2만여 명 등 조계종 이외 종단의 적극적인 참여가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대회는 정부에서 정치인과 경찰을 동원해 조계종 교구본사와 지방 사찰을 방문해 불심을 달래는 등 교묘한 ‘물타기’를 전개했음에도 불구하고 20만 불자를 결집시켰다는 점에서 의의가 더욱 크다. 일각에서는 범불교도대회 당일 터져 나온 ‘여간첩 사건’도 여론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물타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갈등 국면 기로

불교계와 정부 간에 갈등은 장기화와 해결 가능성의 기로에 서게 됐다. 불교계는 대회에 앞서 정부에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어청수 경찰청장 파면 등 관련자 처벌 △공직자의 종교차별 근절을 위한 입법 △촛불시위 수배자 해제 및 구속자 석방 등을 요구했다. 이에 정부는 26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통해 사과를 표명하면서 종교차별 근절 위한 입법 등을 약속했지만 나머지 사안에 대해서는 형식적인 답변에 그쳤다.

불교계는 당연히 ‘미흡하다’는 반응을 보인데 반해 정부 측은 ‘할 만큼 했다’며 입장차를 드러내고 있다. 범불교도대회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갈등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부가 정국 안정을 원하고 있고, 불교계 역시 갈등의 장기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외로 쉽게 접점을 좁힐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당근’ 주의요망

갈등의 해결을 위해서는 양측의 물밑 접촉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번 대회가 27개 종단이 참여한 범불교도대회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일부만의 의견으로 독단적인 합의를 도출할 경우 자칫 불교계 내부의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불교계 일각에서는 대회 하루 전 청와대 관계자와 조계종 일부 인사 간의 접촉설이 나돈 바 있다. 자칫 봉행위원회의 내부 갈등을 유발시킬 수 있는 단초가 될 수도 있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접촉과 합의가 모든 불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도출돼야 하는 이유다.

불교계 한 내부 인사는 “과거에 비쳐볼 때 정부는 불심이 돌아섰을 때마다 종단이나 본사별 고충을 해결해주는 ‘당근정책’을 펴왔다”면서 “불교 역사상 초유의 불교도대회가 이런 전철을 밟아 흐지부지 결말을 맺을 경우 모처럼 보여준 불교계의 단결된 힘이 흩어져 버릴 것”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사과 시기가 너무 늦었던 이유를 불교계는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게다가 내용까지 부실했다. 이번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하려면 이제라도 정부의 발 빠르고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성난 불심을 다독거리기 위해 정부가 어떤 묘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아래는 종교편향 일지.

 


 

종교편향 발단부터 범불교도대회 개최까지

 2004년   5월  이명박 서울시장 “서울시 봉헌”
 2005년 10월  이명박 시장 “청계천, 하나님 역사”
 2006년   6월  “사찰이 무너져라” 기도회에 영상축사
 2007년 12월  대선후보 중 이 대통령만 ‘종교중립’ 서약 안함
 2008년   3월 10일 정장식 전 포항시장,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임명
              3월 16일 이명박 대통령, 김진홍 목사 초청 청와대 예배
              3월 20일 청와대 정무직 종교조사
              4월 15일 교과부 ‘종교교육 교육과정 지도철저’ 폐지
             5월 1일 청와대 경호차장 “모든 정부부처 복음화”
             5월 4일 강의석 ‘학내 종교자유’ 고등법원 패소
             5월 12일 모 부대 부처님오신날 비상소집훈련
            6월 5일 추부길 비서관, 쇠고기 촛불 ‘사탄’ 비하
            6월 20일 국토해양부 ‘알고가’ 사찰 정보 누락
            6월 23일 어청수 경찰청장 ‘경찰복음화’ 홍보
            6월 23일 경기여고, 불교제중원 표석 훼손
            6월 25일 송파구청 ‘멘토링’ 개신교 대학생만 선발
            6월 26일 정부 종교편향 감시 위한 ‘불교연석회의’ 구성
            7월 1일 경주초등학교 교사, 학생들 종교 강요
            7월 2일 국무총리 지관 스님 예방 시도, 조계종 거부
            7월 4일 불교계 시국법회 개최
            7월 4일 국무총리 특별지시 전 정부부처 하달
            7월 7일 정종환 국토부 장관 사과문 게재
            7월 15일 불교연석회의, 총리실에 건의문 전달
            7월 22일 한승수 총리, 지관 스님 예방…종교편향 재발 방지 약속
            7월 24일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회의 대정부 성명 채택
            7월 29일 지관 스님 탑승 차량 검문·검색
            7월 30일 서울시교육감 선거 371개 교회투표소 운영(지관 스님도 교회서 투표)
            7월 30일 한나라당 조문환 의원 종교편향금지법 제출
            8월 4일 1차 범불교대표자회의 소집
            8월 7일 교육과학기술부 교육정보시스템서 사찰 정보 누락
            8월 8일 국토해양부 국가지리정보망 종교시설 우선순위 차별
            8월 8일 서울시 GIS 교회 아이콘만 제공
            8월 11일 2차 범불교대표자회의, 범불교도대회 개최 결의
            8월 13일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범불교도대회 주최 결정
            8월 14일 서울시, 건국60주년 음악회서 ‘찬송가’ 선곡(KBS 녹화방송 중 가사 자막처리)
            8월 14일 통합민주당 강창일 의원 종교차별금지법 제출(처벌 조항 포함)
            8월 25일 이 대통령 비서관 회의에서 종교차별 주의
            8월 26일 유인촌 문광부 장관, 불교계 사과 및 요구안 입장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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