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은 대단히 화려하고 장대한 스포츠의 제전이었습니다. 세계 204개국의 사람들이 모여 지구상의 대단한 축제를 벌인 것입니다. 각종 스포츠 경기를 통해 세계의 다양한 인종과 국가가 한자리에 모여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며 한바탕 놀음판을 연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때문에 이 축제에는 세상의 모든 인류를 대표하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를 이해하고 화합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가장 큰 의미로 다가 옵니다.

물론 올림픽은 스포츠 경기로 승패를 결정해야하기 때문에 체력과 기술과 지혜의 대결장이기도 합니다. 경기이며 대결이기 때문에 더욱 높이, 더욱 빨리, 더욱 정확한 기능을 가진 사람이 이기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늘 실력이 있는 사람이나 제일 우수한 팀이 반드시 우승하는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그때 그때 어떤 우연한 일이 승패를 가름하는 일도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스포츠 선수들은 징크스가 많고 미신도 많다고 합니다. 우연의 작용으로 자기가 본래 가지고 있는 기술과 능력을 다 발휘하지 못하고, 재수 없이 실격하고, 실수를 저지르며 패배하는 것을 걱정하고, 이를 막으려고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운동 선수들이 과학적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미신적인 신념에서 방비를 하고 부적을 달며 여기에 마음을 의존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자연 많은 운동선수들은 종교를 갖고 독실한 신앙생활을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미신적이고 비과학적인 터무니없는 징크스를 맹신 혹신 광신하는 것보다는 이것이 훨씬 바른 선택이라 할 것입니다.

때문에 운동경기 중에 종교를 가진 운동선수들이 기도행위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다잡고자 노력을 하는 경우도 자주 보게 됩니다. 이슬람교도가 경기에 앞서 알라신을 향해 꿇어앉아 땅에 머리를 박고 절을 올리며 기도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고, 가톨릭 신자인 운동선수가 경기 전에 가슴에 성호를 그으며 기도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개신교 신도인 운동선수가 경기를 치루고 승리하거나 성과를 올리면 두 손을 모으고 꿇어앉아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럴 경우 개신교 신도가 아닌 대다수 관중이나 시청자들은 상당한 이질감을 느끼곤 합니다. 승리 혹은 득점이라는 결과를 얻었을 때 이것을 자신의 능력으로 얻은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이 믿는 절대자나 교주에 대한 선수의 감사태도에 동감보다는, 자기가 믿는 특정한 종교를 구태여 만천하 대중에 들어내는 데 대한 역겨움이 더 부각되는 때문입니다. 이는 평소에 개신교도들이 다른 종교에 대해 편견적인 태도를 보인데 대해 속으로 반감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이럴 때 새삼 개신교 신앙에 즉각적인 반감으로 대응하는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런 공개 기도행위를 하는 선수들이 막상 득점을 못하거나 패배하였을 때는 그런 기도나 감사표시를 하지 않는 것도 약간은 어색합니다. 자신의 예배대상에게 꼭 득점이나 승리 같은 성취의 보상을 얻었을 경우에만 감사를 표하고 예배를 하는 것은 너무 이기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 점에선 성과의 여하 간에 경기가 있기 전이건 나중에 예배와 기도를 하고, 공개적인 예경은 피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런데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불자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다른 종교인들에게 그런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이는 관중이 보는 앞인 경기장에서 부처님을 내세우거나 불자라는 점을 고의로 드러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불자선수들은 평소에 부처님께 기도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며 그 가피력을 기원할지언정 운동장에서는 새삼스럽게 부처님을 드러내거나 불자임을 광고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우리 선수단에는 많은 불자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금메달을 딴 남자 양궁 단체전에 참가한 선수들은 세 명이 전부 불자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경기에 나설 때 자신이 불자라는 점을 광고하거나 승리한 후에 부처님에게 감사의 기도를 현장에서 드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분명 훈련할 때 마음을 집중하기 위해 자주 선정을 닦았을 것입니다. 또 부처님의 가피를 입기 위해 절에 가서 수없이 기도와 참배를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경기 당일 운동장에서 결코 자신이 불자임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부처님에게 유난한 기도를 하는 티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때문에 이들은 마음 깊이 국민들의 호응을 얻었고 승리에 대한 흔쾌한 축하를 받았습니다. 바로 이런 점이 불자들의 힘이고 지혜가 아닌가 싶습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나라의 명예를 드높인 불자선수들에게 축하를 보내며 동시에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한 다른 선수들에게도 계속 행운과 영광이 함께하기를 부처님께 기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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