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와 불교계의 갈등이 8월 27일 마침내 ‘범불교도대회’를 통해 폭발했다. 터져야 할 것이 터지고 만 사필귀정(事必歸正)이었다. 이제 불교계와 정부 다 같이 내면에 침잠해 대회의 참뜻을 회광반조(回光返照)하여 정치와 종교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깨달음을 체득해야 한다.

먼저 대회의 배경을 반조해 보자. 첫째는 정치와 종교의 잘못된 종교사회학적 ‘혼숙(混宿)’ 인연이 곪아 터진 것이다. 정부와 불교의 갈등은 정치권이 종교계를 ‘표밭’으로 보고 각종 선거에서 발에 불이 날 정도로 드나들며 받들자 종교계도 이를 적절히 이용해 온 오랜 관행의 비극적 결말이다. 이 같은 정치와 종교의 혼숙에는 여·야의 구분이 없었다. 특히 독재·군사정권 시절에는 정치적 정통성 확보나 체제 유지를 위한 집회 등에 ‘호국’의 명분으로 상호 협력하기도 했다.

결과는 정치권의 입장에서 보면 ‘독안룡(獨眼龍)’을 키운 격이 됐고 종교계로서는 나름의 목소리와 정의감을 표출할 만한 ‘성장’의 과실을 챙겼다. 여기에 시대 발전에 따른 종교계 의식 수준의 향상은 정권의 지원이라는 ‘당근’만으론 충분할 수 없는 정법(正法)을 요구했다. 여기가 바로 갈등의 출발점이었다.

MB 신앙심 향한 ‘과잉 충성’ 발단

둘째는 역사적인 불교 억압과 법난·훼불 등으로 인해 쌓여온 회한의 폭발이다. 최근의 불교계는 ‘한 번 ○을 해야 한다’는 분심(憤心)이 탱천해 있었다. ○은 ‘반정부·정권에 대한 저항’일 수도, 기독교(개신교)와의 정면 대결일 수도 있었다.

멀리는 승려의 ‘도성 출입’을 금했던 조선조의 억불로부터 가까이는 1980년의 10·27법난과 개신교 일부의 광신적인 훼불 사건 등에서 불교는 늘 수세적이고 방어적일 뿐이었다. 그때는 불교의 ‘힘’이 약했기 때문이었다. 저 무의식 심층에 자리한 불교계 회한이 불씨를 지펴 타오르고 있는 중에 이명박 정부의 종교 편향이 그만 기름을 붓고 말았다.

이 대통령의 소망교회를 지칭하는 ‘고소영’ 내각 인사와 대통령의 신앙심을 향해 ‘과잉충성’을 하는 공직자들의 불교 차별 사례가 줄을 이었다. 이것이 바로 쇠고기 촛불집회로 얕보이기 시작한 MB정부의 종교 편향을 규탄하는 직접적인 도화선이 되었던 것이다.

셋째는 불교계의 사회, 정치적 의식이 놀라울 정도로 당당해졌다는 사실이다. 지난 날에는 정부의 종무관이나 경찰서장만 나타나도 벌벌 기던 승려들이 이제는 장관·청와대 수석조차 부장급 승려들 앞에서 절절 매는 지경이 됐다. 조계종 총무원장은 최근 총리의 방문도 문전박대하고 거절했다.

이는 진보 이념이나 사회정의에 대한 상식을 익히고 20~30대에서 사미로 출가한 승려들이 승단의 주도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데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다. 정치권은 불교의 성숙과 의식화를 있는 그대로의 ‘현성공안(現成公案)’으로 받아들여 참구해야 한다.

불교·정부‘윈윈’ 지혜 모아야

정부와 불교계 다 같이 이 ‘현성공안’을 오묘한 지혜로 투과하여 돈오(頓悟)의 강을 건너자. 무엇보다도 현재의 정부와 불교계 간 갈등이 불교 대 기독교의 대결이나 종교전쟁으로 발전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다종교 국가이면서도 불탄일과 성탄절에 서로를 축하하고 교차 방문하여 설법, 설교, 강론하는 종교간 평화는 한국사회의 소중한 ‘자산’이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가치다. 이념적 체제 간의 대립이 엄존하는 남·북 대결의 현장이기 때문에 이 점 특히 유의해야 한다. 이런 예민한 시점에 지난 8월 11일 개그맨보다 더 웃긴다는 개신교 스타 설교가인 장경동 목사가 큰 성회에서 “스님들 쓸데없는 짓 말고 빨리 예수 믿어야 한다”느니 “불교가 들어간 나라는 다 못산다”느니 하는 상투적인 저질의 설교를 했다는 것은 참으로 딱한 일이다.

다음은 정부와 불교 간 갈등을 이용한 정치권이나 운동권의 이념 장사가 끼어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불교계도 MB정권의 중요 기반이면서 불교세가 겹쳐있는 영남권부터의 ‘지역 범불교도대회’ 추진을 심사숙고해야 한다. 정치적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술책’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청와대 수석회의 지시와 문광부 장관의 기자회견을 통한 지난 달 25일과 26일의 불교계에 대한 정부 측 화답은 속 시원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내용면에서 사실상 불교계의 요구에 대한 ‘백기 투항’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불교계도 잠시 내면으로 돌아가 자성(自性)을 관조하면서 정부의 실천의지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문제는 앞의 ‘현성공안’을 타파해 불교와 정부 모두가 윈윈하는 지혜를 보이고 나라의 앞날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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