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4일 제29회 베이징올림픽이 웅장하고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개최국인 중국은 올림픽을 통해 강대국으로 부상한 자신의 위상을 유감없이 세계에 과시하였다. 경기에서도 중국은 총 메달 수(100개)에서는 미국(110개)에 뒤졌으나 금메달에서 51개를 얻어 36개를 얻은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였다. 한국 역시 13개의 금메달(총 메달 수 31)로 7위를 차지하여 한국의 저력과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과시하였다.

베이징올림픽의 주제는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이었다. 우호와 협력, 그리고 행복한 삶을 원하는 인류공통의 꿈을 향한 중국의 염원을 담았다고 한다. 개막식과 폐막식에서 중국은 55개 소수 민족을 여러 가지로 출연시켜 중국 스스로가 하나 된 ‘통일적 다민족 국가’임을 세계에 보여주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일사 분란한 대회조직과 철통같은 보안으로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세계가 통제와 강압에 의한 하나라는 사실 또한 드러냈다.

준비기간 동안 티베트 문제로 인한 세계 각국에서의 반중(反中) 여론과 성화 봉송 방해가 있었다. 대회기간 중에는 당국의 철통같은 방비 속에서도 간헐적인 소수민족의 폭탄 테러 공세로 중국은 곤욕을 치렀다. 또한 대회를 통해 과시된 중국의 위상과 표출된 중국인들의 민족주의는 중국에 대한 경계심과 위협감을 강화시켰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이라는 주제는 어찌 보면 중화사상의 또 다른 표현이다. 중국인들은 예로부터 한족(漢族)이 지배하는 중국 중심의 하나의 세계를 추구하였다. 고대에도 고구려, 거란, 티베트(吐蕃)와 같이 대등한 국력을 가진 나라와도 조약을 체결할 때는 명목상으로라도 자기들이 천하의 중심임을 명시하는데 힘을 기울였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되면서 중국은 독립국이었던 티베트를 군사적으로 병탄하고 몽골에서 내몽골 지역을 떼어내어 중국의 일부로 편입시키는 등 강제적 통일을 추구했다.

올림픽 통해 과시·표출된
‘중화일통’ 민족주의
‘不二’사상으로 일깨워야

한족(漢族)을 중심으로 하여 티베트족, 위구르족, 조선족, 몽골족 등 55개 소수민족을 포함하고 있는 중국은 1980년대 이후 중국이 ‘통일적 다민족국가’라는 논리를 확립하였다. 중국 내의 모든 소수민족은 현재 중국으로 통일되어 있으니 그들의 역사 또한 중국의 역사라는 이론이 여기서 나왔다. 그래서 서북공정으로 이미 티베트의 역사를 중국역사로 편입하였고 이제 동북공정을 통해 고구려 역사를 비롯한 한국의 고대사 역시 중국역사로의 편입을 진행 중이다.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이라는 주제는 어찌 보면 나무랄 수 없는 인류의 이상 같지만 거기에는 전체주의의 위험한 함정이 있다. 세계가 하나가 되어 모든 사람이 하나의 꿈만을 꾼다면 얼마나 무서운 일이 될 것인가? 불교는 일찍부터 획일주의의 위험성을 경계하였다. 그래서 하나라 하지 않고 ‘둘이 아니다’(不二)라고 말한다. 다양한 쟁론의 화쟁을 통해 일심으로 돌아갈 것을 설파하여 민족통일의 사상적 기초를 확립한 원효도 일심을 강조하기 보다는 반드시 이문일심(二門一心)을 말하였다. 성스러움과 속됨, 오염된 마음과 깨끗한 마음 사이의 소통으로 일심이 회복되는 것을 이상으로 삼았던 것이다.

향후 아시아의 세계는 어쩌면 ‘하나의 세계’를 꿈꾸는 중국의 ‘통일적 다민족국가’의 세계관과 다양성 속에 소통을 중시하는 불교적 세계관 사이의 경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두 세계관 사이의 경쟁은 아마도 올림픽 보다 훨씬 치열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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