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종  도정 종의회 의장

새 정권이 들어선지 몇 달 되지도 않아서 불거지기 시작한 이른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와 그에 이은 촛불 시위로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양쪽이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밀고, 밀리는 ‘말싸움’과 ‘몸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정부와 그 반대편의 싸움이 아니라 ‘진보와 보수’·‘친미와 반미’·‘기독교와 비(非) 기독교’로 갈라져 싸움을 펼치면서, 전 국민에게 “그대는 어느 쪽이오? 선택을 하시오”라며 몰아 부치는 분위기입니다.
사태가 여기까지 온 데에는 이 정권을 탄생시킨 국민들도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고, “나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며 ‘오불관언(吾不關焉)’하고 있었던 냉소주의자들 또한 결코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나라 정치를 이끌어가고 있는 대통령과 집권 세력의 책임이 그 누구보다도 클 것입니다.

우리 속담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하였습니다. 대통령과 측근이 도덕적으로 맑고, 국민 대중을 위하는 마음이 확실하며, 역사의식이 뚜렷하고, 국내외 정세를 냉철하게 파악하고 이를 헤쳐 나가는 업무 능력이 뛰어나다면, 나라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제 아무리 거세다 하여도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과거 역사에서 만나게 되는 성군(聖君)과 제갈공명(諸葛孔明)과 같은 훌륭한 재상(宰相)들은 어려운 환경을 슬기롭게 헤쳐 나간 사람들이지, 결코 순탄한 길을 편안히 걸어갔던 인물이 아닙니다.

국가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크게 보아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도 이에 대한 가르침을 전해주신 적이 있는데, 한 번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만일 임금[대통령]으로서 정치와 교화를 바른 도리로 행하지 않으면 그때는 대신[장관]들도 법이 아닌 일을 행할 것이요, 대신[장관]들이 법이 아닌 일을 행하게 되면 그 때는 왕세자[집권당 인사들]도 법이 아닌 일을 행할 것이오. 왕세자[집권당 인사들]가 이미 법이 아닌 일을 행하게 되면 그 때는 신하[국장]들과 관리[과장 이하 관료]들도 법이 아닌 일을 행하게 될 것이오. 신하[국장]들과 관리[과장 이하 공무원]들도 법이 아닌 일을 행하게 되면 백성[국민]들도 법이 아닌 일을 행하게 될 것이오. …

만일 임금[대통령]이 법으로 바르게 다스리면 그 때는 대신·신하[장관과 국장]들도 바른 법을 행할 것이오. … 관리[공무원]들이 이미 바른 법을 행하면 백성[국민]들도 바른 법을 행할 것이오.”
 -《증일아함경》-

그렇습니다. 가장 위쪽에 있는 사람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그래야 모두가 그 모범을 따르게 됩니다. 반대로 맨 위쪽에서부터 문제가 생겨난다면, 온 나라에 문제가 넘쳐나게 될 것이 뻔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이 점에서 결코 희망적이지 못한 상황에 처해 있는 듯하여, 안타깝습니다.

몇 달째 이어지고 있는 시위, 이 문제의 근원을 살펴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대통령 및 정부와 집권 세력, 상황을 아전인수식으로만 해석하여 즐기고 있는 야당 등 국정에 책임이 있는 모든 이들이 귀 기울여 듣고 곰곰 생각하여 각자 “내가 할 일은 무엇인가?” 찾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또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말’을 아끼라는 것입니다. 사람의 지위가 높아지고 권력이 커진다는 것은 그만큼 ‘말을 아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지위가 조금만 올라가고 자그마한 권력만 생겨도 말을 함부로 그리고 너무 쉽게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법원주림》이라는 옛 책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유마경》에서 ‘얼마 안 되는 간절한 말로 곧 계율에 들어갈 수 있다’ 하였고, 또 《서전(書傳)》에서는 ‘남의 충고를 듣되 물이 흐르는 듯 빨라 하라’ 하였으니, 이런 말은 기록할 만한 것이다. 성질이 이지러진 사람은 믿지 않고 사나운 말[馬]은 길들이기 어렵다. 가슴을 어루만지며 많이 부끄러워하여 항상 스스로 경계하라. … 입을 병마개처럼 막으라.”

우리는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지도자들이 입을 너무 가볍게 하여 본인의 지지도도 떨어지고 나라를 어려움에 처하게 했던 사례를 숱하게 많이 보아왔습니다.

아마 최근의 사태 또한 그 ‘말’ 때문에 더욱 확대되고 길어졌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모름지기 국가 지도자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앞으로 입과 말을 더욱 신중하게 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화합을 이끌어내게 되므로, 본인과 나라를 위해 모두 좋은 일입니다.

거듭 당부합니다. 말은 입 밖으로 나가면 마치 화살과 같아서 주워 담을 수가 없으므로, 함부로 내보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동서양과 고금(古今)을 막론하고 성인과 현자들이 한결같이 지적해온 것입니다.
불자 여러분들도, 가정 내에서 회사와 학교에서 모두 입과 말을 신중히 하여 화합에 앞장서고 지도자들에게 “말을 아끼라”고 주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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