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자생식물원은 6월에는 꽃창포와 분홍바늘꽃이, 8월 초에는 벌개미취가 절정을 이룬다. 생태식물원 내 산수국 군락지에서 한 관람객이 꽃들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꼬부랑 이름, 외래종은 가라! 1300종 토종식물의 천국

야외 취재를 하는 날 비가 오면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수목원 취재 역시 마찬가진데 특히 산비탈에 자리 잡은 수목원은 비가 올 경우 안개가 끼어 사진촬영도 어렵거니와 렌즈 속에 등장시킬 모델(관람객)이 없다는 점도 큰 애로사항이다.

강원도 진부면에 위치한 한국자생식물원(원장 김창렬)을 찾은 7월 26일도 장맛비가 쏟아지던 날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토종식물의 보고(寶庫)라는 특성 때문인지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식물원을 찾는 관람객을 간간히 만날 수 있었다.

한국자생식물원은 20년 전 화훼사업을 하던 김창렬 원장이 식물재배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경제적 기반을 다진 후 식물원을 구상, 1999년 7월 개원한 곳이다. 2002년 산림청 지정 사립식물원 1호로 등록된 이 식물원을 김영실 사업기획팀장의 안내를 받으며 둘러봤다.

군락지는 6~9월이 절정

▲ 해오라비 난초
어느 곳을 먼저 둘러볼지 고민할 필요는 없다. 관람코스가 의외로 단순하기 때문이다. 사무실과 식물판매장이 있는 식물원 본관을 나와 길을 따라 쭉 걸으면 100회마라톤공원을 지나 군락지가 펼쳐진다. 6월에는 꽃창포와 분홍바늘꽃이 절정을 이루고, 7월말부터 8월 초까지(지난해는 중순)는 보랏빛 벌개미취가 관람객을 반긴다. 9월에는 하얀 산구절초가 군락지를 뒤덮는다. 하지만 꽃이 절정이 아닐 때는 흔한 풀밭처럼 보여 자칫 흉해보일 수도 있다.

군락지를 돌아내려와 네 갈래 길에서 우측으로 빠지면 습지원이다. 햇빛을 싫어하는 식물들과 습지를 좋아하는 식물들이 사는데 보라색 산수국이 한창이었다. 애기앉은부채, 너도바람꽃 등이 서식하는데 샌들이나 하이힐을 신었다가는 발이 젖기 십상이다.

이어서 만나게 되는 향식물원은 아이, 어른 모두가 즐길 만한 공간이다. 언뜻 보기에는 그저 그런 식물로 비쳐질 수 있지만 저마다의 독특한 향기를 잎사귀에 머금고 있다. 입에 손가락을 살짝 비벼 냄새를 맡아보면 오이향, 박하향, 라벤다향이 나는 식물도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고 잎을 함부로 따는 일은 삼가야 한다. 식물도 소중한 생명이 아니던가.

▲ 두루미 천남성

일부 식물은 냄새를 맡을 때 조심해야 한다. 구린내가 나는 식물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마타리는 창자 썩는 냄새가 난다고 해서 ‘패장화(敗醬花)’라 불리기도 하는데 정말 파리가 날아든다고. 하지만 소염(消炎), 어혈(瘀血) 등에 효과가 있어 약재로 쓰인다.

냄새·모양 따라 이름 붙여

▲ 금강초롱꽃
자생식물은 잎이나 뿌리의 냄새, 꽃의 모양, 발견된 지역의 명칭을 따서 이름을 짓는다. 이런 특징을 잘 살펴볼 수 있는 곳이 사람명칭식물원과 동물명칭식물원이다.

사람명칭식물원은 말 그대로 사람의 이름을 갖고 있는 식물들을 전시한 곳인데 애기나리, 동자꽃, 처녀치마, 며느리밥풀꽃, 홀아비꽃대, 할미꽃 등이 있다. 왜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 곰곰이 생각하다보면 선조들의 애틋한 사연들이 눈에 그려진다.

동물명칭식물원에서는 식물을 보고 이름을 추리해보면 재미날 듯 하다. 범부채, 노루귀, 두루미천남성, 병아리꽃나무 등의 식물이 있다. 노루오줌과 쥐오줌풀은 뿌리에서 노루와 쥐의 소변냄새가 난다는데 이름을 붙인 사람은 정말 노루와 쥐 오줌 냄새를 맡아보았을까.

전시온실은 순채보전원과 분경관, 조경관으로 나눠진다. 멸종위기식물로 지정된 순채를 증식, 보전하는 순채보전원에서는 연꽃류의 수생식물도 만날 수 있다. 분경관에서는 나무와 돌과 어우러진 소박한 우리꽃을 감상할 수 있고, 조경관에서는 품위있는 조경연출법을 엿볼 수 있다.

일부 자생식물은 판매도

생태식물원은 우리꽃을 산자락 3만3천여 평에 자유롭게 풀어놓은 곳이다. 식물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식물종이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다.

독성식물원은 자생식물원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곳. 앞서 향식물원 등에서 사람과 친숙한 식물들을 만났다고 쉽게 다가갔다가는 큰코다친다.

물론 먹지만 않으면 별탈은 없다. 두루미천남성 열매는 옥수수 모양인데 덜 익었을 때는 녹색을 띠다가 익으면 붉게 변한다. 부자와 함께 사약(死藥)을 만들던 재료라 하니 왠지 섬뜩하다. 독성식물원이 끝나는 부분에는 왼쪽으로 신갈나무숲 산책로가 나 있다.

▲ 6월말 식물원을 찾은 관람객들이 꽃창포와 분홍바늘꽃 군락지를 둘러보고 있다.
▲ 전시온실 내 순채보전원에서는 연꽃 등 수생식물을 볼 수 있다.

국내의 자생식물은 약 4300종에 달한다. 이중 자생식물원에는 1300여 종이 서식하고 있다. 보유수종은 많지만 개화시기가 제각각이다보니 관람시기를 잘 맞춰야 한다. 김영실 팀장은 “이곳의 꽃은 봄부터 가을까지 2주 간격으로 피고진다”면서 “꽃이 자주 바뀌는 만큼 한두 번의 식물원 방문으로 서식하는 꽃들을 모두 보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식물원에서는 자생식물 중 금강초롱, 벌개미취 등 20~30종의 식물을 일반에 판매하고 있는데, 더위를 타는 금강초롱의 경우 가정에서 키우기는 어렵다. 판매가격은 1000원~5000원.

식물원은 지난 3월부터 멸종자생식물보전원과 희귀자생식물보전원을 조성 중에 있다. 2010년 연말경에 완공될 예정이다. 입장료는 9월까지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이다. 4월과 10월은 30% 정도 저렴하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033)332-7069 / www.kbotanic.co.kr
 
#찾아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진부IC에서 빠져나와 6번 도로를 타고 월정사 방향으로 10여 분쯤 달리면 켄싱턴플로라호텔(구 오대산호텔) 삼거리가 나온다.

월정사 방향으로 들어서면 바로 표지판이 나오는데 오른편 좁은 도로를 따라 3분 정도 들어가면 식물원을 만날 수 있다.





#주변 명소

10분 거리에 월정사와 상원사가 있다. 신라 때 자장율사가 지었다는 월정사는 전나무 숲길이 유명하고, 상원사는 문수동자상(국보 221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용평리조트와 대관령도 가깝다. 가족과 함께라면 대관령에서 목장 구경까지 마친 후 리조트에서 하룻밤을 쉬어가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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